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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INESS OF SENIOR

#실버스타

나의 즐거운 지식 탐닉 생활 네이버 ‘지식인 수호신’
조광현 할아버지 

인생이란 얼마나 많은 의문부호로 채워져 있는가. 학문이나 내면에 대한 깊은 고찰부터 아주 사소하고 시시한 궁금증까지. 그러니 끊임없이 지식에 갈증을 느껴야 한다. 평생 배움을 낙으로 살았고, 더 나아가 이 세상 궁금증 해결에까지 나선 네이버 지식인 수호신, 조광현 할아버지의 지식 탐닉 생활을 만나본다.

 정은주 기자 사진 SBS ‘비디오머그’, TVN ‘상상타임즈’

지식인 수호신으로 수만 개 질문에 답하다

호기심은 부지불식간에 우리의 머릿속으로 찾아든다. 다만 나이가 들수록 호기심을 붙드는 건 꽤나 힘든 일이어서, 궁금증을 갖는 것도 답을 찾는 것도 점점 시들해지기 십상이다.
물론 예외도 존재한다. 일명 ‘지식인 할아버지’로 통하는 조광현 할아버지처럼 말이다. 그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지식인’ 서비스가 생긴 2002년부터 온갖 질문에 답변을 다는 활동을 시작했다. 지식인은 분야를 막론하고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질문들이 집적된 곳. 워낙에 지식을 탐닉하기를 즐기는 터라 모르는 것은 자료를 찾아서라도 답을 하다 보니 그동안 쌓인 답변이 무려 3만8,000여 개. 지식인의 18등급 가운데 ‘절대신’ 바로 아래 등급인 ‘수호신’까지 올랐다. 시작은 그야말로 우연이었다.
33년의 치과의사 생활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그의 표현대로라면 ‘실업자’가 되었는데, 그때 우연히 인터넷을 접하면서 지식인을 알게 된 것. 그 후 무려 17년 동안 아는 것을 나누는 할아버지의 즐거움은 이어지고 있다.

유머가 묻어 있는 삶의 지혜를 전하다

조광현 할아버지의 컴퓨터는 침대 바로 옆에 놓여 있다. 자다가도 생각이 나면 곧장 질문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정해진 시간 없이 수시로, 그는 지식인의 질문들에 성심껏 답을 한다.
특유의 유머를 섞어서. “산타클로스는 몇 살인가요?”라는 물음에 “아빠 나이와 동갑입니다.”라고 답하는 식인데, 덕분에 그의 답변 중에는 유명세를 탄 것도 꽤 많다. 물론 전직 치과의사라는 전문성과 삶의 지혜가 담긴 내용들도 상당해 두터운 팬 층을 거느리고 있다. 한때는 밥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마흔 개까지 답변한 적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요즘은 건강상 그만큼은 어렵다고. 두 번의 암 수술과 30년 넘게 앓아온 당뇨병, 게다가 거의 실명 상태로 나빠진 시력 탓이다. 몸 건강을 생각하면 활동을 멈추는 게 맞지만 답해달라는 팬들의 성화에 그는 여전히 날마다 컴퓨터 앞에 앉아 돋보기를 든다.

앎에 대한 호기심으로 삶의 재미를 더하다

모르는 것을 하나씩 해결해가는 낙으로 평생을 살았다는 조광현 할아버지. 그럼에도 그는 아직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다고 말한다. 모든 것에 궁금증을 품고, 지식을 얻어 제 것으로 만드는 재미야말로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진짜 재미라는 생각. 그래서 답변을 할 때도 지식에 갈증을 느낄 질문자의 궁금증을 치료하는 마음을 갖곤 한다. 지식인 활동을 통해 아이부터 노인까지, 전 세대와 소통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그에게는 매우 소중하다.
아내가 치매로 요양원에 있어 매일 오전 면회를 다녀오면 하루 중 대부분을 혼자 지내는 터. 인터넷 상으로 전해지는 감사와 응원의 댓글을 보며 힘을 얻는다. 그는 강조한다. 발전하기 위해서는 모르는 게 더 많아야 한다고. 그걸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돋보기 두 개를 겹쳐 힘겹게 글씨를 읽을지언정, 호기심을 잃은 채 살아갈 생각은 추호도 없다. 눈이 보이는 한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지식인으로 살아갈 것이라는 그의 희망이 이 순간에도 또박또박 모니터에 새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