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아코디언 하면 어린 시절 추억이나 오래된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린다. 하지만 아코디언이 추억 속 물건이 아닌 인생의 새로운 동반자인 사람들도 있다.
아코디언 동호회 ‘아코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회원들의 연주에는 미래가 담겨 있다.
뜨거운 7월의 어느 날, 성남의 분당에 위치한 아코디언 동호회 ‘아코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연습실을 찾아 회원들을 만났다. 60대를 주축으로 한 20여 명의 회원은 4년째 봉사와 연주회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도를 맡은 김에스더 선생님은 아코디언을 배우고자 하는 회원이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회원들의 열정이 대단해 가르치는 보람이 커요. 시니어들은 이해하는 건 빠른데, 손가락이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아 고생을 좀 하세요. 대신 연주에 깊은 감정이 실리는 건 시니어들이 최고예요. 오랜 세월을 살아온 사람만이 자아낼 수 있는 특별한 감동이 있어요.”
3년 정도 아코디언을 연주했다는 지채영(58세) 씨는 처음엔 악보도 볼 줄 몰랐다. 식당 운영으로 손가락도 굳었지만 아코디언을 향한 열정만은 뜨거웠다.
“아코디언이 인생 첫 악기예요. 행복한 노년을 꿈꾸며 열심히 배우고 있어요. 요즘엔 일하다가도 앞치마 두른 채로 손님들 앞에서 종종 연주하는데, 즐거워하는 손님들을 보는 순간이 제 일상의 활력소예요.”
정감이 있는 데다 익숙한 음색을 지닌 아코디언이지만,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악기는 아니다. 많은 회원이 아코디언을 처음 본 순간 매력에 빠졌다고 이야기한다. 동호회에 들어온 지 이제 막 6개월 된 김영미(62세) 씨도 마찬가지다.
“퇴직하고 원래 하던 피아노를 좀 더 배워볼까 하다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악기를 하고 싶어서 아코디언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래서 무작정 동호회를 찾아왔는데, 화려한 생김새와 마음을 울리는 음색에 이끌려 처음 온 날 바로 아코디언을 사버렸죠.”
초등학교 교사이던 곽현옥(60세) 씨는 아코디언이 풍금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풍금 페달처럼 벨로즈(바람통)를 열고 닫으며 공기를 넣어야 하기 때문. 그녀는 온몸으로 벨로즈를 조절하며 감정을 실어내는 것이 풍금과는 또 다른 아코디언만의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100세 시대, 은퇴가 끝이 아니다. 김명수(55세) 씨는 회사 퇴직 후 비로소 인생의 재미를 찾기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악기에 대한 동경이 있었어요. 그때는 형편이 되지 않았고, 사회생활하면서는 시간이 안 됐죠. 10년 전부터 아코디언을 배우고 싶었는데, 퇴직하고서야 배울 수 있었어요. 봉사도 다니고 연주회도 열고, 아코디언과 함께하는 지금이 참 행복합니다.”
동호회에는 70대 회원들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정홍준(71세) 씨는 서울시 주관 행사에도 참여한 베테랑이다. 그는 아코디언으로 건강을 관리한다고 했다.
“10kg 되는 아코디언을 안고 연주해야 하니 체력은 필수예요. 또 양손을 다르게 움직이며 하모니를 만들기 위해서는 집중력도 필요하죠. 음악으로 감수성도 채워주니 건강에 좋을 수밖에요.”
지금으로선 2년간 해온 정기 연주회 개최가 불투명한 상황이라 회원들은 거리 공연을 계획 중이다. 이미 한 번의 거리 공연 경험이 있기 때문에 기대감은 더욱 크다. 아코디언과 함께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시니어들의 열정이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