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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주부가 된다는 것

전업주부 vs 직장여성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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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들은 전업주부 아내가 비슷한 나이에 직장생활을 하다 은퇴한 여성보다 주부의 역할을 더 잘 받아들일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이론상으로는 남편의 은퇴로 아내이자 주부의 역할에 다시 충실할 수 있게 되니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자녀가 성장하고 집을 떠나면서 자기 역할을 잃어버렸다가 이제 남편이 집에 있으니 누군가를 보살피는 사람으로서 집안일을 가꾸고 돌보지 않을까?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전업주부와 직장여성 사이의 심리적 삶의 질에는 큰 차이가 없었으나 다른 중요한 차이점이 드러났다.

일반적으로 전업주부는 남편이 은퇴한 후 자신의 자유와 재량권을 잃어 버렸다고 불편해한다.
또 집안일이 더 늘어난다.

전업주부 봉순
민혁의 은퇴 후 불화를 겪다

전업주부였던 봉순은 남편 민혁이 은퇴한 후 정이 떨어져버렸다. 봉순은 남편이 집에 있으면서 자신을 1분 대기조로 여기는 게 싫었다. 혼자 있을 시간도 없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시간도 없어졌다. 항상 민혁이 하고 싶은 걸 해줘야 하고, 은퇴 전보다 더 고집도 세진 것 같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싫은 건 남편이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 텔레비전만 보는데도 봉순이 옆에 앉아 있어주길 바라는 것. 봉순이 싫어하면 민혁은 화부터 냈다. 이러한 상황은 남편 입장에서도 마찬가지. 민혁은 은퇴 후 아내와 너무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것이 힘들고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다. 자주 얼굴을 보니 자주 싸우고, 예전과 달리 아내가 자신과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느낌이었다. 가끔은 집이 너무 작은 것 같고 아내가 자신을 거슬려 하는 것 같았다. 가끔은 봉순이 민혁에게 길 잃어버린 강아지처럼 졸졸 따라다닌다며 화를 내기도 했다.

남편 은퇴로
재량권 잃는 전업주부

일반적으로 전업주부는 남편이 은퇴한 후 자신의 자유와 재량권을 잃어 버렸다고 불편해한다. 또 집안일이 더 늘어난다. 최소 한 끼 이상을 더 준비해야 하고 남편이 옆에 딱 붙어 ‘친구’가 되어주길 바라면서 개인 시간이 줄어든다. 남편을 아이 대하듯 맞춰주거나 은퇴 전처럼 해주면 싸움이 일어나기도 한다. 어떤 남편은 은퇴 후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한 회의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더 고집스러워지기도 한다. 아내의 말은 모두 반대부터 하고 들거나 마음대로 오해해 버린다. 아이 취급하거나 ‘이래라 저래라 하지 못하게’ 미리 방어하는 것이다.

서로 스케줄 맞추는데 익숙한
맞벌이 부부

직장에 다니다 은퇴한 여성은 은퇴 후 부부관계가 더 나아졌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 연구에서 직장여성은 은퇴 후 집안일을 나눠 하면서 보다 평등하고 협조적인 관계가 되었다고 한다. 또 같이 있는 시간을 보다 편한 마음으로 대하기도 한다. 직장을 다니다 은퇴한 여성은 ‘너무 오래 같이 있어서 힘들다’거나 남편을 뒷바라지해야 해서 힘들다는 불평은 하지 않았다. 외벌이 부부와 맞벌이 부부의 결혼관계가 원래부터 달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밖에서 일하는 남편과 전업주부라는 구도에서 아내는 개인생활을 남편 스케줄에 맞춰 왔을 수 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남편과 아내 둘 다 함께 있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서로의 스케줄을 맞추는 데 익숙했다. 이러한 평등한 방식이 은퇴 후에도 이어지면서 더 높은 결혼 만족도에 기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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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평생 동안 일을 했던 여성일수록 은퇴 후 의식적으로 외부의 사교관계를 만들지 않으면 전업주부보다 더 외로워하고 우울해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은퇴자이자 주부라는 인식,
우울증 지수↓ 자아존중감↑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은퇴 여성 중에서 자신이 은퇴자이자 주부라고 보는 이들이 자신을 주부로만 인식하는 여성보다 우울증 지수가 낮았고 자아존중감이 높았다는 것이다. 반복되는 집안일은 두 집단 모두의 삶의 질을 높여주지 않았지만 혼자 하는 프로젝트나 자원봉사는 행복과 만족에 큰 부분을 차지했다. 구체적인 보상과 성취감이 합쳐지면서 심리적 안정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은퇴 여성, 외부 사교관계
의식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게다가 일하던 여성은 은퇴 후 전업주부보다 집 밖에서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다. 직장에 다닐 때는 자유 시간이 부족해 일 외의 다른 활동을 하지 못했지만 은퇴 후 남는 시간을 활용해 다양한 사회활동을 시도한다. 그것은 일을 그만두며 잃어버린 인간관계를 대체해준다. 평생 전업주부였던 이들은 가족관계에 만족하기도 하지만 직장에 다녔던 여성은 친구나 이웃 모임이라든가 자원봉사나 공동체에서 활동하며 새로운 인맥을 쌓으려 노력하기도 한다.
이런 인간관계와 사회활동이 은퇴 후에도 그들의 삶을 만족스럽게 채워준다.
또한 거의 평생 동안 일을 했던 여성일수록 은퇴 후 의식적으로 외부의 사교관계를 만들지 않으면 전업주부보다 더 외로워하고 우울해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은퇴 결정,
‘과정’이 중요하다

은퇴 연령까지 또는 그 이상으로 일하는 여성은 야망이 크고 삶에서 일이 차지하는 부분이 컸기에 은퇴 후 남성보다 더 적응하기 힘들어한다. 이런 여성에게 은퇴 후 정체성과 사회적 위치의 상실은 남성보다 더 엄청난 무게로 다가올 수 있다.
또한 은퇴 결정 과정이 은퇴자나 배우자 개인뿐만 아니라 부부 공통의 만족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은퇴 결정에 배우자 개입 여부가 은퇴 만족에 영향을 주지만 성별에 따라 차이가 난다. 남편이 아내의 권유로 은퇴를 했다고 생각하는 경우 부부의 은퇴 만족도는 높았다. 하지만 여성에게는 그 반대였다.
아내의 은퇴 결정에 남편의 개입이 적을수록 부부의 만족도가 높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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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여성 가구주 비율은 28.9%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출처 2015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2015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정리 : 편집실
일러스트 : 김민지
참고도서 : <행복한 은퇴> (세라 요게브, 이룸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