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날, 바깥에서 오랜 시간 있다 보면 손발이나 귀, 코끝이 얼얼해지며 따끔거리다가 감각이 무뎌지는 느낌이 들곤 한다. 이러한 증상이 오래되면 동상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동상이란 우리의 신체가 이처럼 차가운 곳에 오랫동안 노출되게 되면서 혈액 순환이 떨어지고 피부와 신체의 조직들이 얼어붙고 심하면 괴사가 되면서 발생하는 병이다.

과거에는 아주 흔했으나, 최근 줄어들다가 주로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과정에 한 번씩 발생하면서 새로이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의 동상은 영하의 외부 온도에서 상당히 오랫동안 노출되었을 경우 발생하지만, 바람이 불거나 매우 낮은 온도에서는 짧으면 수 분만에 발생할 수도 있다.

보통 섭씨 5도 이하의 온도에서 혈액 순환이 저하되기 시작해서 신체조직의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면 얼게 되는데, 특히 젖은 옷을 입고 있거나 차가운 금속에 오랫동안 접촉해 있으면 더욱 빨리 열이 빠져 나가면서 쉽게 동상에 걸린다. 또한 건강한 젊은이보다는 소아와 노인이, 그리고 당뇨병, 갑상선질환, 심장질환, 뇌졸중, 영양실조 등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동상에 걸릴 위험이 높고, 건강한 젊은이 중에서도 동절기에 훈련을 받는 군인이나 산악인은 조심해서 관리하지 않으면 동상에 걸릴 수 있다.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것 또한 혈액 순환을 떨어뜨려 동상에 걸리기 쉽게 하는데, 회식에서 만취한 상태로 귀가하다 길거리에서 지체하거나 잠들게 되면, 동상은 물론이고 생명까지 잃는 경우가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최근에는 스키, 스노우보드, 빙벽 등반 등 겨울 스포츠가 성행하면서 보호 장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아 가벼운 동상에 걸리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동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방한, 방풍이 잘 되는 옷과 장갑, 양말, 부츠를 착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두꺼운 옷 하나를 입는 것보다는 여러 겹의 옷을 겹쳐 입고, 가죽 장갑보다는 털장갑이 동상 예방에 더 좋다. 바람이 심할 때는 기온보다 신체를 더 차갑게 만들므로 손과 얼굴, 목, 귀를 잘 덮어 찬바람으로부터 보호한다. 적절한 혈액 순환을 위해 손발이 꽉 조이지 않도록 하고, 젖게 되면 동상이 훨씬 잘 발생하므로 젖어 있지 않도록 주의한다. 행군을 하거나 등산을 할 때는 물과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고, 젖은 옷과 양말을 자주 갈아입어야 한다. 매우 추운 곳에서 얼굴이나 손발을 아예 씻지 않도록 한다.

어쩔 수 없이 오랫동안 추위에 노출되어 동상의 가능성이 많아질 경우는 얼얼하고 감각이 둔해진다고 해서 손바닥으로 비비거나 얼음이나 눈을 뭉쳐서 마사지하는 것은 금물이다. 차가움에 잠시 통증이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오히려 얼어붙어 약해진 피부가 손상되기 쉽고 세균에 감염되어 동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동상에 걸렸을 것 같으면 최대한 빨리 덥혀주는 게 좋다. 동상의 초기 단계에서는 간지럽고 따끔거리다가 감각이 무뎌지면서 빨갛게 부어오르는 데, 젖은 옷은 벗기고 마른 천으로 따뜻하게 감싸서 따뜻한 실내로 이동한 후 동상 부위를 조이고 있는 옷, 장갑, 양말, 신발을 벗긴다. 피부색이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40-42도 정도의 따뜻한 물에서 20-30분간 녹여준다. 이 때 빨리 덥힌다고 불길을 직접 쏘이거나 너무 뜨거운 물을 사용하게 되면 이를 느끼지 못해 오히려 손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42도 이상의 물이나 불길을 직접 쏘이지는 않도록 하고, 덥혀진 부위가 다시 차가와지면 동상이 더욱 빠르게 악화되므로 지속적인 보온에 주의해야 한다.

동상을 입은 부위가 회복되면 피부는 붉어지고 말랑말랑해지며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동상이 발생한 것 같으면, 가능하다면 먼저 그 부위를 이렇게 덥혀주도록 하고, 이와 함께 병원을 방문해서 치료와 2차 감염을 예방하여야 하는데, 손상된 부위가 움직이지 않도록 부목으로 고정하고 손가락/발가락 사이에 두툼한 천을 끼워 놓고 모포로 조이지 않게 따뜻하게 감싸서 데려가도록 해야한다. 특히, 물집이 생겼거나 감각이 없고 반점이 나왔다면 2도 이상의 심한 동상이므로 가능한 빨리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동상은 한번 발생하면 후유증도 많고, 고생을 오랜 기간 하게 되므로 가능한 예방에 신경 써야 한다. 겨울 야외 활동을 동상 때문에 줄일 필요는 없겠지만, 항상 적절한 보호장구와 보온에 신경써야 한다.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조비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