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투구를 번쩍이는 대게가 영덕 강구항에 품질별, 등급별로 쫙 펼쳐지고, 한바탕 경매가 벌어진다. 대게는 크다고 무조건 맛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국산 대게는 배가 상아빛을 띠고 있다. 수입 대게, 주로 러시아산은 배가 붉은 색을 띤다. 배에 검은빛이 도는 것은 신선도가 떨어지므로 피한다. 또 배를 눌러봐서 딱딱해야 살이 충실히 차 있는 것이다. 더리의 움직임과 색깔도 대게의 싱싱함을 구별하는 척도이다. 다리를 활발하게, 특히 집게다리를 부지런히 움직이면 싱싱?. 다리는 몸통에 비해 가늘고 긴 것이 좋으며, 색깔은 불그스름해야한다.
경매가 마무리되면 이제 시작은 찜요리 천국으로 바뀐다. 찜요리를 하는 이유는 대게의 조리법이 까다롭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게는 찌기전에 뜨거운 물을 입에 부어 죽여야 한다. 살아 있는 채로 찌면 대게가 찜통 안에서 몸을 비틀어 다리가 떨어지고 몸 안의 게장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제대로 된 맛을 볼 수 없고 보기에도 좋지 않다. 대게는 다리 하나라도 떨어지면 가치가 현격하게 떨어진다. 찜통에 김이 날 정도로 물을 끓인 뒤 대게를 넣을 때는 반드시 배가 위쪽으로 오도록 얹어야한다. 배를 아래쪽으로 넣으면 게장과 진액이 밑으로 빠져 나가 버린다. 대게를 찌는 물을 끓일 때는 소금 약간과 청주 한두 방울을 떨어뜨리면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아쉽게도 게를 먹기 주저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유는 먹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포크가 제공되지만 그 놀림은 어색하고, 어떻게든 다리살을 먹었따 해도 몸통은 주저하다 포기하곤 한다. 그러나 게는 껍질만 빼고 모두 먹을 수 있다. 다리살은 맨끝 마디를 부러뜨려서 당기면 살 전체가 통채로 빠져 나온다. 몸통은 게뚜껑을 연 후, 연한 겉껍질을 하나하나 벗기면 맛있는 몸통살이 드러난다. 게장은 참기름을 몇 방을 떨어뜨려 공기밥과 비벼 먹는다. 이러한 코스의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수할 만큼 대게는 단백질의 함량이 많고 지방 함량은 적은 훌륭한 식품이다. 특히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해 발육기 어린이에게, 소화가 잘 돼 회복기 환자에게 좋다. 알코올 해독 작용이 있어 술안주로도 좋으며, 가슴이 메이는 증세를 풀어주고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한다. 세포를 활성화하는 핵산이 많이 들어있는 알은 노화를 방지한다. 먹고 버리면 그만일 것 같은 껍질 역시 이로움을 선사한다. 게 껍데기에서 얻어낸 케토산은 탈콜레스테롤 작용, 항암 작용, 혈압 상승 억제 작용, 간 기능 개선 작용 등을 하여 매우 귀중한 재료로 각광받는다.

몸통에서 뻗어나간 8개의 다리가 대나무처럼 곧다 하여 붙여진 이름, 대게는 그 성성한 다리에서 느껴지듯, 인간의 힘으로 조절하는 양식이 불가능한 생물이기도 하다. 게를 관찰해보면 집게다리와 보각이 없는 것도 상당히 많다. 이는 게가 물고기에 물리거나 바위에 낄 때 목숨을 걸고 스스로 집게다리나 보각을 잘라 떨어뜨리고 도망간 것이다. 이를 자절(自切)이라고 하는데, 싱싱하면 싱싱할수록,상처받으면 상처받을수록 게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돌파구를 찾아간다. 양식도 어렵다.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때까지 게의 필요한 성장 기간은 너무 길고 어린 게는 서로 잡아먹기 때문에 시설을 이용한 양식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자연의 순리에 따라서만 즐길 수 있는 대게는 광복 전까지 우리나라의 풍부한 수산자원이었으나 광복 이후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하여, 영덕대게의 경우, 매년 6월부터 10월까지 포획 금지 기간을 설정해 보호하고 있다.
대게가 감소한 이유 중 하나는 바다 환경의 오염이다. 바다 밑 환경을 더럽히는 오염 물질 때문에 영덕대게는 서서히 바다 환경이 깨끗한 일본 지역으로 서식환경을 옮기고 있다. 몇 년 전, 드라마 <대장금>에서 '울진대게의 맛은 임금님도 경탄해 마지 않는다.'는 대사를 두고 영덕군과 울진군이 티격태격할 만큼, 대게는 어획량과 품질을 두고 지역간 자존심 대결을 벌인지 오래다. 그러나 자연 그대로에서 받았으나 그 자연을 돌보는 실천은 어느 쪽도 쉽사리 찾아보기 어렵다. 담백하고 살이 꽉 찬 대게가 왕돌잠에서, 무화잠에서 대대손손 번창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