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건강학

낙엽처럼 떨어지는 머리카락 혹시 혹시 탈모일까요?

탈모를 세월의 결과물 혹은 기성세대의 상징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탈모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으며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초래하는 질환이다. 우리가 평소 모발과 두피 상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글. 강진우 참고 자료. 질병관리청,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대학교병원,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우리 모두 신경 써야 하는 질환, 탈모

모발은 두피 보호, 체온 보존, 외부로부터의 충격 완화 등 여러 기능을 수행한다. 하지만 인간에게 있어 머리카락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개개인의 개성을 드러내는 훌륭한 수단이며, 때로는 자신감의 원천으로 작용한다. 없어도 생존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막상 없으면 일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불편을 불러올 수 있는, 우리에게 머리카락은 그런 존재다.

탈모는 이토록 중요한 머리카락을 내 의지와 상관없이 사라지게 만드는 무서운 질환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탈모를 유전 혹은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증상으로 여겼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전혀 다르다. 탈모 환자 수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탈모 치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15년 20만 8,534명에서 2020년 23만 3,194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 중 MZ세대에 속하는 20~30대는 10만여 명으로, 무려 43%에 달한다. 코로나19 확산, 취업난 및 생활고, 미세먼지 증가, 급격한 기후변화 등 다양한 원인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이렇듯 탈모는 일부 기성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고민하고 신경 써야 하는 이 시대의 숙명적 질환이다.

탈모에도 남성형, 여성형이 있다

탈모는 성별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인다. 먼저 남성형 탈모는 유전과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에 의해 모발이 빠지는 대표적 탈모 질환이다. 앞머리부터 정수리에 이르는 부위의 모발이 가늘어지거나 빠지는 것이 특징이다. 시간이 갈수록 앞머리선이 위쪽으로 후퇴하며, 그대로 두면 두피 전체가 훤히 드러나는 대머리로 진행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남성형 탈모는 20대 중반부터 시작되지만, 식생활과 생활 습관이 서구화, 환경호르몬 노출 증가 등에 따라 청소년기부터 남성형 탈모가 진행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편 여성형 탈모는 남성형 탈모와 달리 대머리로 진행되지 않고 앞머리선이 비교적 잘 유지되면서 정수리부터 서서히 모발이 빠지거나 가늘어진다. 여성은 탈모를 유발하는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보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양이 더 많아서 보통 머리숱이 줄어드는 정도에 그치지만, 심한 경우 정수리가 훤히 드러나게 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여성 탈모 환자 수가 전체의 절반에 이르고 있는데, 무리한 다이어트, 스트레스, 과도한 음주와 흡연 등이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동그랗게 빠지는 원형 탈모

갑작스럽게 주변 환경이 변하거나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특정 부분만 동그랗게 머리가 빠지는 원형 탈모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스트레스 때문에 원형 탈모가 발생하는 경우는 전체 환자의 20% 정도이며, 나머지 환자는 유전적 소인이나 자가면역과 관련이 있다. 원형 탈모 환자의 20~30%가 가족력을 갖고 있는데, 현재까지 원형 탈모를 일으키는 유전자 이상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원형 탈모를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은 의외로 자가면역이다. 자가면역은 우리 몸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물질을 이물질로 착각해 공격하는 현상인데, 원형 탈모는 항체가 모발의 일부분을 이물질로 인식해 모발이 우리 몸과 분리되도록 공격함으로써 발생한다. 원형 탈모는 머리가 빠지는 부위인 탈모반이 한 개 이상 생기는 것이 일반적인 증상이다. 자가면역 반응이 심한 환자들은 뒷머리와 옆머리가 남아 있는 남성형 탈모와 달리 두피 전체 모발이 빠지는 전두 탈모나 눈썹, 겨드랑이, 성기 주위 털을 포함한 전신의 털이 빠지는 전신 탈모로 진행될 수 있다. 따로 치료하지 않아도 저절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지만, 전두 탈모나 전신 탈모는 예후가 좋지 못하며 재발 확률이 높기에 꾸준히 두피와 모발을 관리해야 한다.

