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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INESS OF SENIOR

#실버스타
  • 유튜브 크리에이터
    ‘깐지할머니’
    김남례 씨
  • 시간은 쏜살같이 흐른다. 게다가 나이를 먹을수록 체감하는 속도도 자꾸만 빨라지기 마련. 시속 90㎞로 흐르는 시간을 어떻게든 재미있게, 유쾌하게, 즐겁게 채우기 위해 유튜브 크리에이터에 도전했다. 무려 아흔넷, 그러나 마음만은 여전히 젊디젊은 김남례 할머니의 이야기다.

     정은주 기자 사진 유튜브 ‘깐지할머니’

아흔넷 할머니의
어제보다 더 재밌는 오늘!

 호기심으로 시작한 유튜브 크리에이터

모든 인생은 경험의 축적이다. 그 경험 안에서 행복도 차츰 덩치를 키우는 법. 크고 작은 일상과 온갖 기억들이 촘촘하게 엮여 가슴에 와 닿는 진짜 행복이 만들어진다. 아흔넷 김남례 할머니를 요즘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일과는 유튜브로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 촬영해 올린 영상에 구독자들이 남긴 댓글을 일일이 읽고 또 읽는 재미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일명 ‘깐지할머니’로 통하는 김남례 할머니가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된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거동이 불편한 대부분의 노인이 그러하듯,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김남례 할머니의 일과 역시 단조로움의 반복이었다. 이제 두 살이 된 반려견 깐지와 함께 창밖을 바라보거나 노인정에 가는 게 유일한 낙. 심심하고 적적해하는 할머니에게 손자는 깐지와의 소소한 일상을 촬영해 유튜브로 공유할 것을 제안했다. 이름조차 생경한 유튜브가 뭔지는 잘 몰라도 ‘재미있을 것 같아’ 흔쾌히 수락했다는 할머니.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리고 시작 6개월 만에 1만3천여 명이 구독하는 유튜버로 성장, 인생 최고의 황금기를 맞이했다.

 소소한 일상부터 묵직한 역사 이야기까지

김남례 할머니는 이야기한다. ‘오래 사니 별걸 다 해보고 좋다’고. 아흔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워낙 건강한 덕분에 VR을 체험하고, 낯선 음식을 맛보고, 팬과 함께 유람선 데이트에 나서기도 한다. 할머니가 순간순간 느끼는 생각과 기분은 고스란히 영상에 담기는데, 때로는 기발하기도 때로는 가슴 찡하기도 한 할머니의 이야기들은 세대를 넘어 깊은 울림을 준다. ‘마카롱은 쫄깃한 게 꼭 인절미 같다’던가 ‘워낙 고생스러운 시대를 살아 지금도 밥과 김치가 제일이다’는 식. 할머니의 말 한마디에 정성스러운 댓글이 꼬리를 문다.
일상을 담은 영상 외에 때에 따라 특별한 주제를 정해 촬영을 하는 경우도 있다. 3‧1운동 100주년 때는 역사의 산증인으로서 일제강점기부터 대한독립에 이르는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또한 구독자가 60명으로, 200명으로, 또 1만 명까지 늘었을 때는 Q&A와 댓글읽기 이벤트를 기획해 구독자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웃고, 대화하고, 소통하며, 건강까지 덤으로

영상을 촬영하는 즐거움도 크지만 뭐니 뭐니 해도 최고는 구독자와의 소통이다. ‘우리 할머니가 생각나요’, ‘귀여우세요’, ‘동안이세요’ 등 줄줄이 달린 댓글을 볼 때면, 일일이 이름을 부르며 ‘고맙다’, ‘즐겁다’, ‘건강하자’ 답하는 김남례 할머니.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노인인 자신에게 애정을 표현하고 안부를 묻기까지 하는 게 지금도 신기하다. 간혹 고령에 유튜브 크리에이터 활동을 하는 게 힘들진 않은지 걱정하는 이들도 있지만, 전혀. 힘들기는커녕 시작을 후회한 적도 없다.
웃을 일이 많아져서인지 오히려 더 건강해졌다. 표정도 목소리도 이전보다 한결 밝아졌다. 게다가 노인정 친구들 사이에서는 ‘말년에 출세한’ 할머니로 소문까지 자자하니 이쯤 되면 시작하길 백번 잘한 게 맞다. 새로운 즐길 거리가 아무리 많아도 경험하고 내 것으로 만들지 않으면 무용한 법. 무용을 유용으로 바꾸어 일상에 유쾌한 방점을 찍은 그의 도전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