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소확행

우리들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일상에서 소소하게 누리는
나만의 행복은 무엇인가요?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건강보험> 독자들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우연히 주운 행복
박진아(경북 포항시)

다시 생각해도 참 신기한 일이다. 며칠 전, 집 근처 마트에 들렀을 때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바닥에 떨어진 봉투가 보였다. 약간 열린 봉투 안에는 돈이 들어 있었다. 봉투 근처에는 아무도 없었다. 순간, 저걸 주울까 말까 고민했다. 내가 가져도 될까 하는 생각도 스쳤다. ‘그래, 일단 주워서 신고하자’ 하며 봉투를 집어 들었다. 눈을 돌리니 안내 데스크가 보여 직원에게 돈 봉투를 주웠다고 말했다. 봉투 안에 든 돈이 얼마인지 함께 확인한 뒤, “주인 꼭 찾아주세요”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걸어오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봉투가 나한테만 보인 게 신기하기도 했고, 내가 주워 신고한 게 다행이라는 뿌듯한 마음도 들었다. 그런데 점점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혹시 주인이 찾으러 와서 금액이 맞지 않는다고 되레 나를 의심하진 않을까? 혹시 마트 직원 중 누군가가 봉투를 갖고 가지는 않을까?

나는 내 생각을 되돌아보았다. 사실, 내가 봉투를 줍기로 결정한 그 찰나에, 나는 이 일을 해결하는 데 발을 들이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봉투를 마트에 맡긴 그 순간, 나는 직원의 양심을 믿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불과 30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그때의 마음이 벌써 달라진 것이다. 이럴 거면 처음부터 경찰에 신고하고 잊어버리는 길을 택했어야지. 어찌 됐든 이제 봉투는 내 손을 떠났으니 주인을 잘 찾아가기만을 바라고, 관련된 사람들을 믿는 일만 남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복잡하던 마음이 조금 정돈되는 기분이었다.

봉투가 주인에게 꼭 돌아가길 바라던 그 첫 마음만을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 준비를 했다. 그런데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바로 돈 봉투의 주인이었다. 그녀는 요즘 같은 세상에 돈 봉투를 다시 찾은 게 정말 놀랍다며 몇 번이고 나에게 고맙다고 했다. 이렇게 금방 주인을 찾다니, 참 신기하고 다행이다 싶었다. 돈을 잃어버리고 아연실색했을 누군가를 구해준 것 같아 나는 기쁜 마음으로 푹 잘 수 있었다.

웃음 주는 착한 이웃
강금숙(경남 진주시)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서먹하지만, 입주자들을 만나면 형식적으로나마 눈인사와 함께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나눈다. 가구점을 운영하는 입주민에게 우연히 가구를 구입한 후 우린 이웃이 되었다.

같은 아파트에 살게 되면서 우리 안주인들은 지인이 별로 없는 이곳에서 동지를 만난 듯 금세 친해져 가끔 모여 막걸리를 마시곤 한다. 사실 친정엄마를 모시고 사는 그 부부가 참 부러웠다. 그 친구의 어머니는 은퇴 후 늘 책을 가까이하며 딸과 하루를 보냈다. 가끔 내 차를 타고 그 친구 남편이 하는 가구점에 가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팔순을 훨씬 넘어 구순을 바라보는 그분은 시력이 좋아 돋보기도 안 끼고 책 읽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보였다. 적적해하던 딸에게 친구가 생겼다며 좋아하시더니 “나도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하시며 웃으시고는 책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는 얼굴이 소녀 같아 보였다. 작은 도시로 시집와서 고생하는 시부모를 보며 정말 알뜰히, 열심히 살아왔다. 그렇게 25년을 보내고 나니 갱년기보다 더 혹독한 우울증이 찾아왔다. 조금씩 술도 마시게 되고 망가진 몸을 볼 때마다 스스로를 챙길 줄 모르는 나 자신을 탓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친구를 만나 동네 산에 함께 오르며 좋은 기운을 받고 늘 웃음을 주는 그 친구가 있어 일상이 즐거워졌다. 그 친구와 있으면 늘 웃게 된다!

‘나도 웃을 수 있구나!’ 하는 새로운 감정을 찾은 듯했다. 아이들이 자라 자신의 삶을 찾아 부모 곁을 떠나고 그 빈자리를 어느 누구도 대신할 수 없음을 인정했다. 이제 그 친구와 또 다른 나를 찾아 나설 때가 아닌가 싶다. 내게 웃음을 주는 착한 이웃을 만나면서….

여러분의 ‘소확행’은 어떤 것인가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을 줄여 소확행이라고 합니다. ‘우리들의 소확행’은 거창하지는 않지만 일상에서 소소하게 누리는 나만의 행복이 무엇인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독자 여러분을 위한 지면입니다.
여러분의 작은 행복 이야기를 <건강보험>에 보내주세요. 채택되신 분께는 소정의 모바일 상품권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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