휴지기와 계절에 의해 발생하는 탈모

농사를 지을 때는 땅의 원기 회복을 위해 일정 기간 아무것도 심지 않는 휴지기를 설정한다. 두피의 모낭도 마찬가지, 사람의 모발은 평균 3년의 생장기, 3주의 퇴행기, 3달의 휴지기 주기를 가진다. 약 3년간 열심히 모발을 생산한 뒤 더욱 건강한 머리카락을 만들기 위해 3개월여의 휴지기를 갖는다. 보통 전체 모낭의 10% 정도가 휴지기에 해당되는데, 갑상선항진증 및 저하증, 출산, 폐경, 영양결핍, 약물복용, 빈혈,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휴지기 모발의 비율이 크게 증가해 머리가 많이 빠지는 경우가 있다. 이를 휴지기 탈모라 부른다. 25~50개의 모발을 부드럽게 당기는 모발 당김 검사에서 10% 이상 머리카락이 빠지면 휴지기 탈모에 해당될 수 있으며, 원인을 찾아 적절하게 교정해 주면 대부분 저절로 호전된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탈모가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여름에 비해 일조량이 줄어들어 남성호르몬의 분비가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가을철에 이러한 현상이 많이 나타난다. 이른바 계절성 탈모다. 호르몬의 변화 외에도, 가을의 큰 일교차는 두피의 유·수분 균형을 무너뜨려 더 많은 각질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각자의 두피 상태에 맞는 샴푸를 선택해 노폐물과 불순물을 꼼꼼하게 세정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탈모를 유발할 수 있는 질환들

탈모가 주요 증상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머리카락을 빠지게 만드는 질환도 있다. 두피에 피부사상균이 감염되어 발생하는 두부 백선이 대표적이다. 피부사상균의 종류에 따라 회색 혹은 붉은색의 병변이 생기고 염증이 심해지면 해당 부위에 부분적인 탈모가 발생하게 된다. 피부에 병변이 뚜렷하게 보이기에 비교적 명확하게 원형 탈모와 구분할 수 있는데, 두피에 직접 바르는 국소 항진균제와 함께 먹는 항진균제도 함께 처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염증이 심해져 영구적인 탈모를 일으킬 수 있다.

발모벽은 머리카락을 반복적으로 뽑는 행동을 보이는 만성 정신적 질환으로, 스트레스, 외로움, 허탈감, 청소년기의 애정문제 등이 주요 원인이다. 머리카락을 뽑기 전에는 불안과 긴장이 증가했다가 뽑고 난 후에는 만족감과 안도감을 느낀다. 이러한 행동은 모낭 손상을 불러올 뿐 아니라 일상생활을 힘들게 하므로, 적절한 약물치료와 행동치료를 병행해 만성화를 막아야 한다.

예방의 우선 순위는 습관 개선

탈모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올바른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취미, 명상 등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충분하고 규칙적인 수면 패턴을 유지한다. 기름진 음식과 설탕 함량이 높은 음식의 섭취를 줄이고, 하루 1리터 이상의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염색, 펌 등의 시술 횟수와 왁스, 헤어스프레이 등의 제품 사용을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두피와 모발의 청결도를 높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머리를 매일 감되 샴푸 전 충분한 빗질로 머리와 두피에 붙은 노폐물을 미리 제거한다. 손가락의 지문 부위를 사용해 두피를 마사지하고 미지근한 물을 사용하며, 린스는 두피에 닿지 않도록 주의해서 사용한다. 샴푸 후에는 습한 두피를 서늘한 바람으로 말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모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한다면 가장 먼저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특히 탈모치료는 하루 아침에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 치료를 받아야만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인내와 의지를 갖고 꾸준히 치료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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