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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부부의 소비 편

부부간 돈을 쓰는 방식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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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결혼생활을 하면서 돈을 다루는 일정한 방식이 형성된 부부 사이. 그렇지만 은퇴가 다가오면 그 방식이 흔들릴 수 있다. 과거에 일단락되었던 갈등이 다시 표출된다. 은퇴 전이라면 서로의 씀씀이에 대한 불만을 취향 차이로 가볍게 지나갔을 수도 있지만, 이제 같이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데다가 고정 수입마저 사라지면서 단순한 말다툼으로 끝나지 않고 집안 경제 사정까지 들먹이는 심각한 부부싸움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경제적 여유가 결혼을 떠받쳐주는 조건이었다면 그 조건이 사라졌을 때 부부관계는 어떻게 바뀔까?
둘 중 한 사람은 예전처럼 살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

나리&화신 부부, 은퇴 후 처음 돈 문제로 다투다

나리와 화신은 결혼생활 중에 돈 문제로 갈등을 빚은 적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은퇴한지 1년도 안되어 화신은 나리가 너무 돈을 헤프게 쓴다고 나무랐다. 나리의 소비습관이 변한 것은 아니다. 화신이 보기에 나리는 아무 생각 없이 ‘사치품’을 사들이는 것처럼 보였다. 특히 그의 주식이 하락할 때 잔소리가 심해지곤 했다. 화신은 은퇴할 때 직접 자산운용을 하기로 하고 개인투자자가 되었다. 그에게는 이것이 은퇴에 적응하는 방식으로 여전히 경제활동을 해 가계를 책임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투자한 주식이 하락할 때마다 그 화를 아내에게 풀었다. 이것은 나빠진 가정경제의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아내에게 돌리면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에 불과했으며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었다. 나리는 억울하고 답답했다. 그들 사이에 깊은 골이 생기기 시작했다.

은퇴 부부, 돈보다 ‘돈에 관한 심리’ 이해 중요

우리는 은퇴를 이야기 할 때 언제나 돈을 중심에 놓지만 그 저변에 깔린 심리에 대해서는 고찰하지 않는다. 나리와 화신의 사례를 보면 은퇴는 우리가 어떤 가치에 따라 행동하는지를 더 확대해서 보여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수입에 따라 자신의 가치를 판단했다면 은퇴 한 후에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만약 경제적 여유가 결혼을 떠받쳐주는 조건이었다면 그 조건이 사라졌을 때 부부관계는 어떻게 바뀔까? 둘 중 한 사람은 예전처럼 살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은퇴에서 돈의 심리학은 상당히 복잡하다.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① 돈에 대한 가치 ② 돈 벌기와 관리에서 보이는 성별 차이와 결혼 만족도 ③ 소비습관에 대해 익숙해져야 한다.

돈에 대한 가치의 차이 ‘대화가 필요해’

은퇴하면 자신과 배우자가 돈과 은퇴, 그리고 노화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는지를 인식하고 이 가치에 영향을 미칠 두려움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원래부터둘 사이에 이런 차이가 있었다면 은퇴 후에는 더 자주 부딪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균열을 막으려면, 돈과 연관된 말다툼의 실체, 본질적인 감정이 무엇인지 솔직히 대화해보는 것이 좋다.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인색하게 구는가? 어린시절 집안 사정 때문인가? 양로원에서 생을 마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일까? 왜 비싼 레스토랑에서 돈을 써야 자기답게 느껴진다는 걸까? 이를 이해하고 표현해야 크고 작은 갈등을 해결해나갈 수 있다.

남편의 자잘한 간섭 여성은 홀로될 준비

결혼생활 내내 경제권을 평등하게 나누어 가졌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왔다고 해도 은퇴는 이 모든 화합과 조화를 깨버릴 수 있다. 무엇보다 남편은 월급이 들어오지 않는 현실을 인정할 수가 없다. 의식적이건 아니건 그들은 계속 자문한다. ‘가정에 재정적 기여를 하지 못하는 나는 과연 어떤 존재인가?’ 아내의 소비생활에 아무런 토를 달지 않던 남편도 은퇴 후에는 같이 장을 보러 간 아내에게 전에 없던 간섭을 한다. 여성 또한 이 시점에서 남편보다 오래 살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직감하고 자산관리에 눈떠야 할 필요를 느낀다. 전업주부는 집안의 기둥이었던 남편이 더 이상 돈을 벌지 않는 은퇴자가 된 것을 지켜보는 일이 낯설고 불편하다. 일을 하다 은퇴한 여성도 이전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던 경제적 결정에 더 깊이 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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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으로 본다면 은퇴는 돈에 대한 전통적 성역할을 바꾸어 좀 더 대등한 관계로 나아가는 기회다.
남편은 늘 자신이 판단하고 책임지는 것이 버거웠을 수도 있고, 아내는 이제까지 경제권이 없어 자기의사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성역할의 전환 대등한 관계로 나아가는 기회

긍정적으로 본다면 은퇴는 돈에 대한 전통적 성역할을 바꾸어 좀 더 대등한 관계로 나아가는 기회다. 남편은 늘 자신이 판단하고 책임지는 것이 버거웠을 수도 있고, 아내는 이제까지 경제권이 없어 자기의사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은퇴 후 두 사람은 새로운 역할을 시도할 수 있다. 이제 남편이 의사결정을 아내에게 맡기거나 투자 같은 어려운 결정을 같이 의논할 수도 있다. 은퇴 후 남편과 아내 모두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이고 존중 받으며 결정생활의 중대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 받아야 한다. 돈에 대해서만큼은 반드시 차분하고 열린 태도로 대화하자고 약속하자. 성역할이 바뀔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자율권을 인정하며 공평하게 돈 문제에 참여한다면 훨씬 더 편안한 은퇴생활을 보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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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 보는 은퇴부부의 은퇴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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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48.5%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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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개발원에서 밝힌 은퇴 준비가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

대다수의 사람들이 은퇴 준비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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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부부의 월 적정 생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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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 생활비 마련 예상 비율

그러나 부부의 준비 상태를 기준으로 적정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7.9%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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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생활비를 마련하지 못한다고 답한 비율

적정생활비에 미치지 못하는 최소생활비 월 196만원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한 비율도 고작 8.1%인 것으로 드러나 은퇴자의 84%는 준비한 금액으로 최소 생활비를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보험개발원, 2014~2015년 은퇴를 준비하는 1,266명을 대상으로 조사

정리 : 백아름 기자
일러스트 : 김민지
참고도서 : <행복한 은퇴> (세라 요게브, 이룸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