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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INESS OF SENIOR

#실버스타
유튜브 박막례 할머니 KOREA GRANDMA

유튜버 김영원 씨

오늘을
추억하는 가장 맛있는 방법

“오늘 먹는 게 뭐라고 했더라. 라프터?”
몇 번을 묻고 답하기를 반복하고서야 제대로 된 이름이 나온다. “아, 랍스터!”하고. 평소 먹는 걸 즐기지만 여든 한 살 할머니에게 요즘 음식은 낯설고 어렵기만하다. 그래서 손녀의 도움을 받아 하나하나 맛보기에 도전하는 중. 우리나라 최고령 먹방 유튜버, 김영원 씨 이야기다.

글. 정은주 기자 사진. 유튜브 ‘영원씨 TV’

 조용하지만 강한 할머니의 먹방

입맛이란 참 주관적이다. 하루하루 먹어온 맛들이 평생에 걸쳐 섞이고 쌓여 완성되는 까닭이다. 내 입에 딱 맞는 음식이 누군가에게는 이색적일 수도 있다는 얘기. 김영원 씨의 먹방이 흥미로운 이유이기도 한데, 사람들은 여든 한 살 할머니가 낯선 마카롱을, 타코야끼를, 푸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느낄까를 그야말로 ‘숨죽여’ 들여다본다. 그도 그럴 것이 김영원 씨의 먹방 ‘영원씨 TV’는 무척 조용하고 느릿느릿하다. 포장지를 뜯는 데만도 한참이 걸리는 건 기본, 목소리는 간간히 들리는 정도다. 심지어 어떤 방송은 말 한마디 없이 음식을 씹고 삼키는 소리만 들리기도 한다.
자극적인 영상들이 빠르게 소비되는 요즘의 트렌드와는 정 반대 노선인 셈. 그런데 희한하게도 지루하기는커녕 깊숙이 빠져들게 되는 매력으로 무려 15만 구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손녀와의 추억이 담긴 따뜻한 채널

김영원 씨가 먹방 유튜브 스타가 된 것은 손녀 덕분이다. 할머니와의 추억을 남기기 위해 손녀가 그에게 먹방 촬영 제안을 한 것. 당시만 해도 유튜브가 뭔지, 먹방이 뭔지, ASMR이 뭔지도 모른 채, 그저 사진을 찍는가보다 하고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르렀다.
처음에는 주름진 얼굴로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쑥스러웠지만 손녀가 좋아하는 모습에 용기를 냈고,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음식을 맛보고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것을 즐기게 됐다는 김영원 씨. 요즘은 동네 어르신들과 마을회관에 모여 유튜브 영상을 함께 시청할 정도로 인터넷과도 친해졌다. 물론 촬영을 위해 맛보는 음식들이 전부 입에 맞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맛있다”는 시식평을 내놓는데, 나중에 속마음을 털어놓을지언정 정성껏 준비한 손녀의 노고를 생각하면 언제나 긍정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할머니의 내리사랑이다.

 맛있게 먹기 위해 건강관리도 철저히

우리나라 먹방 스타 중에는 김영원 씨가 최고령이다. 여든이 넘은 연세임에도 웬만한 음식은 거뜬하게 씹고 소화시킬 수 있는 건 꾸준한 건강관리 덕분. 날마다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열 바퀴씩 도는 것은 물론, 몇 년 전 대장암 수술을 한 후부터는 아침 등산도 빠뜨리지 않는다. 또, 먹방 촬영이 없을 때는 요리하는 것도 즐긴다.
가마솥이며 맷돌 같은 전통 도구와 방식으로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마을 어르신들과 나누어 먹는데,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고, 맛있게 먹고, 매사 웃고 사는 게 그가 손꼽는 활력의 비법이다. 역시 건강만 있다면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란 없는 법. 오늘 다시 낯선 음식과 마주 앉은 김영원 씨의 얼굴이 호기심으로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