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소확행

우리들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일상에서 소소하게 누리는
나만의 행복은 무엇인가요?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건강보험> 독자들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컴퓨터를 야금야금 깨물어 먹어야지

박정순(인천시 부평구)

마치 누굴 탓하는 넋두리 같지만 우리 연배인 60대 후반 여성의 상당수는 원하는 만큼 교육의 기회를 갖지 못했고, 나 역시 전형적인 ‘산업 역군 세대’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 자식들 건사하느라 힘에 부쳐 허덕이는 부모님을 도와 동생들 뒤치다꺼리하다 보니 결혼도 늦었고, 손에 쥔 것 없이 시작해 가정을 남부끄럽지 않게 일궜다. 뒷바라지를 제대로 해주지 못해 혼자 크다시피 한 아이들이 대견스러운 지금, 이제야 한숨 돌리고 나를 뒤돌아볼 짬이 생겼다. 문득 모든 것으로부터 소외감이 느껴지는 건 세대가 역전된 데 대한 허전함일 것이다.

갈수록 문명에 매여 살아야 하니 가전제품 조작법을 애들한테 물어야 하고, 휴대폰 기능에 대해 수시로 교육받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니 말이다.

이런 사태의 근본 원인은 디지털 시대에 대한 부적응이니 익숙한 것에만 자신 있는 우리 세대도 이젠 새로운 도전 앞에 놓여 있다. 어디를 가나 컴퓨터를 다루지 못하면 문명 장애인처럼 취급하는 세상, 이 나이에 겪는 ‘컴맹’의 비애란 이루 말할 수 없으니 컴퓨터 완전 정복을 목표로 정했다.

하지만 완전 정복은 고사하고 접속 과정에서부터 헤매느라 영어와 낯선 전문용어 때문에 한 가지 배우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마다 평소엔 애굣덩어리인 딸에게까지 퉁명스러운 핀잔을 들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러나 치사하다고 포기하면 나만 점점 도태될 터, 지금이 가장 빠른 선택이라 한 불변의 진리를 받아들이는 수밖에.

한편으론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기계를 능숙하게 다루는 아이들이 어찌나 존경스러운지…. 그들한테 내 자존심을 바친 대가로 겨우 누리꾼 대열에 합류하고 보니 놀라운 신세계가 펼쳐졌다.

인터넷은 이 세상을 가장 작게 압축한 것이었고 모두가 공유하는 정보 창고였다.

오늘은 글 중간에 사진 넣는 방법을 배워보기로 작정했다. 혼자 힘으론 안되니 아이들의 조언이 필요하다.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통에 무릎 아래인 사부님(?)들에게 구박받을지도 모르지만 나에게 또 하나 새로운 삶의 가치를 알게 해 준 아이들아, 정말 고맙구나.

아내와 함께 한 김장

장삼동(부산시 북구)

지난 12월 중순 겨울 내내 식탁에 오를 한국인의 최고의 반찬인 김장을 했다. 수십 년간 아내 혼자 해온 김장이지만 이제 나이도 들고 혼자 하기에는 너무 힘들다 하여 보조로 돕기는 했는데 서투르다고 잔소리는 많이 들었지만 나름대로 보람은 있었다.

여태껏 아내 홀로 만든 김치를 먹기만 했지 김장이 그리 복잡하고 정성과 노력 많이 들어가는지 몰랐다. 배추 절이기부터 각종 양념 준비를 비롯하여 냉장고 속에 들어갈 때까지 과정이 굉장히 복잡했다. 배추는 해남에서 해풍 쐰 것이 좋다며 오래전에 주문해 김장시기에 맞춰 배달시키고 고추를 빻고 마늘을 까며 양념을 무치는 데는 도움을 주었다.

배추 소재료 만들기와 양념비율 맞추기, 양념 무치기 등의 절차가 필요한데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야만 했다. 들어가는 재료만도 고춧가루, 마늘, 생강, 액젓, 새우 젓갈, 생새우, 깨, 매실진액, 쪽파, 배추, 갓, 굴, 땅콩, 찹쌀 등 열 가지가 넘는데에 놀랐다.

늘 밥상에 오르는 가장 친숙한 반찬 속에 이토록 다양한 재료들이 들어간다는 것이 이상스러웠다.

배추를 만드는 과정은 이렇다. 우선 배추의 머리 부분에 칼집을 넣어 반을 갈라 반쯤 녹인 소금이 든 물에 배추를 담갔다가 꺼낸 뒤 남은 소금을 배추 안에 뿌린 뒤 남겨놓은 소금물을 그릇 가장자리에 붓고 무거운 것으로 하루 정도 절인다.

무는 중간 정도 굵기로 채를 썰고 미나리, 쪽파, 갓은 씻어 4cm 길이로 썰며 고추와 식은 밥을 넣어 곱게 갈고 큰 그릇에 모든 양념을 넣고 골고루 섞어 소를 만들었다. 잘 절여진 배추는 흐르는 물에 서너 번 씻어 건져내 짠 물을 빼고 한 시간 정도 물기를 빼두고 배춧잎 사이사이로 소를 넣고 겉잎으로 전체를 싼 뒤 잘 감싼다.

배추를 용기에 담는 것도 꽤나 신경 쓰이는 일이었다. 배추의 가른 면이 위로 가도록 차곡차곡 눌러 담근 후 중간에 석박지 용무를 김치 사이에 박고 남은 김치 잎으로 소를 버무린 그릇을 닦은 뒤에 김치 위를 덮어 공기를 차단시키면 더 맛있게 숙성된다. 하루 정도 실온에서 익힌 뒤에 미리 만들어 식혀둔 육수 두 컵을 김치통 가장자리에 돌려가며 붓고 냉장고에 넣어 익히면 김치가 숙성된다는 것이다.

반나절 가량 치대어 드디어 김장이 끝나고 쌀밥과 미리 준비해 두었던 돼지고기 수육에 온 정성을 다 들여 만든 김장김치에 싸 먹었더니 꿀맛 그대로였다. 과연 김치는 모든 영양소가 골고루 깃든 종합비타민이요 한국인 최고의 반찬임을 직접 체험한 좋은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도 김장 담그기에는 꼭 참여해 아내를 돕는 차원에서 우리 가족 식탁 최고의 찬거리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면서 작은 행복을 느끼게 되리라 본다.

여러분의 ‘소확행’은 어떤 것인가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을 줄여 소확행이라고 합니다. ‘우리들의 소확행’은 거창하지는 않지만 일상에서 소소하게 누리는 나만의 행복이 무엇인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독자 여러분을 위한 지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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