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만남

바른 우리말 사용에 앞장서는 <우리말 겨루기>
엄지인 아나운서의 10월 이야기
“바른 우리말과 바른 우리 몸을
가꾸는 것은 모두 중요합니다!”

10년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온 KBS 프로그램 <우리말 겨루기>는 우리말을 주제로 한 유일한 퀴즈 프로그램이다.
한국 가요에 <전국노래자랑>이 있다면, 한국말에는 <우리말 겨루기>가 있다.
그런 프로그램을 10년 동안 진행하고 있는 엄지인 아나운서는 이제 바른 우리말을 대표하는 얼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글날이 있는 10월이 가장 바쁘다는 엄지인 아나운서를 <건강보험>이 만나보았다.

강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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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충렬

엄지인 아나운서 사진 1
조금 특별해진 그녀의 10월

엄지인 아나운서를 만나고 싶은 이유는 많았다. 하지만 만난다면 언제가 좋을까, 생각해보니 자연스럽게 10월이 떠올랐다. 엄지인 아나운서 하면 <우리말 겨루기>가 자동 연상되고, 우리말·한글·한글날·맞춤법 같은 단어가 연관 검색어처럼 따라오기 때문이다. 엄지인 아나운서에게 처음 연락할 때도 ‘10월 한글날을 맞아서’ 같은 수식을 붙여 인터뷰를 요청했다. 역시 10월은 그녀에게 가장 바쁜 달이었다.
“10월이 제겐 대목이에요.(웃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고요. 최근 2~3년 사이 부쩍 느끼고 있어요. 다양한 섭외 요청이 오는데, 저는 그게 10월에 다 몰리는 편이에요. 10월만 아니면 할 수 있는 스케줄도 10월에 한꺼번에 몰려 본의 아니게 거절하는 일도 생기고요. 개인상은 아니지만 지난해에는 우리 프로그램이 대통령 표창을 받았어요. 그래서 제게 10월은 조금 더 특별해졌습니다.”
예전엔 엄지인 아나운서에게도 10월은 그저 한글날이 있고, 한글날은 쉬는 날일 뿐이었다. 하지만 <우리말 겨루기>를 진행하면서 대통령 표창까지 받으니, 이젠 10월이 조금이 아니라 많이 특별해졌다. <건강보험>도 10월에 만남을 청하지 않았느냐며 그녀는 환하게 웃었다.

녹화 전날 갑자기 맡게 된 프로그램

엄지인 아나운서가 <우리말 겨루기>의 진행을 맡은 지도 벌써 10년 차다. 초등학생부터 고령의 할아버지·할머니까지 온 국민을 열혈 시청자로 둔 국민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처음에는 우리말을 다룬다는 데 부담을 느꼈어요. 아나운서라곤 하지만 방송에 나오는 엄지인과 평소 엄지인은 다르잖아요. 교양 프로도 예능 프로도 아닌 그 중간에서 바른 말을 사용해 진행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고민도 많았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출연하는 분들이 문제를 잘 풀고,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가실 수 있도록 돕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부담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었어요.”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이렇게 오랫동안 진행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녹화 전날 갑자기 진행자가 바뀌면서 투입되었고, 당시 엄지인 아나운서는 신입인 데다 퀴즈 프로그램을 진행해본 경험이 없어 걱정도 많았다. 녹화 전날이면 스트레스를 받기 일쑤였다. 하지만 우리말을 사랑하고, <우리말 겨루기>에 나오기 위해 몇 년씩 준비한 일반인 출연자들을 보면서 점점 용기가 생기고 보람도 느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떤 질문을 해도 “네” 하고 마는 일반인 출연자의 짧은 대답에 식은땀 흘리던 신입 아나운서 엄지인은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갑자기 맡게 된 <우리말 겨루기>는 그녀 삶의 일부가 되었다.

“ <우리말 겨루기>는 우리말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저는 출연자들이 문제를 잘 풀 수 있도록 돕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돌아가실 수 있도록 마음을 쓰고 있어요. ”
엄지인 아나운서 사진 2
엄지인 아나운서 사진 3
무언의 힌트, 들리시나요?

