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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iN 매거진 12월호hi.nhis.or.kr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
커리어 우먼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하이힐. 하이힐을 신을 때면 왠지 더 날씬해 보이는 것 같고, 더 당당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거기에 따르는 고통에 남몰래 눈물 흘린 여성 또한 많으리라. 각종 족부 질환을 유발하는 하이힐, 건강한 발 건강을 위해 꼭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발을 혹사시키는 주범, 하이힐

발도 만성 피로를 느낀다. 평소 하이힐을 즐겨 신거나 힐을 신고 오래 서 있어야 하는 직업을 가졌다면 100퍼센트. 심지어 요즘에는 10cm를 훌쩍 넘는 킬힐까지 유행해 그야말로 지켜보는 사람마저 아슬아슬하다. 살짝 삐끗해도 발목이 부러질 것 같은 무시무시한 킬힐. 하지만 거리에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짧은 스커트에 킬힐을 신은 젊은 여성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처음에는 발이 까지고 아픈 것에서 시작해 점차 종아리가 당기고 허리까지 아파오더니 이제는 발가락이 휘고 걷는 것조차 힘들게 되어 어디에 가더라도 앉을 곳부터 찾게 된다. 아마도 하이힐을 신어본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일 것이다. 실제로 하이힐은 다양한 족부 질환을 유발하는데 대표적으로는 무지외반증, 소건막류, 지간신경종 등이 있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둘째 발가락 쪽으로 휘면서 엄지발가락의 관절이 돌출되거나, 엄지발가락이 둘째 발가락에 엇갈리며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족무지외반, 버선발이라고도 하는데, 좁고 높은 하이힐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초기에는 발이 피곤하고 뻐근한 느낌 정도지만, 증상이 심해지면 엄지 관절 부위에 통증이 생기고 걸을 때마다 통증이 심해져 오래 걷지 못할 수 있으며 심해지면 관절염으로 악화될 수 있다.

소건막류는 새끼발가락이 돌출되어 발의 바깥쪽이나 발바닥 쪽에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무지외반증과 같은 이유로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은 새끼발가락 옆쪽으로 튀어나온 부분이 빨갛게 되고 굳은살이나 티눈이 생기기도 한다. 초기에는 특이한 증상이 없으나 점차 통증이 생기고 휘어진 각도가 심하면 걷는 것조차 힘들어진다. 요즘에는 키높이 깔창을 사용하는 남성이 늘어 남성 환자도 급격히 늘고 있다고 한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발가락 혹은 세 번째와 네 번째 발가락 사이에서 통증을 느낀다면 지간신경종을 의심해볼만하다. 지간신경종은 발가락 신경이 지속적으로 압박과 자극을 받아 손상되어 딱딱해지고 두꺼워져 염증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심한 경우 불로 지지는 것 같은 통증이나 저림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 질환의 특징은 신발을 벗고 쉬면 통증이 사라지는 듯하다가 발을 주무르면 다시 통증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이제는 흔해진 질환인 하지정맥류 또한 하이힐을 신는 여성이라면 경계해야 하는 질환 중 하나다. 종아리 부근에 혈관이 튀어나오는 현상은 발과 다리의 순환이 잘 되지 않을 때 생기는 하지정맥류의 초기 증상일 수 있는데, 하이힐을 신어 다리와 발에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아 특정한 혈관에 혈액이 급속도로 모이면서 혈관벽을 밀어내 혈관 모양이 기형적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하이힐, 꼭 벗어야 할까?

그렇다면 족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 하이힐을 벗고 낮은 신발을 신는 것이 정답일까? 최근에는 발뒤꿈치에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뒤꿈치에 생긴 염증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신발의 굽이 너무 낮고 얇아 발바닥에 실리는 체중과 충격을 흡수하지 못해 체중이 모두 발바닥에 실려 염증을 유발한 것이다. 때문에 아침에 일어났을 때나 앉아 있다가 바닥에 발을 디뎠을 때 통증을 느낀다면 발뒤꿈치에 염증이 생긴 것은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발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것일까? 가장 좋은 방법은 굽의 높이가 3~4㎝ 정도로 적당해 충격을 잘 흡수하며 굽이 다른 여러 종류의 신발을 번갈아 가며 신는 것이다. 낮은 로퍼부터 운동화, 하이힐까지. 발이 많이 피로한 날이라면 족욕을 하는 것도 좋은데 따뜻한 물에 오일을 몇 방울 떨어뜨린 후 휴식을 취하면 발뿐만 아니라 몸 전체의 혈액순환에 좋다. 또 발이 피로해지면 신발을 잠시 벗어두고 발가락 사이를 벌려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통증이 지속된다면 전문의와 상담을 하는 것이 좋다. 족부 질환의 경우 참다가 심한 변형이 찾아온 후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조기에 발견하면 비교적 치료도 쉽고 치유 경과도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발에는 26개의 작은 뼈와 33개의 관절, 214개의 인대와 38개의 근육이 존재한다. 발은 단순히 우리 몸을 지탱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심장 다음으로 우리 몸에서 혈액을 조절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을 우리 몸의 또 다른 심장이라고 부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