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f다운 상단이동
이전페이지 다음이지
서브비주얼
끔찍한 마음의 상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 정신건강의학과 박재섭 교수

심각한 외상에 대한 후유증으로 나타나는
질환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재섭 교수로부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해 들어보았다.

질문이미지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어떤 질환인가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란 심각한 외상을 경험한 후에 반복적으로 사건을 회상, 기억이 떠오르는 것에 대한 회피, 심한 각성 상태 유지, 부정적인 정서 상태 등의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여기서 외상이란 범죄, 전쟁, 폭행, 납치, 자연 재해 등과 같이 목숨을 잃을 뻔하는 것, 심한 부상을 당하는 것, 사망사건에 노출되는 것, 혹은 성폭행과 같은 충격적인 경험을 하거나 이와 연관된 상황에 노출되는 것 등을 의미합니다.

이미지

질문이미지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왜 생기나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특정 외상 사건이 주요한 유발인자입니다. 과거에는 외상에 대한 정신적인 반응이라 생각하였으나, 최근의 동물 및 임상연구들은 여러 신경전달물질 체계와 불안/공포와 관련된 뇌 부위의 이상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관련성을 보고하고 있습니다. 한 부분의 이상이라기보다는 여러 신경전달물질(노르아드레날린, 도파민, 내재성 오피오이드 등)이나 편도체,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피질축 등 다양한 뇌 부위의 이상이 함께 작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자율신경계의 과활동 역시 중요한 요인으로 보고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외상 사건을 경험한 모든 사람에게서 발병하지는 않은 것을 고려하면 외상 사건 외에도 외상 사건의 주관적 의미, 아동기의 외상 경험, 부족한 가족/사회적 지지체계, 유전적 취약성, 최근에 스트레스가 되는 생활의 변화, 과도한 알코올 섭취 등 심리 사회적 요인도 발병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이미지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증상은 무엇인가요?

이미지2 사고 후 침습 증상에 의한 반복되는 재경험, 사고와 관련된 자극의 회피, 사고와 관련된 인지나 기분의 부정적인 변화, 과도각성과 교감신경 항진 관련 증상 등이 있습니다. 원하지 않아도 고통스러운 기억이 떠오르거나 사건과 관련된 꿈을 꾸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외상이 지금 당장 다시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느끼고 행동하는 플래시백(flashback)을 겪기도 합니다. 외상과 관련된 행위나 생각을 피하고자 노력하고, 사고 관련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앞으로의 미래가 없는 듯한 느낌이나, 현실에 대해 무관심해지거나 비현실감을 느끼기도 하고 감정 표현이 둔해지기도 합니다. 외상과 관련된 자극에 노출된 후 심리적, 생리적 스트레스 반응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도 불면, 과다각성을 겪고, 작은 자극에도 과도하게 놀라거나 분노를 표출하기도 합니다.

질문이미지치료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합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치료에는 약물치료와 정신치료를 포함한 치료과정,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심리 교육이 중요합니다. 또한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정신질환이라는 낙인(stigma)을 없애고 궁극적으로는 사회와 재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정서적 조절과 안정을 우선시하는 안정화를 잘 시행하는 것이 향후 치료에 매우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안정화를 위해 외상에 대한 일반적인 반응을 설명하며, 환자의 반응이 정상적이며 자연스러운 것임을 강조하고 앞으로의 치료 방법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증상을 유발하는 요인을 찾고 요인별로 대처 방법을 함께 찾아나갑니다. 과거 외상 경험의 기억에 빠지지 않고 현재에 머무를 수 있도록 시각적, 청각적, 신체적 감각을 이용하는 착지연습, 불편한 생각, 감정, 감각을 조절할 심상을 훈련하는 봉인연습 등을 같이 하게 됩니다. 일부 환자에서는 안정화를 잘하는 것만으로도 회복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안정화가 잘 이루어진 다음에도 증상이 지속되고 있는 경우에는 노출치료, 인지처리치료를 포함한 인지행동치료와 정신역동적치료, 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 EMDR)와 같은 치료가 효과적입니다. 이러한 치료에 효과가 없거나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약물치료가 효과적입니다. 흔히 우울장애, 공황장애 등에서 많이 사용되는 SSRI 계열의 약물들이 증상을 감소시켜준다고 잘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증상이 다양한 만큼 증상에 따라 다양한 약물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증상이 매우 심각한 경우나, 자살이나 폭력의 가능성이 큰 경우에는 입원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지

질문이미지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예방할 수 있나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분명한 외상 사건이 발생한 후에 생기기 때문에 다양한 예방법들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외상적 경험을 한 사람을 대상으로 사건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디브리핑(debriefing)이 유용하다고 생각되었으나,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최근에는 무조건적인 사용은 권장하지 않습니다.

외상을 겪은 직후에는 우선 물리적으로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며 의사소통, 사회적 지원, 의료적 지원이 제공되어야 합니다. 외상과 관련된 불필요한 자극, 기자나 구경꾼, 지나친 방송 시청 등 외상을 떠올리는 상황들로부터 보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외상을 겪은 환자를 처음 마주하였을 때 지지적인 태도를 갖추어야 하며, 외상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안정화 기법 등 다양한 대처전략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이때 환자가 자신이 겪은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반드시 환자가 자신이 원하는 때에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일 환자의 의지에 반하여 억지로 외상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을 때는 도리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발생 위험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이후에는 훈련된 전문가가 시행하는 구조화된 인지행동치료 프로그램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