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현 엄마가 아침 일찍 우리 집에 오면 먼저 소금에 절인 배추를 크나큰 바구니로 옮기고 각종 양념 재료를 섞는다. 그리고 그 김칫소를 배추 속에 넣으면서 본격적으로 김장이 시작된다. 남편도 도와준다며 무거운 배추를 옮기거나 그릇도 챙겨 준다.

드디어 김장이 끝나고 저녁 밥상에 김장 김치를 올린다. 온 가족의 젓가락은 새로 담근 김치 그릇으로 몰린다. 이웃집 혜란 엄마도 김치를 두 포기 가져가더니 이틀 만에 동났다며 두 포기를 더 달라고 한다. 평소 밥을 적게 먹던 남편과 우리 아이들도 김장만 하면 한 그릇씩 더 먹는다.

매년 김장 때면 옆집에도 한두 포기 전해준 습관대로 이번에도 갖다주었더니 어떻게 하면 이리 맛있게 담그는지 그 비법을 알려달라고 말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김장을 끝내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그 시절엔 엄마에게 용돈을 받으면 바로 우체국으로 달려가 새로 나온 우표를 사곤 했다. 두 손에 새 우표를 받았을 때의 그 행복감은 요즘 최신형 휴대폰을 샀을 때의 기분과 비슷했던 것 같다. 좋아하는 우표를 하나씩 모을 때마다 조심스레 꽂아둔 우표책은 내게 굉장히 소중한 보물책이기도 했다.

이제는 우표를 사용하는 사람이나 모으는 사람도 드물지만, 나는 여전히 우표라는 이 작은 인쇄물에 빠져 있다. 가끔씩 예전에 내가 모은 우표책을 꺼내 보노라면 그 시절에 무슨 특별한 일이 있었는지, 우표 한 장 한 장에 어떤 스토리가 담겨 있는지 예전의 추억들이 하나둘씩 떠오른다.

어릴 때부터 우표를 모은 추억은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취미 활동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요즘은 어린 내 아이에게 모은 우표를 보여주기도 한다. 아이는 처음엔 관심이 없다가도 나중엔 새로운 것을 볼 때처럼 좋아하는 것 같다. 우표책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신기해하는 아이의 눈빛에서 어릴 적 내 눈빛을 보는 것 같다. 나중에 좀 더 크면 아이에게도 우표를 모으는 취미를 가르쳐줄 생각이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요즘 친구들은 잘 쓰지도 않는 우표를 왜 모으는지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우표 안에 들어 있는 미술 작품과 유명 인물,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보면 나만의 작은 박물관, 미술관을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우표를 수집하고 감상하는 일은 많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나의 행복이자 취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