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 비운의 임금이라 불리는 조선 제6대 왕 ‘단종(1441~1457)’이다. 숙부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영월로 유배 온 어린 왕의 슬픈 이야기가 곳곳에 스며 있는 땅. 하여 영월에는 그리움, 애잔함, 슬픔 같은 감정들이 묻어 있다. 오늘날의 영월은 현대인들의 자발적 유배지다. 청명한 자연 속에서 걷고 사색하고 별마로천문대에 올라 밤하늘의 별을 헤아리다 보면 여러 가지 마음의 짐들이 한결 가벼워진다. 참새가 방앗간 가듯 영월행 짐을 싸는 이유다.
서울에서 강원도 영월까지, 막히지 않을 경우 2시간 30분이면 닿는다. 그리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경계에 영월이 있다. 그러나 영월은 조선 시대만 하더라도 죄인들을 변방이나 외딴 섬으로 보내는 유배지였다. 지금도 영월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소박하고 친근해서 순식간에 사람의 마음을 열어버린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단종애사가 깃든 유적지들이 영월 곳곳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600여 년 전, 어린 왕의 이야기는 마음의 빗장을 허무는 열쇠로 작용한다.
12세에 왕위에 오른 단종은 숙부인 수양대군(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노산군으로 강봉, 17세의 어린 나이에 유배지인 영월에서 사약을 받고 죽음을 맞이한다. 또 숙종 때인 1698년 비로소 단종으로 추복되면서 단종이 묻힌 곳에 ‘장릉(莊陵)’이라는 정식 능호가 붙었다고 하니 살아서도 죽어서도 슬픈 삶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영월은 단종의 한이 서린 곳이지만, 일찌감치 하늘의 별이 되어버린 그를 잊지 않고 기억하며 한을 풀어주는 곳이기도 하다. 영월군은 단종을 기리기 위해 방울재, 배일치재, 옥녀봉 등 단종이 유배 올 때 지나왔던 길들을 정리해 ‘단종유배길’을 만들었다. 통곡의 길, 충절의 길, 인륜의 길 세 가지 코스로 정리한 단종 유배길에 들러 과거의 시간과 만나보는 것도 영월 여행의 뜻깊은 한 페이지가 될 듯하다.
영월 1경은 단종이 잠들어 있는 장릉, 2경은 유배된 단종이 머물렀던 ‘청령포’다. 남한강 상류에 위치한 청령포는 삼면이 깊은 강물에 둘러싸여 있다. 나머지 한 면도 육육봉이라는 험준한 암벽 때문에 나룻배 없이는 출입할 방법이 없다. 단종의 말마따나 영락없이 ‘육지에 있는 외로운 섬’이다.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배를 타야만 청령포에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손에 잡힐 듯 눈앞에 펼쳐진 청령포에 발을 내리는 순간, 울창한 소나무 숲이 사람을 반긴다. 소나무 숲 사이로 600년 수령을 자랑하는 천연기념물 제349호 ‘관음송’이 30여m 높이로 우뚝 솟아 있다. 단종의 유배 생활을 모두 보고 들었다는 의미에서 관음송이라 이름 붙였다 하니 가슴 한편이 먹먹해진다.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인 청령포에는 새벽마다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사람들은 단종의 슬픔이 피어오르는 것이라고 말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더 애잔하다.
고요하게 사색을 즐기기 좋은 청령포
청령포에서 주천면 방향으로 30여 분을 달리면 영월의 핫플레이스 ‘젊은달와이파크’가 나온다. 옛 술샘박물관을 ‘재생과 순환’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새롭게 조성한 곳이다. 2019년 6월 개관한 젊은달와이파크는 입구부터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늘 높이 솟아 있는 붉은 대나무 조형물과 그 너머로 길게 이어진 붉은 길은 일찌감치 인증샷 명소로 등극했다. 강렬한 붉은 색채로 시선을 사로잡는 ‘붉은 파빌리온’, 우주의 행성이 잠시 땅으로 내려온 듯 신비감을 자아내는 ‘목성’ 등 다양한 대지미술 작품들과 전시, 체험이 어우러진 매력적인 곳이다. 목성은 소나무, 박달나무, 참나무 등 강원도에서 나는 나무 200톤을 돔 형태로 쌓아올려 만들었다. 둥근 목성 안에 들어서면 나무 틈으로 영월의 햇살과 바람, 영롱하게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들이 수시로 드나든다. 알 수 없는 평온함과 안정감이 느껴진다.
영월에서 만나는 두 번째 우주는 봉래산 정상에 위치한 ‘별을 보는 고요한 정상’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별마로천문대’다. 영월 제3경이기도 한 별마로천문대는 2001년 10월 개관했다.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로 연간 관측일수가 우리나라 평균(116일)보다 훨씬 높은 196일에 달할 만큼 시야가 맑다.
천체투영실에서는 8.3m 높이 돔스크린에 가상 밤하늘을 띄운다. 겨울철 별자리 공부도 할 수 있다. 날씨에 관계없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천체관측실에서는 실제 천체를 관측한다. 주간에는 태양 관측을, 야간에는 별, 달, 행성, 성단 등을 관측한다. 미지의 세계라 더 신비로운 우주의 실체를 직접 확인해보는 시간이다. 단, 실제 천체 관측은 기상의 영향을 받기에 구름이 많거나 비가 오는 경우에는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한다.
지난해 개관 20주년을 맞은 별마로천문대는 3개월여의 새 단장을 마치고 12월 23일 재개관하면서 볼거리, 즐길 거리가 더 풍성해졌다. 우주의 탄생을 미디어아트로 표현한 프로젝션 맵핑, 별빛 가득한 우주 속에서 별 무리를 지나는 환상 같은 미러룸, 신비로운 우주 현상을 볼 수 있는 홀로그램 등 다채로운 체험이 가능하다. 100% 온라인 예매제로 운영되니, 천문대 홈페이지에서 사전예약 후 방문하면 된다.
전시와 체험을 복합적으로 즐길 수 있는 젊은달와이파크
별을 관측할 수 있는 별마로천문대
영월관광센터
2021년 10월 개관 후 핫하게 떠오르고 있는 영월 관광코스 중 하나.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에 미디어체험관, 전시실은 물론 푸드코트존, 카페까지 두루 갖춰 체험·휴식 모두 가능하다.
강원도탄광문화촌
한때 번성했던 석탄산업의 역사를 들여다보고 체험할 수 있는 복합체험공간이다. 1960년대 영월 마차리 탄광촌의 생활모습을 재조명한 탄광생활관, 실제 갱도를 재현한 갱도체험관 등을 갖췄다.
영월곤충박물관
살아있는 곤충을 직접 볼 수 있는 생물전시실, 신기한 곤충을 모아둔 국내·해외표본전시실, 4D로 느끼는 신기한 자연영상체험관 등 ‘곤충’을 테마로 한 다양한 체험·전시를 진행한다.
동강사진박물관
2005년 개관한 국내 최초의 공립사진박물관. 국내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의 작품, 영월군민 기증 사진, 130여 점의 클래식 카메라 등을 소장하고 있다. 현재 동강사진박물관 소장품전 <한국을 바라본 시선>, <사진기록으로 본 영월>이 전시 중이다.
영월동굴생태관
동굴 내부 생태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석회는 누가 만드나, 숨어 있는 동굴생물, 어두워도 부딪히지 않아, 박쥐에 대한 진실, 신비한 동굴탐험 등 14개 테마로 전시관이 구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