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소확행

우리들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일상에서 소소하게 누리는
나만의 행복은 무엇인가요?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건강보험> 독자들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고기 굽는 아침 식탁
양은진(경기도 안양시)

12월 중순에 태어난 나는 키가 작아서 학교에 가기 위해 책가방을 메고 집을 나서는 모습이 참 안쓰러웠다고 엄마는 회상하곤 한다. 가방이 나를 이고 가는 것 같았다고. 우리 큰아들도 초등학교 입학 후부터 키 순서로 정한 번호가 만년 2번이었다. 나와 남편의 키가 평균임에도 잘 챙겨 먹이지 못한 때문인가, 아니면 나쁜 거 먹이지 않겠다고 음식을 많이 가려 먹인 때문인가 싶어 자책감이 들었다.

나는 아이들이 사춘기에 들어선 뒤에야 직장을 그만두고 집안일을 시작했는데, 요리 솜씨가 서툰 탓에 끼니때마다 정성을 들여도 우리 엄마가 차려주던 그 품새가 나지 않아 한동안 식탁을 차릴 때마다 아이들 눈치를 보며 호들갑을 떨곤 했다. 그런 엄마의 마음을 눈치챘는지, 막둥이는 형이 손대지 않는 음식도 잘 먹어주고 가끔 엄지도 척 세워 보이면서 힘을 북돋아주어 그럭저럭 그 시기를 버틸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 사태로 아이들의 방학이 무기한 연장되고 개학 이후에도 온라인 수업으로 변경되면서 아침 식사를 위해 식탁에 둘러앉는 시간을 ‘덤’으로 얻게 되었다. 급히 먹고 학원에 가야 하는 저녁 시간 대신, 좀 더 느긋하게 먹을 수 있는 아침에 고기를 굽고 주요리를 선보이면서 우리 집 만찬은 본래 의미인 저녁 식사가 아닌 아침 식사를 의미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아이들의 키가 쑥쑥 자랐다. 오랜만에 학교에 간 아들의 친구들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니 ‘제발 한 끼만이라도’를 외치며 집밥을 먹이고 칼슘 보충을 위해 멸치와 우유를 끊임없이 챙겨 먹인 보람이 느껴졌다. 비록 코로나19 시국으로 남편의 벌이가 시원찮긴 하지만 그것과 아들의 키를 맞바꾼 거라면 나는 기꺼이 아들의 키를 선택하는 엄마다.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는 것을 몸소 깨닫는 시간이었다.

내 삶에 행복이라는 보너스
박종순(대전시 중구)

40년간 직장 생활을 하고 2년 전 정년 퇴임을 했다.
퇴직 후, 운 좋게 정년이 없는 요양원에 다시 취직했다. 나이 63세에 사회복지사로 출발한 것이다. 사업 계획 수립, 예산편성, 어르신들을 위한 프로그램 계획 및 진행 등 일을 하다 고개 들어 시계를 보면 어느새 퇴근 시간. 또다시 시간 가는 줄 모르는 행복하고 재미있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즐겁고 행복한 건 어르신들과 함께할 때다.
먹는 것 외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5분 간격으로 “밥은 언제 줘요?”라고 물어보는 어르신, 누군가가 한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해서 따라 하는 어르신, 진지 잡수셨느냐고 안부를 물으면 “밥을 안 줘서 뱃가죽이 등가죽에 붙었다”고 하는 어르신, 하루 종일 씩씩하게 이 방 저 방 배회하는 어르신, 늘 화난 표정이었다가 최근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한 어르신…. 치매라는 아주 나쁜 강도가 어르신들의 뇌를 망가뜨려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살고 계신 어르신들이지만 내겐 한 분 한 분 모두 예쁘고 사랑스럽기만 하다.
어르신들과 자연스러운 스킨십도 하고 편안하게 대화하다 보면 어르신들도 내 옷매무새를 다듬어주시고, 머리카락도 만져주시면서 나를 아껴주신다. 지난 40년간 직장 생활을 할 때도 매사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그때는 일하면서 보람은 느꼈을지라도 행복감은 느끼지 못했는데,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지금은 일에 대한 보람은 물론 행복감을 느낀다. 다시 생각해보면 내가 어르신들을 보살펴드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어르신들이 나에게 선물을 주고 계시는 듯하다. 내 삶에 행복이라는 보너스를 말이다.

여러분의 ‘소확행’은 어떤 것인가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을 줄여 소확행이라고 합니다. ‘우리들의 소확행’은 거창하지는 않지만 일상에서 소소하게 누리는 나만의 행복이 무엇인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독자 여러분을 위한 지면입니다.
여러분의 작은 행복 이야기를 <건강보험>에 보내주세요. 채택되신 분께는 소정의 모바일 상품권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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