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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iN 매거진 4월호hi.nhis.or.kr
햇살 좋은 봄날, 도시락을 싸들고 공원으로 나들이를 간 선영 씨 가족. 돗자리를 펴고 하루 종일 여유로움을 즐기다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날 밤, 여섯 살 난 아이가 갑자기 구토를 일으키고 몸이 불덩이처럼 달아오르는 것이 아닌가. 마침 유치원에서 ‘야외 활동 시 야생진드기 주의’라는 제 목의 알림장이 나왔던 터라 선영 씨는 혹시나 하고 인터넷을 뒤져보았다. 아이의 증상은 야생진드기바이러스에 의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SFTS)과 비슷해 보였고, 거기다 별도의 치료제가 없고 치사율도 높다는 내용에 놀라 선영 씨 부부는 급히 아이를 데리고 응급실로 달려가며 불 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경제적 손실 10조 원, 메르스

지난 2015년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해다. 당시 6월 1일 첫 사망자가 발생하고 11월 25일 마지막 환자가 사망하는 동안, 우리나라 전역은 메르스라는 접해보지 않은 감염병 에 대한 공포에 휩싸였다.
메르스는 총 사망자 38명, 확진환자 186명, 격리 1만6693명이라는 피해를 남긴 대형 사태였다. 메르스가 준 손실은 사회경제적인 부분에서도 상당히 컸다. 국내 메르스 발생기간 동안 외국인 관광객 15만 명이 한국 방문을 포기해 국내 관광 산업의 피해액은 3조4천억 원으로 추산 된다.
감염병에 대한 공포로 2015년 2분기 경제성장률도 0.4%에 그쳤고 국내총생산(GDP)이 4조 원 줄었을 것이라는 추정도 있었다. 전체 손실액이 10조 원에 이른다는 발표가 나기도 했다. 이처럼 메르스 는 신종 감염병이 국가 전체를 마비시킬 만큼 무서운 공포라는 것을 우리 사회에 보여준 사건이었다.

조류인플루엔자, 과연 인체 감염은 없을까

지난 해 11월 16일 조류인플루엔자(AI)에 대한 첫 의심 신고가 들어온 뒤, 50일 만에 AI로 인한 살처분 가금류만 3천만 마리가 넘었다. 이는 국내 전체 사육 가금류의 18.3%에 해당 한다. 그 뒤로도 연이은 가금류 살처분이 이어지면서 계란 값과 닭고기 값 등이 폭등하고 농가 피해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현재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H5N6형 AI는 인체 감염 위험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사람의 호흡기와 유사한 족제비를 대상으로 감염 실험을 한 결과, 공기뿐 아니라 직접 접촉 등에서도 바이러스 전파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AI 바이러스가 계속 변이를 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유전자 변이 및 인체 감염 위 험성 증가 여부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중국 같이 인체 감염 사례가 발생한 국가로 여행을 갈 때는 가능한 조류 접촉이 예상되는 지역은 방문을 삼가야 한다.

감염병과 전쟁,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2015년 메르스에 이어 2016년 지카바이러스와 콜레라, 그리고 현재 계속 이어지고 있는 AI 사태까지 대한민국은 지금 끊임없이 감염병의 습격을 받고 있다.
지난해에 급증한 A형간염의 경우, 2015년에 전체 감염자 수가 1,804명인데 반해 2016년에는 3,363명으로 두 배 가량 환자가 늘었다. 이밖에 아직 이름이 생소한 뎅기열, 라임병, 브루셀라증 같은 감염병도 2015년에 비해 지난해에는 감염자 수가 확연히 늘었다.
지난 해 연말, 무섭게 확산해 일부 학교들이 조기방학에 들어갈 정도로 대유행이었던 A형독감도 빼놓을 수 없다. 또 야생진드기가 옮기는 중증열성혈 소판감소증후군 바이러스도 봄이 되면 증가세를 타고 있다.
이렇게 감염병이 확산되는 데 첫 번째 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지구온난화다. 감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모기나 진드기, 쥐 같은 숙주를 거쳐 사람의 몸에 침투한다. 그런데 이런 균은 온도가 높을수록 발생 확률도 높아진다. 우리나라에 야생진드기의 서식과 분포가 확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해외 출입이 자유로운 환경 역시 감염병의 확산 요인이 된다. 올해 2월 콜레라 확진 판정을 받은 2명의 환자는 모두 필리핀 세부 여행자로 밝혀졌다. 앞으로도 우리는 계속해서 감염병과 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다. 해마다 반복되는 이 전쟁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은 개인위생 등 예방에 힘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