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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iN 매거진 9월호hi.nhis.or.kr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일 이외에 다른 것에는 흥미를 갖거나 몰입하지 못하고, 일로 인해 일상생활까지 문제가 생긴다면 알코올 중독이나 약물 중독에 걸린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몸과 정신을 위협하는 워커홀릭,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워커홀릭, 원인과 폐해

일을 열심히 하는 것과 일에 중독된 것은 다르다. 워커홀릭은 일에 중독된 상태를 말한다. 대부분의 시간을 일 하는 데 보내고, 일이 없으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의심하며 초조해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워커홀릭 증상을 보이는 사람 중에 정신 질환과 연관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결과가 최근 발표되기도 했다.
노르웨이 베르겐 대학의 연구팀은 직장인 1만7000여 명을 대상으로 워커홀릭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워커홀릭인 사람의 ADHD(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 진단이 전체의 32.7%에 달했다. 일반인이 12.7% 수준인 것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높은 수치이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에 대해 일에 중독된 행동이 뇌 일부영역에 비정상적으로 쏠려서 발달했기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연구팀은 워커홀릭이라고 판단된 사람 가운데 4분의 1 가량이 강박장애 증세를 가지고 있다고 분류했다. 우울증 수치도 8.9%로 일반인의 2.6% 수준보다 훨씬 높았다.
워커홀릭이 몸에 끼치는 영향도 좋지 않다. 워커홀릭 상태에 접어들면 스트레스로 인한 고혈압이나 심장질환 등 만성질환에 걸릴 위험이 훨씬 높아진다.

나, 혹시 지금 워커홀릭?

워커홀릭인 사람들은 대개 부지런하고 일에 몰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일에 빠져 있는 것 외에 별다른 자각 증상이 없어 쉽게 알아채기 힘들지만 일 때문에 가정생활이나 일상생활이 힘들다면 워커홀릭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지금 어떤 상태일까. 아래 체크리스트로 점검해보자.

* 노르웨이 베르겐 대학 연구팀의 워커홀릭 진단 테스트 *
아래 질문에 1~5점까지 점수를 매긴다.
(1점 전혀 그렇지 않다, 2점 조금 그렇다, 3점 그렇다, 4점 자주 그렇다, 5점 늘 그렇다)

□ 어떻게 하면 일할 수 있는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을지 생각한다.
□ 작정했던 시간을 훨씬 넘겨 일을 한다.
□ 죄책감, 불안, 우울감, 무력감을 줄이기 위해 일을 한다.
□ 다른 사람에게서 일을 줄이라는 말을 들은 적 있지만 귀담아 듣지 않았다.
□ 일을 못하게 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 일 때문에 취미생활, 여가활동, 운동을 뒤로 미룬다.
□ 일을 너무 해서 건강이 나빠진 경험이 있다.
* 위 7개 문항 중에 4개 이상이 ‘자주 그렇다(4점)’나 ‘늘 그렇다(5점)’에 해당하면 워커홀릭이라 판정할 수 있다.

워커홀릭에서 벗어나는 방법

워커홀릭의 뇌는 일을 하면 긴장되고 흥분된다. 하지만 일을 하지 않으면 안절부절 하고 조바심을 낸다. 스스로 일을 할 때와 하지 않을 때의 상태를 잘 관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신체와 정신적 피로가 극심해지기도 한다. 이런 워커홀릭 증상을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잠은 매일 8시간 이상 잔다.
긴 시간 일을 하면 수면 장애가 생긴다. 뇌에서 멜라토닌을 잘 생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잠도 안 오고 자도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 충분히 잠을 자지 않으면 피로는 누적된다. 되도록 8시간 수면을 지키고, 밤낮이 바뀐 근무형태라면 낮에 암막커튼을 치고 일정한 시간에 수면을 취하는 게 좋다.

- 주말은 가족과 보낸다.
일중독 상태가 되면 일에 자신을 과잉적응해서 일 이외의 인간관계에 소홀해진다. 따라서 가족이나 주변사람과 관계가 소원해지고 고립되기 쉽다. 주말은 가족과 보내고, 가족과 같이 살지 않는다면 친구를 만나 사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시간을 갖도록 한다.

- 식사는 제때, 영양은 충분히 섭취한다.
일을 과다하게 하면 신체적 에너지가 금세 고갈된다. 제 시간의 식사와 충분한 영양으로 몸 관리를 해야 한다.

- 직장의 업무는 사무실에서만 한다.
일중독은 회사의 업무와 개인의 사생활을 구분 짓지 못한다. 회사 일은 집에 가져가서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지키도록 한다.

- 일의 시간과 업무량을 정한다.
워커홀릭은 일을 할 때 쾌감과 흥분을 느껴 갈수록 일을 많이 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스스로 계획을 짜서 그 시간 내에 정해진 업무량만큼만 하도록 절제한다.

- 감성 에너지를 충전한다.
뇌의 피로는 이성적인 명령이 아니라 감성적인 충전을 통해서 풀 수 있다. 감성을 충전하기 위해 소통, 취미, 운동, 명상 등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택한다.

- 일 생각을 잠시 멈춘다.
‘멍 때리기’는 좋은 휴식법이다. 10분이라도 짧게 제대로 쉬고 싶다면 컴퓨터도, 휴대폰도 없는 곳에서 잠시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있어보자. 멍 때리는 시간 동안 긴장상태를 유지시키는 교감신경은 낮아지고 휴식 상태를 만드는 부교감신경이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