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핫 스타

흡연 46년 만에 금연 성공한
왕종근 아나운서
“대한민국 5000만 건강지킴이,
국민건강보험 덕분입니다”

특유의 소탈한 모습으로 사랑받는 왕종근 아나운서. 우리는 편안한 사람을 이를 때 “옆집 아저씨 같다”고 표현하는데, 그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수식이다.
이토록 밝고 사랑스러운 옆집 아저씨가 또 있을까? 동네 어귀에서 금방이라도 마주칠 것 같은 왕종근 아나운서를 만났다.

강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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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충렬

왕종근 아나운서
왕종근 아나운서가 코로나19로 고생하는 이들을 위해 ‘덕분에 챌린지’ 포즈를 취했다.
의료진 덕분에, 국민건강보험 덕분에 전 국민이 건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옆집 아저씨의 못 말리는 동네 사랑

왕종근 아나운서는 솔직하고 밝은 사람이다. 방송 종사자 특유의 가식이나 특권 의식이 조금도 없다. 그래서 수다스러움도 사랑스럽다.

“‘철들지 말자’는 게 제 지론이에요. 방송하는 사람인데 철들면 너무 무게감 있고 다운되잖아요. 밝고 호기심 많은 성격 덕에 젊게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나잇값은 안 하고 살려고요.”

반듯한 이미지에 정제된 언어로 말하는 아나운서에서 한 걸음 비켜서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만의 경쟁력이 있다. 대구가 고향인 그는 아나운서 최종 면접에서도 사투리가 튀어나와 떨어졌을 정도로 뼛속까지 경상도 사람이다. 절치부심으로 안동 MBC에 입사하고, 부산·경남을 평정한 뒤 본사로 오는 저력을 보였지만 사투리 억양은 그대로 남았다. 과거에는 사투리가 스트레스였지만 지금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왕종근만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지방에서 올라왔기 때문에 ‘촌놈 정서’를 지니고 있고, 그 정서를 너무 사랑해요. 동네 산책을 하다가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 가족들이 다 함께 밥 먹는 모습을 보면 편안하고요. 그들이 먹는 된장찌개 냄새가 제 코에 와닿는 게 너무 좋아요. 그런 게 사람 냄새 아닐까요?”

왕종근 아나운서

촌놈의 정서는 동네 사랑으로 이어졌다.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홍보대사, 해운대 명예홍보대사를 거쳐 현재 그가 거주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강서지사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본사 발령을 받아서 처음 자리 잡은 게 강서구였어요. 고향 같은 애정이 있어서 제안이 왔을 때 금방 수락했죠.”

자문위원답게 국민건강보험의 우수성에 대한 칭찬이 이어진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정말 세계적이에요. 다른 나라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의 치료가 이루어지지 못해서 난리인데, 우리는 그렇지 않잖아요? 의료 선진국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정말 뿌듯하더군요.”

적잖은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면서도 아깝다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단다. 국민건강보험 홍보대사를 자처하며 주변의 인식 개선에도 열심이다.

“건강보험료 비싸다고 투덜거리는 친구가 있어서 막 야단을 쳤어요. ‘아플 때 다 혜택 보는 건데 그걸 왜 아까워하느냐’고 말이죠.”

국가 금연 프로그램 덕에 46년 차 흡연 생활 청산

요즘 왕종근 아나운서의 건강 화두는 금연이다. 스무 살에 시작해 예순여섯 살까지 즐겨온 담배를 최근에 끊었다. 이제 금연 5개월 차. 46년 흡연 생활에 종지부를 찍으며 만감이 교차하는 얼굴이다.

“사실은 지금도 피우고 싶어요. 근데 참고 있어요. 지금까지 노력한 게 아까워서라도 참게 되더라고요.”

수많은 금연 실패 끝에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운영하는 금연 프로그램을 알게 되면서 다시 한번 시도했고, 이번에는 성공을 했다.

“집 근처 병원에서 참여할 수 있는 12주 프로그램이 있더라고요. 그동안 여러 번 실패했고, 이번에도 당연히 실패할 줄 알았어요. 근데 약 처방 효과가 굉장하더라고요. 다른 분들도 참여해보라고 꼭 권하고 싶어요.”

금연의 계기는 우연이었다.

