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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이사를 해야 할까요?”

은퇴 이주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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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남녀의 거주지는 대개 일터나 직장의 위치에 따라 결정된다. 퇴직 후에는 이런 제약이 사라지고 얼마든지 새로운 곳으로 이사 가서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통계로 보면 은퇴자의 96%는 살던 지역에서 계속 살고, 이사한다고 해도 같은 지역 안에서 집만 옮긴다.
이사문제가 생각보다 어려운 이유는 은퇴 부부 두 사람이 그리는 그림이 다르고, 직장이나 커뮤니티 등 특별한 연고가 없는 이주지에서의 적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은퇴는 곧 일을 잃는 것이고 일과 연결되어 있던 다른 부수적 요소도 잃는 것이다.
직업 정체성과 직장 동료가 사라진다.

한결&소림 부부,
귀향으로 꿈을 되찾다

강한결과 윤소림 부부는 20대 시절 어촌마을에서 결혼해 대도시로 건너온 60대 후반의 부부다. 한결은 얼마 전 자신이 운영하던 회사를 팔고 은퇴했으나 곧바로 우울해졌다. 그의 우울증 때문에 부부싸움이 잦아졌고 아내도 우울증에 빠졌다. 부부 상담실을 찾은 한결은 특별히 살고 싶은 이유도 없고 이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부부는 각자 예전에 가졌던 꿈을 이야기하다가 오랫동안 잊고 있던 계획을 떠올렸다. 나중에 은퇴하면 다시 어촌마을로 돌아와 바닷가 옆에 집을 짓고 여생을 보내기로 약속한 것이다. 알고 보니 부부는 자신들 생각만 하다가 자녀를 돕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빠져 있었다. 자녀들은 모두 결혼했지만, 부부는 여전히 자녀들에게 물질적으로 베풀고 있었다. 부모라면 자기의 소망과 꿈을 희생하고라도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줘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들의 꿈이 다시 소환되면서 이후 상담 시간에는 타인의 이목이나 자녀보다 부부로서 결혼을 지켜야 할 책임이 앞서야 할 때도 있다는 이야기가 오갔다. 마음속에 간직한 꿈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자 두 사람의 우울증도 점점 사라졌다.

은퇴 이주,
익숙한 동네·사람들과의 작별

은퇴자에게 집이란 단순히 사는 곳만이 아니다. 지난 세월과 숱한 추억이 쌓여있는 곳이고 친구들이 찾아오고 명절이면 가족이 방문하는 곳이다. 우리는 집을 중심으로 생활하고 경험하며 일상을 구축해간다. 은퇴는 곧 일을 잃는 것이고 일과 연결되어 있던 다른 부수적 요소도 잃는 것이다. 직업 정체성과 직장동료가 사라진다. 나를 학교 선생님이나 어느 회사의 임원으로 알고 있던 친구도 사라지고, 주변엔 옆집 아저씨나 앞집 아주머니로 보는 사람만 있는 것만 같다. 이런 시기에 이사한다는 것은 살던 동네의 익숙한 집들과 골목과 거리와 상점과 산책로와 동네 친구, 단골 병원, 나의 얼굴을 알아보고 인사하는 은행직원과의 작별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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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이주는 어떤 부부에게는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고 너무 큰 기대를 하면 곤란하다.
가능하다면 단계적으로 이주하면서 부부가 충분히 논의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이사하는 사람의 특징
‘말뚝 뽑을’ 준비가 된 사람

이사를 계획하는 은퇴자는 익숙한 환경에 머물면서 지금 현재 상태에 만족하기보다는 무언가 바꾸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 ‘말뚝을 뽑을’ 준비가 되어 있는 유형이다. 위험을 감당하는 편이고 모험을 즐기는 성격이며 미래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갖고 있다. 살면서 새로운 역할이나 상황에 성공적으로 적응해오기도 했다. 젊은 시절에 거주지를 옮겨본 적이 있어 이사 또한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것을 알기에 무조건 의심하거나 겁내지 않는다. 또 어딘가에 뿌리를 내리지 않는 성격이거나 일 때문에 살았을 뿐 지역에 애착을 갖고 있지 않은 이들도 있다.

단계적 이주로
이주 적응 과정 필요

은퇴 후 이주는 어떤 부부에게는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고 너무 큰 기대를 하면 곤란하다. 전문가들은 은퇴하기 5년 전부터 은퇴 후 이주할 장소를 미리 정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어떤 지역은 급변해 은퇴할 즈음에는 예전의 한적함이 사라지고 집값이 오르거나 식당이나 산책로마다 관광객이 붐빌 수도 있다. 집을 구매하기 전에 1년 정도 임차를 해보는 것을 권한다. 장거리 이주에서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가 좋지 않은 동네에 집을 덜컥 사버리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단계적으로 이주하면서 부부가 충분히 논의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배우자가 도움된다 vs. 방해된다
이사 후 겪는 문제들

마지막으로 이주는 부부관계에 또 다른 압박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타지로 이사간 부부는 배우자가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방해가 된다’고 느낄 수도 있다. 처음 이사를 할 때는 일이 몰아 닥치기 때문에 사소한 갈등은 잘 보이지 않는다. 짐 싸고 풀고, 벽지를 바르고 정원을 꾸미는 등 정신 없이 바빠 옛 동네나 일을 그리워할 틈이 없다. 집이 정리가 된 후에야 밖으로 나가 친구를 사귀고 활동을 시작한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속도나 새 친구 사귀기에 있어 부부의 태도가 다르면 관계에 빨간 불이 켜질 수도 있다. 소극적인 배우자는 어디서든 빨리 적응하고 관심사를 발견하는 배우자에게 뒤처지거나 버려진 느낌을 받는다. 낯을 가리는 배우자가 그렇지 않은 배우자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이사를 하지 않았으면 생기지 않았을 문제가 발생한다. 이때는 이주를 하지 않은 부부와 마찬가지로, 각자의 독립적 관심사를 추구하는 것이 성공적 이주에 중요한 요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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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 보는 은퇴와 이주

27,391컨텐츠 이미지

2016년 서울에서 타 지역으로 이동한 50대

2016년 서울의 50대 중 2만7,391명이 타 지역으로 전출했고, 이중 70.8%인 19,389명은 경기도로 이동했다. 이어 인천(1,601명), 충남(1,184명) 순으로 이동했다.

54.7% 컨텐츠 이미지

전체 가구 중 1~2인 가구 비중

2016 통계청 장래가구 추계에 따르면 전체 가구 수 중 1∼2인 가구 비중은 2000년 34.7%에서 2016년 54.7%로 증가했다.

50.9% 컨텐츠 이미지

1∼2인 가구 중 55세 이상 가구주 비중

1∼2인 가구 중 55세 이상 가구주 비중은 50.9%로 과반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49.9% 컨텐츠 이미지

55세 이상 중소형 주택 거주 비중

1∼2인 가구 중 중소형 주택에 거주하는 비중은 34세 이하 9.6%, 35∼54세 18.6%, 55세 이상 49.9%인 것으로 나타나 고령층일수록 중소형 주택 거주 비중이 높았다.

출처통계청 장래가구 추계, 국내인구이동통계

정리 : 편집실
일러스트 : 김민지
참고도서 : <행복한 은퇴> (세라 요게브, 이룸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