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핫 스타

‘웃기는 남자’ 이홍렬의 인생 지침“인생 뭐 있냐는데,
살아보니 뭐 있습디다”

이름 석 자만 들어도 미소를 짓게 되는 사람이 있다.
코미디언 이홍렬. 능청스러운 할머니 분장으로
사람들을 배꼽 잡게 만들었던 그가 유튜버로
돌아왔다.
자극적인 영상이 판치는 그곳에서
무공해 청정 유머를 선보이며 진정한 웃음 장인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강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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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대원

코미디언 이홍렬
레전드 코미디언에서 유튜버로

<이홍렬쇼>, <귀곡산장> 등으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던 그가 유튜브 채널 ‘이홍렬TV’로 돌아왔다. 지난해 6월, 17년간 키운 반려묘 ‘풀벌’을 떠나보내며 관련 영상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출장을 떠나기 전 노쇠한 풀벌이에게 “돌아올 때까지 죽으면 안 된다”고 당부를 하고, 품 안에서 떠나보내는 모습을 담은 영상 등이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들 사이에서 회자되며 인기를 모았다. 고등학교 동창 준태, 영일이와 함께하는 일상을 올리는 ‘강화아재’도 인기다. 경고 문구가 쓰인 담뱃갑을 들이대며 “담배를 피우면 발기부전이 된다는데 그래도 피울 거냐”고 윽박지르는 이홍렬에게 친구 준태는 “안 서, 원래 안 서!”라고 반항하며 시니어급 ‘50금’ 성인 유머를 선보인다. 중년 아저씨들이 노는 일상을 보여주는 ‘강화아재’에는 집밥 같은 구수한 웃음이 있다.

매주 콘텐츠를 하나씩 업로드한다는 유튜버 이홍렬은 “유튜브도 운동처럼 구력을 쌓아야 해요. 2년은 꾸준히 업로드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라고 밝혔다. 처음에 그는 유튜브를 저장 공간으로 활용했다. 반려묘 풀벌이, 반려견 사월이 그리고 두 아들의 어린 시절 모습을 정리한 것이다. 5분짜리 영상 하나 올리려고 대여섯 시간 동안 편집에 매달려야 했지만, 추억을 정리하는 과정이라 더없이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구독자나 조회 수에 연연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유튜브에 올려놓으니 보고 싶을 때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고, 누구든 접속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풀벌 이야기’ 영상에 후배 개그우먼 이성미 씨가 28년 전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영상을 본 이성미 씨가 “오빠가 나보다 나를 더 많이 알고 있는 것 같다”며 안부 전화를 하기도 했단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는 말처럼 기억은 빛바래고 잊히지만 기록은 생생하게 남아 역사가 된다.

언제 어디서나 끝은 있다

“인생도 끝이 있는데, 하는 일에 왜 끝이 없겠어요.”

전성기의 끝이 있음을 반드시 알자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대중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연예인은 일반인으로 돌아가 행복하게 사는 연습을 해야 하고, 일반인도 전성기 시절을 빨리 털어버려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성공 비결이 뭐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던 시절을 지나 십수 년이 흐른 지금 이홍렬에게 성공 비결을 묻는 사람은 없다. 한때는 인생을 잘못 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성공은 잠시 스쳐가는 것이고, 생전에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받은 사랑을 다시 나눠주고, 죽은 뒤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잘 살다 갔네’라고 말하면 그게 정말 멋진 성공이고 성공적인 삶인 것 같아요.”

물론 인생에도 끝이 있다. 끝이 있다는 것을 알면 일상이 한없이 소중해진다. 이홍렬은 ‘죽음’이라는 인생의 명제를 떠올리며 일상에서도 종종 임종 연습을 한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아내의 얼굴을 보면서 생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려본다. 그때 뭐라고 말할지 생각하면 지금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명확해진다. 임종 연습은 일상에 치여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선명하게 만드는 좋은 방법이다.

“웃는 것이 건강에 제일이에요.
즐겁게 지내야 약발도 잘 받지, 성질내면서 약 먹으면 있던 약발도 달아나요.
나이가 들면서 찾아오는 병도 친구처럼 맞아주고 다독이면 고약해지지 않는답니다.”
이홍렬 유튜브 캡쳐 화면
웃음으로 맞이하면 뭐든 좋지 아니한가

“100세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즐겁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60세가 넘으면 인생 2막, 제3 섹터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하는데 그보다 중요한 것은 즐겁게 사는 것이에요.”

