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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부부의 가사분담 편

집안일과 결혼생활 만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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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가정경제나 부부관계 문제와 비교한다면 집안일은 다소 사소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가사분담과 누가 어떤 일을 하는가의 문제에 은퇴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인가 생각해본다면, 은퇴부부에게 집안일은 무엇보다 중대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가사노동 문제로 쌓여왔던 모든 불만과 갈등이 폭발할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남성 중에도 평소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이 강했던 이들이 은퇴 적응 단계에서 어려움을 느낀다.
반면 나이가 많더라도 집안일을 도왔던 남성은 은퇴 후에도 자아존중감이 높고 심리적으로도 안정되어 있다.

복실&루이 부부, 가사분담 최후통첩

복실과 루이는 맞벌이 부부로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했지만 집안일 문제로 빈번히 다투곤 했다. 결혼생활 내내 같은 시간에 퇴근해도 복실은 곧장 부엌으로 가서 땀을 뻘뻘 흘리고, 남편은 텔레비전 앞에 늘어져 있었다. 루이는 자신이 하는 일이 더 고되기 때문에 복실보다 많이 쉬어야 한다는 이유를 댔다. 그럴 때마다 복실은 하녀 노릇을 하는 것만 같아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은퇴 후에도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복실은 루이도 집안일을 하지 않으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최후통첩을 내렸다. 협상 끝에 루이는 아내가 요리하는 동안 부엌에 와서 일을 돕고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가사분담을 공평하게 나눈 것은 아니지만 복실은 더 이상 굴욕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루이는 복실과 부엌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살림이라는 것이 얼마나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일인지 알게 되었고 점점 더 집안일을 돕는 쪽으로 바뀌었다.

집안일하며 새로운 취미·관심사 발견하기도

흥미로운 것은 각 배우자가 어떤 목적의식과 생산성과 정체성을 가졌는지에 따라서 가사노동의 평등한 분배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남녀평등을 지지하는 남성의 경우 집안일을 은퇴 후 자신의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방법으로 본다. 그들은 집안일도 시간과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는 적절한 노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남녀평등주의자 남편이 은퇴 후 화장실 변기를 반짝거리게 닦는 데서 생의 의미를 찾는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보다는 요리라든가 목공일 등 새로운 취미와 관심사를 발견한다는 말이다. 그들에게는 이런일이 생산적이고 새로운 활동이며 새로운 기술을 발전시키는 통로다. 어떤 남성은 예전에는 전부 사람을 사서 했던 일들을 직접 하면서 돈을 아낄 수 있다는 사실에 동기부여를 받기도 한다.

집안일 하는 남편, 자아존중감 높다

남성 중에도 평소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이 강했던 이들이 은퇴 적응 단계에서 어려움을 느낀다. 반면 나이가 많더라도 집안일을 도왔던 남성은 은퇴 후에도 자아존중감이 높고 심리적으로도 안정되어 있다. 이런 남성은 집안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기도 하고 아내에게 사랑과 동지애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여긴다.

은퇴는 집안일에 대한 생각에 다각도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각자의 가치판단, 선호도, 기술에 따라 집안일을 다시 나누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전 방식을 수정해야 하기도 하고 성역할에 대한 기대치를 바꿔야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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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가사분담 양보다 ‘아내의 인식’ 중요

중요한 것은 남편이 실제로 하는 집안일의 종류와 양이라기보다 아내의 인식이다. 아내가 혼자 모든 집안 대소사와 식구의 먹을거리, 입을거리를 책임지는 것이 아니고, 본인도 보살핌을 받고 있다고 느껴야 한다는 것. 대체로 남편이 집안일을 돕는 가정의 아내가 덜 우울해하고 더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반대되는 상황인 남편이 전혀 가사를 분담하지 않을 때 아내는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가 착취당한다고 생각한다.

가사분담으로 은퇴전환기를 부드럽게 넘기자

긴 세월 함께한 부부는 두 사람 모두 평등하다고 느끼거나 적어도 견딜 수 있을 정도의 가사분담 체제를 형성해왔다. 그러나 은퇴라는 사건이 발생하면 오랫동안 유지해왔던 체제도 흔들릴 수 있다. 확실히 은퇴는 집안일에 대한 생각에 다각도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각자의 가치판단, 선호도, 기술에 따라 집안일을 다시 나누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전 방식을 수정해야 하기도 하고 성역할에 대한 기대치를 바꿔야 하기도 한다. 재협상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가사분담이 은퇴전환기를 부드럽게 넘기는 데 의외로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잡다하지만 중요한 이 일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자아존중감을 높여줄 수 있다. 부부가 공평하게 일을 분담하면 결혼 만족도와 유대감 상승이라는 선물을 받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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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 보는 우리나라 가정의 가사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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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평하게 가사를 분담하는 비율

남편과 부인이 공평하게 가사를 분담해야 한다는 의견은 47.5%로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로 공평하게 분담하는 남성은 16.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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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 시간

한국 여성의 일 평균 가사노동 시간은 227분으로 남성보다 182분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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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성의 1일 평균 가사노동 시간

한국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집계한 주요 29개국 중 가장 짧은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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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우 가사노동 시간의 남녀 차이

혼인상태별로 보면 배우자가 있는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이 4시간 19분으로 가장 많으며, 남녀 간의 차이는 미혼 2.3배, 유배우 5.2배, 사별·이혼 1.8배로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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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맞벌이 부부 중 남편의 가사노동 시간

맞벌이 부부의 가사노동 시간은 남녀 모두 30대가 가장 많고, 50대는 남성 28분, 여성 2시간 40분으로 나타났다.

출처 통계청 2015 일·가정 양립지표

정리 : 백아름 기자
일러스트 : 김민지
참고도서 : <행복한 은퇴> (세라 요게브, 이룸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