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건강학

늘어난 실내생활 때문에 디스크가 발생한다고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가운데, 목과 허리의 디스크 문제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과연 어떻게 해야 코로나 시대의 디스크 건강을 지킬 수 있을까.

글. 강진우 참고 자료. 질병관리청,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가톨릭중앙의료원

우리의 몸을 유지하는 역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상의 많은 부분이 변했다. 사람들은 개인과 사회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불필요한 접촉을 최소화하는 비대면 환경을 택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도 크게 늘었다. 실내생활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활동량이 줄어든다. 대부분의 시간을 소파 혹은 침대에서 보내기 일쑤고, 그 자세 그대로 책이나 스마트폰을 본다. 오랫동안 책상에 앉아 재택근무를 하거나 게임, 웹 서핑을 즐기기도 한다.

문제는 우리가 무심코 취하는 일상의 자세들이 목과 허리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중 가장 큰 이슈는 단연 ‘디스크(Disk)’다. 흔히들 사람들이 목이나 허리가 아플 때 해당 부위를 부여잡고 “나 디스크 왔나 봐!”라고 말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디스크는 병명이 아니라 우리 신체를 이루는 구조물 중 하나다. 우리나라 말로 ‘추간판’이라고 불리는 디스크는 척추뼈와 척추뼈 사이를 연결하고 있는데, 목과 허리가 유연하게 움직이도록 돕거나 척추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사실 디스크는 병명이 아니다

디스크의 한가운데에는 젤리처럼 찐득찐득한 ‘수핵’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고, 그 주위를 둘러싸는 ‘섬유륜’이라는 두꺼운 막이 있다. 디스크는 사람이 일어나면 중력을 받아 납작해지는데, 때문에 빵빵한 타이어처럼 사방으로 약간 볼록한 형태를 띠게 된다. 탄력성이 있어 웬만한 충격이 가해져도 흡수가 가능하다. 그런데 비스듬히 누워서 고개만 들고 책을 보거나 구부정한 자세로 앉아서 스마트폰을 하는 등 바르지 않은 자세를 오래도록 유지하면 디스크에 무리한 힘이 가해진다.

일례로 목을 바르게 편 상태에서 목 디스크는 5kg가량의 무게를 견디는데, 고개를 앞으로 15°씩 숙일 때마다 하중이 5kg씩 늘어난다. 즉 고개를 30° 숙이면 15kg, 60° 숙이면 25kg의 무게를 디스크가 견뎌야 하는 것이다. 이렇듯 부자연스러운 자세를 오래도록 취하면 무리한 힘이 가해져 결국 원형을 유지하던 디스크의 한쪽이 바깥으로 삐져나온다. 심한 경우 섬유륜이 터지면서 안에 있던 수핵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이것이 우리가 흔히 ‘디스크 왔다’고 표현하는 ‘디스크(추간판) 탈출증’의 실체다.

삶의 질을 좌우하는 디스크 탈출증

디스크 탈출증이 허리에 생기면 ‘요추 디스크 탈출증(허리 디스크)’이고, 목에 생기면 ‘경추 디스크 탈출증(목 디스크)’이다. 디스크 탈출증은 허리에 가장 많이 생기며 그 다음이 목이다. 등 디스크는 신체 구조상 쉽게 발생하지 않는다.

디스크의 일부가 튀어나오거나 섬유륜이 손상돼 수핵이 새면 당연히 디스크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어 전반적인 척추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돌출된 디스크가 신경을 눌러 통증과 저림, 심하면 마비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어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사실이다.

가장 발생 빈도가 높은 허리 디스크 환자에게 발생하는 대표적인 증상은 요통과 다리가 저리고 아픈 증상이다. 환자에 따라 요통이 주 증상인 경우가 있고 다리 통증이 주 증상인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의 허리 디스크는 요통보다 다리 통증이 더 심한 것이 특징이다. 다리의 통증은 허리 혹은 엉덩이에서 시작해 허벅지와 종아리의 뒤쪽과 바깥쪽을 따라 발등과 발바닥까지 내려가는 방사통이 일반적인 증상이다. 대개 한쪽 다리에 통증이 나타나지만 양쪽 모두 통증이 오기도 하며, 신경이 더욱 심하게 눌린 환자는 발 부위의 마비 및 감각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정밀 검사

허리 디스크는 손쉽게 진단 가능하다. 침대에 누워 다리를 쭉 편 뒤 양쪽 다리를 번갈아 들어 올린다. 정상적인 사람은 다리를 70° 이상 들어 올릴 수 있지만, 허리 디스크 환자는 요통 및 다리의 통증 때문에 다리를 높이 들어 올릴 수 없다. 디스크가 왼쪽으로 돌출돼 있으면 왼쪽 다리에, 오른쪽으로 돌출돼 있으면 오른쪽 다리에 문제가 생긴다. 이후 신경 검사, X-ray, CT, MRI 등을 통해 최종적으로 디스크 탈출증 여부와 정도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한편 목 디스크가 발생하면 어깨와 팔, 손으로 뻗어 나가는 신경을 눌러 이 부위에 통증이 생길 수 있다. 디스크의 수핵이 빠져나가면 대개 팔의 힘이 빠지며, 척수가 눌린 정도에 따라 팔에 마비가 오기도 한다. 뇌 쪽으로 향하는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겨 두통, 현기증, 어지럼증, 이명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이와 비슷한 증상이 있을 시 목 디스크를 의심해 보고 정밀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꾸준한 노력이 척추 건강의 지름길

디스크 탈출증이 생겼다고 해서 반드시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불필요한 수술을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수술적 치료와 보존적 치료를 비교한 보고서를 살펴보면, 1년 경과 후 수술했던 사람들이 치료를 택했던 사람들에 비해 통증이 월등히 감소했지만 4년 후에는 두 군 사이의 치료 결과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디스크 탈출증을 예방, 완화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반듯한 자세’다. 컴퓨터를 사용할 때는 자신의 눈높이에 맞춰 모니터 높이를 조절하자. 장시간 앉아 있어야 할 때는 허리를 곧게 편 상태에서 턱을 가슴 쪽으로 10초씩 당기고, 고개를 가볍게 뒤로 젖힌 뒤 5~10초간 자세를 유지하는 등 틈틈이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 엎드려서 책이나 스마트폰을 보는 자세는 척추기립근의 긴장을 유발하므로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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