스스로 “별로 건강하지 않다”고 밝힌 이홍렬은 나이가 들면 누구나 노화에 따른 증상을 겪게 되는데, 이를 맞이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병은 맞이해도 오고, 맞이하지 않아도 오거든요. 즐겁게 살아야 약발도 잘 받는 거지, 성질내면서 약 먹으면 약발이 받겠느냐고요. 찾아오는 병도 친구려니 여기고 즐겁게 맞아야 해요.”

즐겁게 웃으면서 지내야 지병도 잘 다독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더불어 가족끼리 부지런히 사랑하고 아껴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평상시 입버릇처럼 “나한테 잘해”라며 생색내는 그에게 아내 박인규 씨가 “나한테 잘하라던 남편들은 다 이혼당했다”고 받아친 적이 있다. 머쓱해진 그가 “죽기 전에 ‘나하고 살아줘서 고마워’라고 말하려고 했어”라고 고백하자 아내는 “그런 말은 살아 있을 때 자주 하란 말이에요!”라며 일침을 날렸다. 뛰는 이홍렬 위에 나는 박인규가 있다. 부부는 오늘도 그렇게 웃으며 화목하게 산다.

키는 작지만 마음이 큰 남자, 이홍렬

이홍렬은 환갑을 기념해 <60초>(개정판 <인생 뭐 있다>)라는 책을 썼다. 무려 5년을 준비해서 쓴 책이다. 그는 집필 당시 출판 계약금 1000만 원을 현찰로 바꿔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고 한다. 나태해질 때마다 계약금을 보며 “저거 아직 내 돈 아냐” 하고 스스로 채찍질하며 쓴 책이다. 선배 코미디언 전유성 씨가 자신의 환갑잔치 때 나비넥타이에 정장 차림으로 와인을 즐기며 본인의 저서를 선물로 주는 모습을 보고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어렵게 탈고한 뒤에는 자신의 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계약금과 인세를 모두 기부했다.

그의 기부 역사는 꽤 끈끈하고 오래되었다. 1986년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주최하는 소년 소녀 가장 돕기 행사에서 MC를 맡으며 시작된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시 행사비를 받은 것이 마음에 걸려 일대일 결연 후 정기후원을 하면서 기부를 시작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30년 넘게 해왔다. 이제는 단순 후원자를 넘어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공식 홍보 대사이자 기부 기획자다. 2005년 시작한 <이홍렬의 락락 페스티벌> 자선 음악회, 2007년의 <이홍렬의 Fun Donation> 기부 강의는 지금까지도 현재 진행형이다.

2012년에는 부산 해운대에서 서울까지 걷는 국토 종단 ‘이홍렬과 함께 마음으로 걷기’ 모금액으로 남수단공화국에 자전거를 전달하기도 했다. 자전거 기부를 위한 국토 종단 행사는 그의 아이디어였다. “당신은 키가 작지만 마음이 크군요.” 자전거를 받은 남수단공화국의 한 아이가 말했듯이 그는 마음이 큰 사람이다. 기업에서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기부금을 내거나 일대일 결연 후원 신청 의사를 밝히면 원하는 시간에 맞춰 언제든 출동한다. 그 덕에 고액의 수입이 걸린 강연을 포기하는 일도 있지만, 이 역시 보이지 않는 기부를 한다고 여긴다.

“은퇴한 뒤에 시작해도 늦지 않지만, 빨리 만날수록 좋은 게 나눔과 봉사입니다. 나누어주어 망했다는 사람 보셨나요? 한 사람도 못 봤죠? 그게 바로 나눔의 기적이에요.”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을 빌리자면 이홍렬의 인생은 멀리서 보면 기부, 가까이에서 보면 사랑이다. 그의 웃음이 따뜻한 이유다.

코미디언 이홍렬
웃음 장인, 이홍렬의 즐겁게 사는 법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하나씩 완성해라. 미션을 완수하는 쏠쏠한 재미가 있다.

오는 병은 친구로 맞이해라. 좋은 친구, 나쁜 친구 모두 함께 가자.

웃어라! 웃으면 약발도 잘 받는다. 웃음은 최고의 처방전이다.

가족에 대한 애정 표현은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많이 하자. 죽기 전에 하면 무슨 소용?

효도는 미루지 말고 하자. 부모 생전의 효도는 부모와 자식 모두를 즐겁게 한다. 효도가 쌓일수록 후회도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