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까지만 해도 드라마 주인공은 대부분 시련을 속에서도 반듯한 이미지를 잃지 않는 캐릭터가 많았다. 1990년대 ‘X세대’가 등장하면서 주목받았던 김호진은 그 틀을 깨버린 배우 중 하나다. 감각적이고 거침없는 그의 모습은 당시 젊은이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세월이 흐른 지금도 자신의 길을 거침없이 열어가고 있는 김호진을 만난다.
요즘 그를 따라다니는 호칭은 세 가지다. 하나는 배우 김호진, 다른 하나는 MC 김호진, 나머지 하나는 교수 김호진이다. 1991년 KBS <맥랑시대>를 시작으로 <목욕탕집 남자들>, <화려한 유혹>, <모두 다 쿵따리> 등 다양한 드라마에 출연한 그는 지난해 tvN 드라마 <멜랑꼴리아>에도 등장했다. 그런데 <멜랑꼴리아>에서 그의 모습은 이전과 사뭇 달랐다.
“<멜랑꼴리아>의 백민식 역은 대중이 생각하는 저의 이미지와도, 제가 주로 연기했던 캐릭터들과도 다른 부분이 많았습니다. 우선 20대 아들을 둔 중년 아버지였고 자식을 위해 고지식한 모습을 보이는 캐릭터였죠. 그동안 젊은 아빠, 부드럽고 다정한 남자를 많이 연기했기에 백민식 역은 저나 시청자들에게 다소 낯설었어요. 하지만 배우로서 늘 변화하고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백민식을 연기하며 여러모로 많이 생각하고 배울 수 있었어요.”
그는 예능 프로그램의 진행자로도 꾸준히 활약해왔다. <찾아라! 맛있는 TV>, <올리브쇼>, <생생정보마당>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었으며, 현재도 TV조선 <건강면세점>의 진행을 맡고 있다. 또한 두원공과대학교 공연영상예술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후배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데뷔는 배우로 했지만 초창기부터 진행을 많이 했습니다. 1994년에는 KBS 라디오 <밤을 잊은 그대> DJ를 맡기도 했고요. MC 김호진으로 활동하면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고 즐겁고 편안하게 카메라 앞에 설 수 있어 배우와는 또 다른 매력이 느껴집니다.”
대학교 1학년 때 광고 촬영을 통해 활동을 시작했으니 김호진의 연예생활은 햇수로 벌써 34년이 됐다. 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계기는 1991년 KBS 14기 공채 탤런트에 합격하면서였다. 14기는 김선영, 김정균, 김정난, 노현희, 손현주, 이병헌 등 스타들이 즐비한 막강 기수였다. 하지만 쟁쟁한 동기들 사이에서 김호진은 자신만의 색깔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1990년대 X세대가 큰 각광을 받으면서 자유롭고 감각적이면서 반항적인 이미지도 갖고 있는 김호진이 젊은이들의 표상으로 자주 거론됐다.
“어릴 때 형제 없이 혼자 자랐어요. TV와 연극, 영화가 제게 많은 영향을 줬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배우의 꿈을 갖게 됐습니다. 데뷔 후 1993년부터 1997년까지 늘 작품이 기다리고 있어 한시도 쉬어본 기억이 없어요. 스케줄을 단 하루 조정하기도 힘들었고 며칠씩 집에 못 들어가는 경우도 많았죠. 다시 그때처럼 하라면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하하).”
시간이 흘러 청년 김호진은 중년이 됐고, 주인공이던 배역은 주인공의 형, 삼촌 그리고 최근에는 아버지로 옮겨갔다. 하지만 그는 연기를 할 때면 여전히 뛰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좋은 작품을 보면서 영감을 받는 일, 좋은 배역을 연기로 옮기는 시간들이 그의 34년 세월을 오롯이 채우고 있는 것이다.
정신없이 바빴던 청춘을 보내고 이제야 비로소 세월이 많이 흘렀음을 실감하고 있다는 김호진. 하지만 53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그는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그의 남다른 동안 외모는 최근 MZ세대들 사이에서 배우 유아인과 닮은꼴로 언급되며 화제를 모았다.
“유아인 배우와 형제처럼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같은 작품에서 형제 역할을 해보면 좋겠다 싶더라고요(하하). 동안의 비결을 묻는 분이 많은데 무엇보다 잘 자고 잘 챙겨먹는 것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인 것 같습니다.”
김호진의 건강 비결은 단순하지만 막상 실천하려면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배우, MC, 교수 등 여러 역할을 동시에 해야 하기에 건강관리에 쏟을 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다양한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걷기와 줄넘기, 근력운동 등을 하고요, 아내와 함께 요가도 즐깁니다. 틈이 나는 대로 부지런히 운동하면서 체력과 건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건강을 지키는 것 못지않게 질병을 예방하고 혹시라도 있을 발병 이후를 대비하는 일도 중요하다. 최근 그는 주변 지인들의 건강 이상 소식을 자주 접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역할과 건강보험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요즘 주변에 들어보지 못했던 암이나 질병을 앓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평상시 건강관리도 중요하지만 질병을 빨리 발견하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그런 면에서 건강검진이 예전보다 많이 활성화된 건 무척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역할도 컸고요. 실제로 얼마 전 공단에 방문할 일이 있었는데 정말 친절하고 업무 처리과정이 신속했습니다. 전 국민이 건강검진의 필요성을 알 수 있도록 공단이 더 힘내주길 응원합니다.”
배우로서 MC로서 그리고 강단에 선 교수로서 김호진의 여정은 계속될 예정이다. 그중 배우로서의 그의 욕심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30년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배역을 맡았지만 아직 해보고 싶은 역할이 많다. 요즘은 보기 어려운 시트콤 장르에 도전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픈 욕심도 품고 있다.
“배우는 늘 변화하고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해보지 못했던 역할을 공부하고 도전해야 하죠. 경력이 오래된 만큼 책임감도 커지고 공부할 부분도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20~30대에는 X세대 김호진이라는 이미지가 컸다면, 지금은 제 나이의 캐릭터를 배우 김호진으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끝으로 그는 기나긴 코로나19 시국에도 일상의 작은 행복들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있는 <건강보험> 독자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의 제약이 많은 상황이지만 이럴 때 일 수록 가까운 주변을 돌아보고 일상의 행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건강보험> 독자 여러분도 그간 하지 못했던 많은 일들을 이루시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건강은 예방이 중요합니다. 건강검진 꼭 받으세요!”
젊은 시절엔 자유로움 그 자체의 상징이었던 김호진. 이제 50대가 된 그에게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성숙한 자유로움이 엿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젊은 김호진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