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트러짐 없이 깔끔하게 빗어 넘긴 머리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무용수들이 태평무 한 자락을 선보인다.
치맛자락을 사뿐히 들어 올리며 내딛는 발동작엔 경쾌함이, 어깨를 들썩이며 내젓는 손동작엔 섬세함이 묻어난다. 춤 선이 고운 고전무용 동아리 ‘솔메무용단’이다.
2003년 고양시 행주동 주민자치센터의 고전무용반에서 만난 강사 김순옥(73) 씨와 단원들이 의기투합해 2006년 ‘솔메무용단’을 창단했다. 2010년부터는 지역 동아리 경 연 대회에서 꾸준히 수상하며 출중한 실력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이후 꽃박람회와 행주문화제 등 고양시 대 표 축제와 행사에 빠지지 않고 초대받을 만큼 실력과 인기 를 겸비한 지역 명물로 자리 잡았다. 김순옥 씨는 솔메무 용단의 인기 비결로 끊임없는 연습을 꼽았다. 동아리 활 동이지만 무대에 오르기 위해선 우선 실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말이다. 지금은 잠시 중단된 상태지만 15명의 단원은 무용단 창단 이후 매주 월·수·금요일에 연습을 하 고 있다. 태평무, 살풀이에 진쇠춤까지 이들이 소화하는 안무는 종류도 다양하다. 전통 무용은 기본이고 대중가 요와 접목한 창작 안무까지 관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1년에 30회 이상 공연을 펼치며 행사가 많은 철에는 하루 두 차례의 무대를 소화하기도 한다는 솔메무용단 단원 의 평균연령은 어느덧 60대 중반을 훌쩍 넘어섰다. 연습 에 공연까지 만만치 않은 일정을 소화하기에 지칠 법도 한 데, 단원들은 그저 즐겁기만 하다고 입을 모은다. 16년 이 상 춤을 췄다는 이예자(73) 씨는 고전무용을 만난 건 운명 같다고 말한다.
“무용을 안 배웠으면 노후가 얼마나 허전하고 쓸쓸했을 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춤에 열중하다 보면 문득 가 슴이 뭉클해지는 순간이 있어요.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 간이지요.”
맏언니 임희수(85) 씨는 춤동작 속에 감정을 실어 표출 하기도 하고 눌러 담기도 하면서 마음을 다스린다고 한 다. 동작 하나하나 정성을 들이다 보면 머릿속이 맑아진 다는 것이다. 고전무용이 정신건강에만 좋은 것은 아니 다. 춤 한판 추고 나면 등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는 양옥이 (69) 씨는 무용을 시작하고 체력이 무척 좋아졌다고 한다. 이들에게 무용은 정신과 신체 모두를 건강하게 만드는 최 고 명약이다.
솔메무용단 단원 대부분은 전업주부의 인생을 살았다. 집에서는 손자를 돌보거나 살림하는 엄마지만, 무대에 오 를 땐 아름다운 무용수가 된다. 무용단 활동으로 새로운 인생이 펼쳐졌다고, 주명숙(69) 씨는 말한다.
“젊어서도 못 해본 일을 나이 들어 하니까 더 행복해요. 의 상 가방 딱 메고서 머리‧화장하고 공연하러 갈 때는 으쓱 한 기분마저 들어요. 나를 찾는 곳, 내가 할 일이 있다는 게 굉장한 활력소거든요. 또 가족에게 박수와 응원을 받으면 그것만큼 기쁜 게 어디 있겠어요.”
이순선(74) 씨에게 무용단 활동은 단순한 취미 그 이상이 다. 매주 연습을 위해 서울에서 찾아올 정도. 아마추어 동 아리지만 단원들의 마음가짐은 한없이 진지하다. 코로나 19로 연습이 중단된 뒤 오랜만에 단원들을 만나 행복했 다는 유춘경(64) 씨는 함께 어울려 열정적으로 춤추던 시 간이 그립다고 했다. 솔메무용단의 아름다운 춤사위를 무 대에서 볼 날이 하루빨리 찾아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