엄지인 아나운서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있다면 아마 <우리말 겨루기>의 우승 비법이 아닐까. <건강보험>이라고 그 질문을 빼놓을 순 없었다.
“일단 퀴즈 프로그램이잖아요. 확실히 방송을 많이 본 분들이 느낌을 잘 아시는 것 같아요. 학교 다닐 때 모의고사를 보는 것처럼요. 전에 우승한 출연자 중에는 작가의 문제 출제 의도까지 파악하고 오신 분도 있었어요. 우리 프로그램은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문제를 출제하는데 사실 ‘기역’부터 ‘히읗’까지 모두 본다는 건 불가능하잖아요. 제가 무언의 힌트를 드리기는 해요.(웃음)”
방송을 많이 본 사람들은 엄지인 아나운서가 이렇게 하면 요렇다, 요렇게 하면 저렇다고 파악도 한다고. 만약 출연하고 싶다면 엄지인 아나운서가 주는 무언의 힌트를 찾아내기 위해서라도 ‘본방 사수’는 필수다. 사실 <우리말 겨루기>처럼 우승자를 예상하기 어려운 프로그램은 없을 거라고, 엄지인 아나운서는 말한다. 의사부터 변호사, 기자나 명문대 학생까지 쟁쟁한 사람들이 출연하지만 늘 예상 밖 출연자가 우승하기 때문.
“가장 기억에 남은 분은 초창기에 우승한 출연자인데,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구두를 닦는 분이셨어요. 아주 순박한 인상의 출연자였어요. 대기실에선 그분이 우승할 거라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죠. 그런데 막상 방송에서 너무 잘하시는 거예요. 조선족 교포 분도 생각나네요. 우리나라 분들과 경쟁해 당당히 우승을 하셨어요!”

급여·비급여도 꼼꼼히 따져요!

엄지인 아나운서의 건강 이야기도 궁금했다. 우리나라 대표 건강 프로그램 중 하나인 <생로병사의 비밀>도 진행하고 있으니까. 그녀는 건강을 자신했지만 아이 둘을 낳고 직장 생활을 병행하다 보니 요즘 체력이 달리는 걸 부쩍 느낀다고 했다.
“육아휴직 없이 아이 둘 키우면서 직장 생활을 하려니, 올 초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부족한 잠이 문제였던 것 같아요. 충분히 못 자니까. 잠이 보약이란 말을 절실히 느꼈어요. 요즘은 안 먹던 영양제도 먹고, 아프면 참지 않고 병원도 열심히 다니고 있어요.(웃음)"
10년간 꾸준히 운동한 그녀는 요즘 헬스장에서 근육운동을 하고 있다. <생로병사의 비밀>을 진행하면서, 근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절감하고 하체 운동을 중심으로 더욱 신경 쓰고 있다. 엄지인 아나운서는 정적인 요가보다는 동적인 웨이트트레이닝이 잘 맞는다고 했다.
“저도 저지만, 두 아이를 키우다 보면 문턱이 닳도록 소아과에 드나들잖아요.(웃음) 병원에 갈 때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건강보험 혜택을 크게 느낄 거예요. 저는 처방전 받으면 급여인지 비급여인지도 봐요. 차이가 확 나니까요. 선생님, 왜 이건 비급여예요? 묻기도 하고요.(웃음)”
엄지인 아나운서는 <건강보험>으로부터 표지 모델 제안을 받고 더 건강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우리말 겨루기>부터 <생로병사의 비밀>까지 건강한 우리말과 건강한 우리 몸에 대해 말하는 프로그램 진행자로, 건강한 이미지는 어쩌면 자신에게 주어진 고마운 의무일지 모른다면서 말이다. 고운 말처럼 고운 마음이 전해진다. 언제나 친근한 표정과 환한 웃음으로 시청자에게 말을 걸어오는 엄지인 아나운서, 그녀를 매일매일 오래오래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