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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INESS OF SENIOR

#실버스타

아프리카TV ‘BJ 오작교’ 진영수 씨

일흔 아홉 최고령 BJ의
젊음을 되돌리는 시간

그는 말한다. 나이 듦이란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세월의 흐름과 함께 맞닥뜨리게 되는 현상이라고. 그렇다고 노인정에서 바둑이나 놓으며 인생 여정의 마침표를 찍기엔 아쉬움이 너무 크기에, 나이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거대한 인터넷 세상으로 성큼 걸어 나왔다. 그렇게 시작한 인터넷 방송 생활이 어느덧 13년 째. 일흔 아홉의 아프리카TV BJ, 진영수 씨의 이야기다.

 정은주 기자 사진 진영수 씨 아프리카TV 방송(유튜브)

 세대를 뛰어 넘은 소통

방송 경력이 쌓여가는 동안 희끗하던 머리는 백발에 가까워졌고 주름은 눈에 띄게 짙어졌다. 그러나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시청자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진정성이다. 세월과 함께 켜켜이 쌓여 둥글둥글 다듬어진 지혜 역시 오히려 더 깊어졌는데, 덕분에 그의 방송에서 위안을 얻는다는 팬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가 아프리카TV BJ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지난 2006년이다. 지금처럼 BJ가 주목받던 때도 아니고, 특히나 시니어의 인터넷 방송은 생소하게 여겨지던 시절. 평생 목사로 살아오다 은퇴한 후 아내가 중환자실에 입원한 것이 계기가 됐다. 사람이 그리웠던 그에게 컴퓨터와 화상 캠만 있으면 누구나 방송을 시작할 수 있는 아프리카TV는 훌륭한 친구가 되어주었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자신의 인생 경험을 나눠주는 기쁨은 단연 최고. 그래서 그는 진심을 다한 방송으로 젊은 친구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곤 한다.

 따뜻함이 묻어나는 방송

진영수 씨의 방송은 24시간 온에어 상태다. 특별히 정해진 방송 시간은 없고, 틈나는 대로 카메라 앞에 앉아 구독자들과 대화와 채팅으로 소통을 하는 방식이다. 시선을 끌기 위해 점점 더 화려하고 자극적으로 흘러가는 대부분의 방송과는 성격이 전혀 다른데, 지극히 평범하고 차분해 오히려 눈에 띌 정도다.
채팅창을 통해 고민을 이야기하는 시청자에게 따뜻한 조언을 건네고, 잔잔한 하루의 일과를 공유하고, 가끔은 노래를 부르거나 직접 키워 수확한 농작물을 보여주기도 하는 방송. 말만 들어서는 과연 재미있을까 싶지만, 그의 방송을 애청하는 이들이 7만 명이 넘는다. 누적 시청자는 무려 384만 명. 순간의 재미는 덜할지라도, 인생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글과 이야기는 꾸준히 귀 기울일 가치가 있을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다.

 인생 2막의 즐거운 도전

‘상석, 아랫자리는 없다. 모두 같이 어울리는 합석’. 진영수 씨가 자신의 방송에 대해 쓴 글의 일부다. 이곳에서 나이나 성별은 대화를 나누는데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 터. 자유롭게 생각과 고민을 나누는 따뜻한 방송을 만들고 싶은 게 그의 바람이다.
그래서인지 채팅창 분위기도 무척 정답다. 시청자들은 “식사 하셨나요?”, “안녕히 주무셨어요?”라며 예의바른 인사를 건네고, 그 역시 그 역시 접속자들의 안부를 일일이 묻는다. 마치 살가운 할아버지와 손주의 대화처럼. 적잖은 사람들은 노인이 되는 순간, 활동하던 무대 뒤편으로 물러서는 게 당연해질 거라 여기지만 그건 틀렸다. 다시 주인공이 될 수도 있음을 그가 제대로 증명해보였으니까. 때론 빠른 변화가 버겁기도 하지만 멈출 생각은 없다는 최고령 BJ. 살아있는 동안에는 계속해서 새로운 방송을 시도할 생각이다. 나이는 한 살 더 먹었지만, 마음만큼은 분명 어제보다 더 젊어진 진영수 씨의 무대는 여전히 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