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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INESS OF SENIOR

#실버스타

낯선 음식과 수다의
맛깔 나는 어울림

유튜브 크리에이터 ‘가마솥 힙스터즈’ Youtube

살아온 세월이 길어도 아직 먹어보지 못한 게 너무나 많다. 특히 젊은 세대들이 즐겨 먹는 음식은 이름조차 생소하기 일쑤. 궁금증을 한가득 품은 채 순애, 이분, 순자, 경분 네 명의 할머니들이 직접 팔을 걷어 붙였다. 커다란 가마솥을 척 걸치는 것으로 준비는 끝. 거침없이 요리하고 편견 없이 맛보며 하루하루를 풍성하게 채워가는 이들을 만나본다.

 정은주 기자 사진 유튜브 채널 ‘쿠캣 코리아-가마솥 힙스터즈’

 난생 처음 접하는 요리에 도전

낯선 것을 마주했을 때,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인생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호기심을 가질 수도 혹은 등을 돌려버릴 수도 있을 터. 내일이 오늘보다 조금이라도 더 즐거우려면 당연히 전자의 태도를 갖는 것이 맞다. 그런 점에서 가마솥 힙스터즈는 매일 매일이 즐거울 수 있는 방법을 제대로 아는 할머니들임이 분명하다. 생전 듣지도, 보지도, 당연히 먹어본 적도 없는 ‘손녀들이 즐겨 먹는 요즘 음식’ 만들기에 도전하고 있으니까.
평균 연령이 79세, 요리 경력은 반백년을 훌쩍 넘어서지만 강화군 양오리에서 거의 평생을 살아온 이들에게 맥앤치즈니 감바스 알아히오니 스파게티니 하는 것들은 이름조차 생소한 음식들이다. 스피케트, 스파이크, 스파이케트, 알라리요 등 외계어가 난무하는 현장이지만 그럼에도 일단 도전, 거대한 가마솥을 무기삼아 레시피대로 차근차근 요리를 진행한다.

 이야기가 더해져 더 맛있어지는 시간

네 명의 할머니들은 같은 동네에서 수십 년 동안 알고 지낸 사이다. 덕분에 가까운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작고 사사로운 것들을 제 손바닥 들여다보듯 꿰뚫는다. 누구네 숟가락이 몇 개인지까지 알 정도. 그러니 척하면 척, 손발이 잘 맞는 건 물론이다. 가마솥 힙스터즈 영상의 묘미는 여기에 있다. 서로 형님, 아우 하는 할머니들의 꾸밈없고 편안한 이야기가 요리 중간 중간 양념처럼 더해지기 때문. 재료를 다듬는 동안에도 소싯적 연애했던 이야기, 질리도록 콩밥을 먹던 보릿고개 시절 이야기, 가족 이야기가 실타래처럼 이어져 나온다.
‘핵꿀맛’, ‘맛점’ 같은 신조어를 배워보기도 하는데, 유행어를 섞어 말하는 할머니들의 대화가 신선하다.

 편견을 버리니 맛있는 것들 천지

낯선 음식을 알아갈수록 궁금한 것들이 늘어난다. 어느 나라에서 온 식재료인지, 이름의 뜻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 제대로 배워 손녀들에게 만들어 줄 생각에 의욕들이 넘쳐난다.
완성된 요리는 예쁘게 담아 함께 맛을 보는데, 처음 먹는 음식임에도 맛있어하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사실 그동안은 ‘저건 아이들이 먹는 것’이라는 편견 때문에 입도 대지 않고 맛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고. 이제 손녀들에게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줄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음식을 매개로 한 새 이야깃거리도 생겼다.
할머니들은 말한다. 이렇게 새롭고 맛있는 음식이 세상에는 무궁무진할텐데, 맛보려면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아야겠다고.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행위를 넘어 그 안에서 추억을 떠올리고 또 공감하는 가마솥 힙스터즈. 이들의 인생이 더욱 맛깔나게 무르익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