“모임에 나갔는데, 저만 담배를 피우더라고요. 형님 한 분이 저를 보고 ‘아우님도 담배 끊지’ 하시기에 ‘형님, 제가 이걸 너무 좋아해서 못 끊습니다’ 하고 대꾸했죠. 근데 그 형님이 ‘담배는 이제 유행이 끝났어’라고 선언하는 거예요.”

그분의 말인즉 “흡연이 멋있어 보이는 시절이 있었지.

근데 지금 길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나? 담배 피우면 벌금 물고 주변에서 다 싫어하고 죄인이 되는데, 근데도 그걸 하고 싶나?” 하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마음에 큰 울림이 와서 금연을 시도했고, 현재 최장 금연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의사가 끊으라고 한 것도 아닌데 괜히 먼저 끊었나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왕종근 아나운서의 가족
소프라노 성악가 겸 뮤지컬 배우 출신인 아내 김미숙 씨 덕에 노래는 이들 가족의 일상이 됐다.
성인이 된 왕재민 군도 적극 동참할 정도로 열심이다. 불협화음에서 완벽한 하모니로 발전하는 소리가 가족의 모습과 닮아 있다.
건강 유지 비결은 적당한 긴장감과 자연스러움

올해 67세인 왕종근 아나운서는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그는 “관리가 관리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너무 과한 관리보다 잡초처럼 무던하게 지내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다. 방송하는 사람들의 기본 관리라는 보톡스나 마사지도 그에게는 먼 이야기다.

“저는 ‘왕종근은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네’ 하는 느낌보다는 ‘저 사람도 나랑 똑같이 늙는구나’ 하는 느낌을 주고 싶어요. 그렇게 시청자들과 함께 늙어가는 인간적인 MC가 되고 싶습니다.”

그가 건강 보약으로 꼽은 것도 ‘방송’이다.

“방송이 제 건강을 유지해주는 비결 같아요. 생방송은 적당한 긴장과 스트레스를 주는데, 그때 온몸의 신경세포가 생생하게 살아 있는 느낌이 들거든요. 방송을 통해 만나는 좋은 사람들, 시청자들 반응… 그런 것이 희열과 보람을 주기 때문에 제 얼굴에 미소를 띠게 만들죠. 생방 보약이 있어서 제가 이렇게 생생한 것 같습니다.”

생방송을 건강 비결로 꼽는 왕종근 아나운서는 타고난 방송인이다. 꾸밈없는 그의 미소와 진행 덕에 시청자도 밝게 웃을 수 있다. 그의 진심이 브라운관 너머에도 전해진 것이다. 꾸밈없는 자연스러움은 왕종근 아나운서만의 비책이다. 간단해 보이지만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비결이리라.

사랑하는 가족이 있어 행복한 삶

왕종근 아나운서가 밝히는 젊음의 비결 중 하나는 아내 김미숙 씨다. 함께 방송 출연을 하며 솔직하고 과감한 입담을 선보인 그녀는 띠동갑의 어린 아내지만 남편을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장군급이다. 인터뷰 사이사이 “그 이야기는 커트하는 게 좋다”거나 “너무 가식적으로 웃지 말라”며 거침없는 조언을 한다. 이들은 서로를 장군과 졸개라고 표현했다.

“이 사람이 장군이고, 제가 졸개예요. 저는 졸개로 있는 게 편해요. 머리 쓸 필요 없이 시키는 대로 하면 되잖아요.(웃음)” - 왕종근

“장군과 장군이 만나면 싸움이 끊이지 않겠죠. 그래서 부부는 성품이나 직위의 뛰어남보다 서로에게 얼마나 잘 맞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장군과 졸개라면 환상의 조합 아닌가요?”- 김미숙

아들 재민 군이 장성한 뒤 부부를 이어주는 매개는 두 마리의 고양이(스코티시폴드, 페르시안)다. 왕종근 아나운서의 이른 귀가도 고양이 때문이란다.

“젊을 때는 남편들이 애들 보려고 일찍 퇴근하잖아요. 이제는 술자리보다 고양이랑 노는 게 더 재밌다면서 일찍 귀가한다니까요. 중년 부부에게 반려동물을 강추합니다.”-김미숙

고양이와 머리를 맞대고 아빠 미소를 짓는 왕종근 아나운서. 그를 보니 행복이라는 게 멀리 있지 않다는 말을 알 것 같다. 왕종근 아나운서에게는 아내의 잔소리라는 양념도 빼놓을 수 없다. 그게 사는 맛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