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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말하는 우울증에 대한 오해와 편견 바로잡기

최근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나 여전히
정신건강의학과 찾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다.
우리 사회에 아직 정신건강을 색안경 끼고
보는 사람이 많기 때문.
이런 때일수록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함께 우울증에 대한
잘못된 시선을 바로잡아본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재섭 교수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재섭 교수
Q “우울증은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병이다. 의지만 강하면 쉽게 털어낼 수 있다”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우울증의 모든 원인이 명확하게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감정과 뇌 기능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의 이상이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즉 다른 치료적 도움 없이 개인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우울증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Q 우울증으로 진단받으면 어떤 치료를 하나요?

약물 치료 외에도 흔히 상담 치료라고 하는 인지 행동 치료나 역동 정신 치료, 대인 관계 치료 등 정신 치료가 효과적입니다. 또 최근에는 경두개자기자극술, 심부뇌자극술, ECT, 광 치료 등 비약물적 치료도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시행되고 있습니다. 우울증의 증상이 다양한 만큼 가장 좋은 치료법이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자신의 증상과 상황에 가장 알맞은 치료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우울증도 초기에 치료받는 게 좋은가요?

증상이 가벼운 초기에 병원을 방문해 치료할 경우 상담 치료나 생활 습관 개선, 스트레스 관리로도 좋아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증상이 심해진 이후 방문하면 대부분의 경우 약물 치료가 필요합니다. 오래 방치할수록 더 많은 약물이 필요하고, 치료 기간도 길어집니다. 심한 경우 입원 치료를 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다른 병처럼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Q 우울증 약은 부작용이 많다고 하던데, 정말 복용해도 괜찮나요?

의사와 상담하면서 처방해준 우울증 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부작용 없는 약은 세상에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많이 복용하는 감기약 등에도 설명서를 보면 많은 부작용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부작용이 있더라도 일시적이거나 약물 중단 후 인체에 미치는 해가 거의 없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적은 게 대부분입니다. 이런 위험성에 비해 약물을 복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더 많기 때문에 처방하는 것입니다. 우울증 약도 마찬가지입니다.

Q 우울증 약은 한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한다고 들었어요.

이러한 걱정 때문에 치료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환자가 임의로 중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때문에 재발 위험성이 높아집니다. 실제로 재발해서 약을 다시 복용하고, 다시 중단하는 악순환을 겪는 경우도 상당수입니다. 걱정과 두려움 때문에 임의로 중단하면 오히려 평생 약을 먹어야 할 위험을 더 높이는 셈입니다. 증상이 좋아진 후에도 우울증이 재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재발이 반복될수록 증상이 만성화됩니다. 항우울제를 꾸준히 복용하면 이러한 위험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습니다. 완치와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증상이 좋아져도 항우울제 복용을 일정 기간 유지해야 합니다. 보통은 6~9개월 이상, 증상이 심하거나 재발한 경우에는 1~2년 이상 복용 기간이 필요합니다.

Q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할 증상이 있다면요?

우울증 증상이 굉장히 다양한 만큼 특정한 증상이 있을 때만 치료를 받는 게 아닙니다. 일상생활이 이전과 달라지거나, 대인 관계를 멀리해서 사회적으로 고립되거나, 직장에서 업무 수행 능력 또는 학교 성적이 떨어지는 등의 어려움을 겪는다면 치료가 필요합니다.

Q 마지막으로 편견 어린 시선 때문에 우울증 치료를 미루거나 병원에 가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해서 우울증 약에 의존하는 것이 아닙니다. 의지가 부족해서 우울증을 극복하지 못하는 것도 절대 아닙니다. 우울증은 누구나 걸릴 수 있고, 우울증에 걸린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