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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INESS OF SENIOR

Let’s talk about

뒷담화의
 심리적 이점

뒷담화는 무조건 나쁠까? 심리학자들은 아니라고 말한다. 뒷담화에 관한 심리학 연구 결과들을 무척 흥미롭다. ‘뒷담화는 좋지 않은 버릇’이라는 우리의 고정관념과는 달리, 사실 뒷담화는 인간의 본능이며 유용한 정보를 얻거나 친구 등 동료와의 유대를 다지는 토대가 되는 등 여러 심리적인 이익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허용회(심리학 작가)

타인의 정보 수집 기능

먼저 우리는 뒷담화를 통해 타인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근묵자흑(近墨者黑). 모름지기 사람은 가려가며 사귀어야 한다고 했다. 세상에는 ‘나쁜 사람’이 있는 반면, ‘착한 사람’도 있다. 문제는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누가 나에게 착한 사람인지 알아채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잠이 드는 그 순간까지, 타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바쁘다. 우리는 대화, SNS, 인터넷, 신문 등을 통해 나와 같은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 대한 정보들을 끊임없이 좇으며 산다. 그런데 놀랍게도 뒷담화 또한 타인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매우 훌륭한 창구다. 특히, 그 명칭에서 드러나듯 ‘뒷’담화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은 평소에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그러나 나와 가까운 이들에 대한 은밀하고도 치명적인 내용들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어디에나 떠도는 그저 그런 이야기들보다 훨씬 더 ‘영양가’가 높고, 더욱 ‘구미’를 당기는 내용일거라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뒷담화에 쉽게 빠져들게 된다.

공감대 형성, 결속력·유대감 강화

둘째, 뒷담화는 ‘우리 편’을 더욱 공고하게 한다. 뒷담화를 하려거든 타인들이 쉽게 찾아낼 수 없는 곳에서 ‘우리들끼리만’ 조용히 진행할 필요가 있다. 우리들만 알고, 우리들만 공유할 수 있는 비밀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옆 사람과의 결속력과 유대감은 강화된다. 한편 우리는 뒷담화를 통해, 상대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일치한다는 것을 발견하곤 한다. ‘우리 부장님은 늘 말만 번지르르하다니까.’, ‘너희 부장님도 그래? 어휴, 정말 맞장구 쳐드리는 것도 한 두 번이지.’ 한 사람이 어느 다른 한 사람과 친해지려할 때, ‘공통점’만큼 효율성 좋은 접착제도 없다. 이렇게 뒷담화를 통해 확인되는 공통의 생각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이해받고 있으며 공감 받고 있다는 느낌을 심어준다.

뒷담화는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셋째, 뒷담화는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사실 뒷담화는 일상에서 우리가 시도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카타르시스(catharsis) 경험 중 하나다. 평소 우리가 어찌 감히 상사에게 싸움을 걸 수 있단 말인가. 부당한 대우에 지칠 때면 한 번쯤 계급장이라도 떼어보고 싶지만, 그런 ‘판타지’를 현실로 옮겨 올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찌하나. 답답하고 억울하고 화도 나고 슬픈 마음만은 그대로인 것을. 그래서 우리는 ‘피해자 연대’를 만들고, 뒷담화를 시작한다. 마치 당나귀 귀를 가진 임금님을 모시는 신하가 된 듯, 이제는 말할 수 있다며 평소의 불만들을 끄집어낸다. 그렇게 뒷담화에 열을 올리다 보면 이제야 비로소 조금은 후련하고 속이 뚫린 듯한 느낌이 오는 것이다.

뒷담화 즐기면서 경계하는 모순, 자연스러운 태도

지금까지 본 대로, 뒷담화에는 좋은 점들이 많다. 무려 세 살 무렵부터 인간이 타인에 대한 평가를 시작한다는 점을 밝힌 심리학 연구도 있다 하니, 사실 뒷담화란 웬만한 의지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습성에 가깝다고 여겨도 좋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뒷담화를 자주 하자는 건가?’ 뒷담화의 장점들을 읽다보면 드는 의문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뒷담화에는 여러 장점들로도 가릴 수 없는 많은 단점들이 있다. 예컨대 자신이 뒷담화의 ‘가해자’가 되는 것은 즐겁지만, ‘피해자’가 되거나 다른 사람들이 뒷담화를 하는 광경을 제3자로서 목격하는 것은 소외감, 상처, 불안 등을 낳는 등 결코 즐겁지 않은 경험일 것이다. 무엇보다 ‘뒷담화 하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수식어는 사회생활을 하는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 말일 것이다. 뒷담화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은 타인들에게 ‘음험한 사람’, ‘진실되지 않은 사람’, ‘신뢰할 수 없는 사람’, ‘기만적인 사람’ 등의 이미지로 기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뒷담화를 하면서도, 그것을 경계하려 하는 여느 평범한 사람들의 모순적 태도는 매우 당연한 것이다. 뒷담화 속에 여러 심리적 이익이 잠재되어 있다한들, 상황이나 맥락은 언제나 고려되어야 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화려한 뒷담화 전력이 언젠가 나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도록 만들지 않을 절대적인 자신을 갖고 있지 않다면 뒷담화는 여전히 경계되어야 하는 대상인 것만은 틀림이 없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