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소확행

우리들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일상에서 소소하게 누리는
나만의 행복은 무엇인가요?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건강보험> 독자들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재봉틀을 돌려요
서지영(경북 상주시)

친정아버지가 “내가 없어도 버리지 말고 꼭 챙겨라!”
하고 말씀하시던 기억이 나서 재봉틀을 집에 가져왔다. 받침대가 낡아 밥상에 얹어 고정하니 누가 봐도 쓰레기라고 생각할 만큼 지저분해 창고에 처박아뒀다.
어느 날 문화센터에서 재봉하는 방법을 알려준다기에 수강 신청을 한 뒤 짬을 내어 다니면서부터 낡은 재봉틀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낯설기도 하고, 재봉틀 다루는 법을 왜 배울까, 이게 필요하기나 할까 싶어 하는 둥 마는 둥 했다. 그런데 하다 보니 재미가 생기고 실력도 늘어 이제는 자잘한 생활용품부터 집에서 편하게 입는 옷 정도는 만드는 수준이 되었다. 얼마 전에는 김장할 때 쓰라고 두건을 만들어 친구들에게 하나씩 선물로 주었다. 친구들은 “이런 선물 대박”이라며 좋아했다. 친구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직접 만들어 생활에 활용해보니 옷이나 생활용품을 구입하는 비용도 줄어들고, 생활 소품을 예쁘게 만들어 집 안을 장식하니 한결 온기가 돌았다. 물건을 습관적으로 사곤 했는데, 이젠 그러지 않는다.
엄마만큼 집안일에 열심이던 아버지가 돋보기를 쓰고 실에 침을 발라가며 바늘에 끼우던 모습이 생각날 때면 눈시울이 붉어지곤 한다. 왜 재봉틀을 꼭 챙기라고 했는지 그 마음이 이해되는 걸 보면 철이 좀 든 것 같기도 하다. 알뜰하게 사는 법을 가르치고 싶으셨던 게 아닐지.
장롱에 옷이 가득한데도 싫증 나면 마구 버리던 나. 재봉틀을 돌려가며 아이들에게 직접 만든 옷을 입히니 절약도 되고, 나날이 실력도 느니 요즘은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들들들~” 재봉틀 소리를 듣다 보면 스트레스도 풀리는 듯하다. 가지각색 예쁜 실로 짓는 여러 가지 ‘내 손 작품!’에 오늘도 감탄하면서 알뜰함을 유산으로 물려주신 아버지께 감사드린다.

그리운 이름, 시할머니
권금옥(서울시 종로구)

시할머니!
호칭만 들어도 어렵고, 부담스럽고, 가까이할 수 없는 느낌이지만, 내게 시할머니는 정말 각별한 존재다. 그립고 존경스러운 나의 시할머니.
얼마 전 93세인 할머니가 천국에 가셨다. 늘 당신이 소원하던 대로 잠자듯이 평온하게. 지팡이를 옆에 놓고 신발을 신으려고 걸터앉은 채 문에 기대어 그렇게 가셨다.

내가 시집왔을 때 시할머니는 80이 넘은 연세였다. 우리 집과 할머니 댁이 가깝다 보니 다른 손주들보다 한 번이라도 더 할머니를 뵈러 가곤 했다. 내가 온다는 얘기를 들으면 할머니는 텃밭으로 나가 상추와 깻잎을 따서 여러 보따리를 만들어놓으셨다.
“네가 올라온다는 얘기를 듣고 허리 한 번 펴지 않고 땄다”고 말씀하시며, 이웃과 나눠 먹으라고 그 많은 보따리를 손에 들려 보내셨다. 할머니 생신 때는 내가 사드린 빨간색 스웨터를 곱게 입고 나오셔서 “얘가 사준 스웨터인데, 90이 넘은 내가 입어도 될까?” 하시며 자랑하셨다. 밝게 사시던 할머니의 입가에는 항상 미소가 흘렀고, 돌아가시기 전날까지 부엌살림에서 손을 떼지 않을 정도로 건강하셨다.
친정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내가 몸져누워 있을 때 할머니는 한걸음에 오셔서 내 손을 끌고 당신의 단골 한약방에 데려가 한약을 지어주셨다. 명절 때 드린 용돈을 쓰지 않고 모아뒀다가 손부에게 아낌없이 내주시던 분. 설 연휴가 다가오니 그 빈자리가 더 크고 그리워진다.
당신의 손자 때문에 속이 상한 손부가 찾아가 넋두리를 해도 다 들어주며 되레 “너 잘 왔다. 내가 맛있는 거 해줄게”라고 말씀하시던 할머니. 늘 마음을 헤아려주시던 아름답던 할머니가 보고 싶다.

여러분의 ‘소확행’은 어떤 것인가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을 줄여 소확행이라고 합니다. ‘우리들의 소확행’은 거창하지는 않지만 일상에서 소소하게 누리는 나만의 행복이 무엇인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독자 여러분을 위한 지면입니다.
여러분의 작은 행복 이야기를 <건강보험>에 보내주세요. 채택되신 분께는 소정의 모바일 상품권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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