액티브 시니어

빨간 망토 인형극단재미난 인형극으로 아동 성범죄
예방해요

성범죄 피해자의 연령이 낮아져 아이 키우는 부모는
고민이 많다. 성교육을 언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때는 빨간 망토 인형극단을 찾아보자.
아동 성범죄 예방 전문 공연을 선보이는 극단의
인형극 한 편이면 민감한 고민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

박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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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지다영

못된 늑대로부터 아이들을 지킨다

빨간 망토 인형극단은 2012년, 높아진 성범죄에 대한 예방 차원에서 시작했다. 효과적인 성범죄 예방 교육을 위해 동화 <빨간모자>를 빌려와 성범죄에 대처하는 요령을 인형극 형태로 만든 것이다. 자발적으로 모인 36명의 단원으로 시작한 인형극단은 7년이 흐른 지금 3개 조, 16명만 남았다. 인형극이라는 것이 그만큼 힘들기 때문일 터. 대걸레만큼 무겁고 긴 막대를 한 손으로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인형을 움직이는 줄을 조정해야 하는 일은 체력적으로 만만치 않다.

정예 멤버만 남은 빨간 망토 인형극단 3개 조에서 베테랑이 모인 1조 반장 승명옥(78) 씨는 “처음에는 30분 넘게 인형을 들고 계속 연기를 하다 보니 무거워서 팔이 저리더라고요. 그게 제일 힘들었어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지금은 인형극 덕분에 팔 근육이 생겼다고 말할 정도로 인형극에 관해 내공이 쌓였다. 승명옥 씨는 늑대 인형과 남자아이 무모 역을 맡고 있다. 주인공 챠챠 역은 조춘자(73) 씨, 엄마 역은 조희자(76) 씨, 경찰 역은 정숙자(80) 씨가 담당한다. 커다란 늑대 탈을 쓰고 연기하는 민연식(78) 씨는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다.

유쾌하게 풀어낸 성범죄 예방 인형극

빨간 망토 인형극단은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이 함께해 성범죄율이 높은 중랑구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다. 2020년에 리뉴얼하는 서울시교육청 매뉴얼을 따른 대본과 전문 성우 녹음에 맞춘 시니어의 오랜 노력으로 인형극이 탄생했다.

엄마의 심부름으로 빨간 망토를 입고 할머니 댁으로 가던 챠챠는 남자 친구 무모를 만난다. 무모가 챠챠의 치마를 들치는 장난을 하자 경찰은 무모의 잘못된 행동을 고쳐주고, 챠챠에게도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챠챠와 무모는 못된 늑대를 만나자 경찰에게 배운 대로 “싫어요!”, “안 돼요!”, “도와주세요!”라고 외치고 늑대가 경찰에게 잡히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빨간 망토 인형극은 이렇듯 눈높이에 맞춘 내용과 생생한 인형 연기로 아이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조춘자 씨는 “아이들이 인형극에 빠져드니까 늑대가 나타나면 챠챠나 무모보다 먼저 ‘안 돼요! 싫어요! 도와주세요!’ 하고 외쳐요. 그럴 때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라고 말하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인형극 덕분일까, 2019년 중랑구의 성범죄율은 빨간 망토 인형극단을 시작한 당시보다 줄어들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최고 보수

빨간 망토 단원들은 4월부터 10월까지 한 달에 한 번 조별로 공연을 나간다. 1월부터 2월까지 예약받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방문해 공연한다. 공연 전에는 개인 스케줄도 미루고 아이들과 만나는 데 시간을 기꺼이 할애한다.

조희자 씨의 남편으로 1조의 유일한 남자 단원인 민연식 씨는 “큰 늑대 탈을 쓰면 앞이 잘 안 보여요. 그래서 마음대로 막 까불며 움직이는데, 애들이 너무 좋아해요. 난 또 그게 좋고. 누가 돈 준다고 하라 해도 못 할 일이죠”라며 흐뭇하게 말했다. 빨간 망토 인형극단 1조 단원들은 한 푼의 보상도 없지만 늘 최선을 다한다. 아이들에게 뭔가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과 세대 간 소통으로 얻는 기쁨이 그 원동력일 것이다.

조춘자 씨는 “이 나이가 되면 자유로워요. 애들 다 키웠으니 내 마음대로 살 수 있기도 하고요. 건강만 허락하면 아이들의 웃는 얼굴을 보면서 평생 봉사하며 살고 싶어요.”라고 소망을 말했다. 빨간 망토 인형극단 시니어 다섯 명의 모습에서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다”던 공자의 종심(從心)이 떠올랐다. 단원 개개인이 70년간 축적한 경험과 지혜가 모여 빨간 망토 인형극단을 만들어가고, 이 극단의 힘은 바로 여기서 나오는 것이 아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