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시니어

시니어 밴드 실버그래스‘100세 시대’
내 멋대로 살아라!

시니어의 최대 화두는 인생 후반기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이다.
계획 없는 ‘100세 시대’가 결코
좋을 리 없다.
시니어 밴드 ‘실버그래스’의 모습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박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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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충열

시니어 밴드 실버그래스 단체사진

‘실버그래스’는 여성 1명과 남성 4명으로 이루어진 혼성 밴드다. 밴조를 맡은 임영란(58) 씨는 숙대 음악치료대학원에서 강의를 했고, 만돌린의 김구(64) 씨는 귀금속 사업을 한다. 기타를 치는 이웅일(64) 씨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였고, 콘트라베이스의 김원섭(64) 씨는 무역 회사에서 일했다. 기타를 맡은 장광천(60) 씨는 목회 활동을 한다. 멤버들은 각자 하는 일 때문에 시간도 없고 거리도 멀지만 블루그래스(bluegrass)를 연주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 모이는 일을 기꺼이 감수한다.
블루그래스는 언뜻 생소해 보이지만, 사실 낯선 장르는 아니다. ‘노란 샤쓰 입은 사나이’, ‘내 고향 충청도’ 같은 옛 가요가 바로 블루그래스다.

시니어 오디션 노년반격으로 탄생한 실버그래스

실버그래스는 나우프로젝트에서 기획한 ‘노년격’이라는 오디션을 거쳐 탄생했다. 나우프로젝트는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변화시키기 위해 2015년부터 시작했다. 2016년에는 노년 생활의 새로운 모습을 제시하고자 ‘노년반격’이라는 이름으로 55세 이상 시니어만 참가하는 최초의 시니어 오디션을 개최했다. 멤버들 각자가 블루그래스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노년반격’ 오디션 공지를 보고 모였다.
“오디션이 있으니 시간 되시는 분 참가하라고 해서 그냥 가서 해보자 하며 갔어요.” 이웅일 씨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실버그래스라는 이름의 팀으로 뭉치게 됐다. 오디션에 뽑혔다고 끝이 아니었다. 이후 가수 이한철이 작곡하고 김원섭이 작사한 ‘첫 번째 가출’이라는 곡으로 음반을 내고 공연 기부를 했다. 멤버들은 어린 시절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블루그래스를 듣고 단숨에 매료된 경험이 있다. 그때부터 음악을 계속했거나 혹은 중년이 돼서야 다시 시작한 이도 있다. 그렇게 인생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매력적인 블루그래스 음악으로 많은 사람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있다.

음악으로 치유하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시작한 공연 기부는 지금까지도 이어오고 있다. 공연은 주로 치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다. 김구 씨는 “치매 공연 기부를 하고 나면 뿌듯하죠. 기운 없어 보이던 분들이 음악을 들으시면 박수도 치며 활기차게 바뀌세요”라고 말했다. 음악의 치유 능력은 상상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
멤버 중에도 음악의 도움을 받은 이가 있다. 팀의 홍일점 임영란 씨는 “갱년기에 무기력해지기도 했는데 그때 음악과 밴조가 많은 도움이 됐어요. 물론 공연과 연습으로 자주 집을 비우니 식구들은 안 좋아하더군요. 하루는 제가 가족을 모아놓고 엄마가 무기력하게 누워 있기만 하면 좋겠냐고 물었죠. 그 뒤로는 태도가 싹 바뀌어서 지금은 응원해주고 있어요.”

주저하지 말 것! 지금이 시작할 때다

앞으로 실버그래스의 계획은 멤버들의 개성처럼 다양했다. 김구 씨는 대학가에 블루그래스를 전파하고 싶다고 했고, 음악으로 또 다른 기부를 계획하고 있는 장광천 씨는 “전 기타를 배운 걸 너무 감사하게 생각해요. 태국의 어려운 아이들에게 기타를 사주고 가르쳐주는 프로젝트를 계획하는데 기타를 배웠으니까 할 수 있는 거잖아요”라고 말했다. 실버그래스의 후속곡으로 환경문제를 담은 ‘지구가 울어요’와 ‘두 번째 가출’을 준비 중인 김원섭은 “음악은 제 전부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고 일상에서 언제나 저와 함께할 겁니다”라며 음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며 활기차게 사는 실버그래스 멤버들은 ‘노년반격’의 취지대로 새로운 노년 생활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멤버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지금 하고 싶은 걸 하라”고, “망설이지 말고 배우고 싶은 걸 배우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