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B

본문영역

컨텐츠 영역

은퇴한 남편,
일하는 아내의 갈등

은퇴의 성별 차이 편

컨텐츠 이미지

노후의 결혼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일까?
부부의 관계와 상황에 따라 많은 요인들이 있겠지만, 남녀의 성별 차이는 은퇴 후 부부관계의 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번 호에서는 남녀에 따라 은퇴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또 이 문제를 개인과 부부가 어떤 식으로 경험하게 되는지를 짚어보자.

가장 좋은 해결책은 성별 차이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해보는 것이다.
먼저 일이 없어진 인생을 대하는 남녀의 차이부터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우와 은혜,
구속을 강요하며 사이가 벌어지다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끌어 온 정우는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주기로 결심하고 은퇴를 했다. 아내 은혜는 몇 년 전부터 작은 꽃가게를 운영하며 그동안 가정에 매여 해보지 못했던 꿈을 마음껏 펼치는 중이었다. 정우는 은혜가 가게만 챙기고 같이 여행을 가거나 휴가를 보내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정우는 아내에게 버려진 느낌이 들었고, 아내를 탓하고 싶어 집안 일을 거의 도와주지 않았다. 심지어 은혜에게 이런 말까지 했다.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으니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 은혜는 기가 막혔지만 부부관계 회복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고심 끝에 가게를 팔았다.
처음 여행을 다닐 때는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일상으로 돌아오자 은혜는 외롭고 초조했다. 그러나 정우는 이 생활에 더없이 만족했다. 다만 은혜가 재미없어 하고 우울해 보이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정우는 은혜의 고민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볼 때에는 우울해 할만한 요소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돈도 충분하고, 건강하고, 가족들 사이도 좋겠다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결국 은혜는 개인상담치료를 시작했다.

은퇴에도
성별 온도차가 있다

은퇴에 대한 반응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그 반응 가운데 남녀의 성별 차이가 노후의 부부관계를 해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은퇴에 대한 남녀의 태도의 차이는 앞으로 생길 수 있는 여러 문제의 열쇠가 된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여성보다 은퇴에 만족하는 편이며, 은퇴한 남편은 아내에게 더 의지하면서 부부의 역할과 결혼 만족도에 변화가 생긴다. 아내도 그동안 자신의 사회활동과 자율성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그때쯤에 깨닫기도 한다. 그래서 아내에게 의지하는 남편의 존재를 불편해하고 결국 충돌로 번지기도 한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성별 차이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해보는 것이다. 먼저 일이 없어진 인생을 대하는 남녀의 차이부터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성은 직업상,
여성은 가정사로 은퇴한다

재정적인 측면에서 은퇴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불리하다. 경력단절, 저임금 직종 등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성은 남성보다 낮은 연봉을 받는 편이다. 때문에 은퇴 후 퇴직금이나 연금이 거의 없는 편이다. 또 여성은 은퇴했다고 해서 남성처럼 모든 일에서 자유를 얻지 못한다. 계속 집안일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느끼고, 특히 일을 사랑하는 경우 은퇴전환기를 더 힘들게 겪기도 한다. 대부분의 남성은 건강이나 직업 상의 이유로 은퇴하지만 여성은 가정 문제 때문에 은퇴한다. 정우와 은혜의 사례처럼 은퇴한 남편이 은퇴를 강요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자기 의지에 반하는 은퇴를 한 여성은 외로움과 낮은 자아존중감으로 심하면 우울증까지 겪게 된다.

사회활동에 대한
욕구 이해하기

일반적으로 은퇴 후 집 밖에서 하는 사회활동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중요하다. 은퇴한 기혼 여성은 친구와의 만남이나 봉사활동 등 비교적 여러 사회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다양하게 참여한다. 특히 일하는 여성이었다면 지역사회나 모임 등 다른 조직에 참여해야 은퇴에 더 잘 적응하고 일이 제공해주었던 욕구를 채울 수 있다. 이런 여성에게 자원봉사나 사회활동 참여는 은퇴 만족도와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반면, 은퇴한 기혼 남성은 은퇴 후 사회활동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 회사에 다닐 때는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은 친구와 동료를 가진 것 같지만 여성이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직장 동료를 자주 만나지는 않는다. 많은 은퇴 남성에게 아내는 주된, 혹은 유일한 자양분이다. 이렇게 남편이 아내에게만 의지할 때 아내는 남편의 의존성과 배타성에 지쳐간다. 남성은 사회 생활을 잃고 아내에게 의지하면 관계를 망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혼자 하는 사회생활을 찾고 집안일도 같이 하는 것이 부부 사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컨텐츠 이미지

각자 하루에 몇 시간만 자신만의 관심사에 의식적으로 몰두하면, 사소한 갈등은 봉합되고 관계는 몰라볼 정도로 개선될 것이다.

서로에게 떨어져있는
시간이 필요해

또 한 가지 은퇴 부부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하루에 일정 시간만큼은 떨어져 있으라는 것이다. 때로 은퇴는 너무 많은 구속을 강요한다. 일하던 시절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개개인의 차이는 오랜 시간 같이 생활하다 보면 관계를 파괴할 정도로 커 보이기도 한다. 각자 하루에 몇 시간만 자신만의 관심사에 의식적으로 몰두하면, 사소한 갈등은 봉합되고 관계는 몰라볼 정도로 개선될 것이다. 가령, 따로 있다가 만나면 신선하기도하고 서로 알게 된 새로운 정보를 나누며 함께 있는 시간이 더 즐거워진다. 각자의 시간을 가지며 은퇴전과 같은 관계를 다시 회복할 수 있고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친밀하게 느껴질 것이다. •

info

통계로 보는 은퇴의 성별 차이

77.9% 컨텐츠 이미지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고령자 남자 비율

여자보다 남자가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남녀 고령자 모두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19.7% 컨텐츠 이미지

‘결혼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는 고령자 여자 비율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는 중립적인 의견은 모두 증가하고 있다. 이를 성별로 보면 여자보다 남자가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68.9% 컨텐츠 이미지

‘이유가 있으면 이혼하는 것이 좋다’고 답한 고령자 남녀 비율

이혼에 대해서는 남녀 고령자 모두 ‘해서는 안된다’는 비율이 줄어들고, ‘이유가 있으면 해야 한다’는 의견은 증가 추세이다.

74% 컨텐츠 이미지

‘앞으로 일하고 싶다’고 응답한 고령자

고령자 인구 10명 가운데 6명은 ‘앞으로 일하고 싶다’ 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남자는 74%, 여자는 49.7%로 나타났다.

출처 통계청 2015 일·가정 양립지표

정리 : 편집실
일러스트 : 김민지
참고도서 : <행복한 은퇴> (세라 요게브, 이룸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