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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iN 매거진 2월호hi.nhis.or.kr
중소기업에서 해외 영업을 담당하고 있는 이 대리의 일상은 하루하루 긴장의 연속이다. 밀려오는 이메일과 전화 연락에 성의껏 응대하는 것만 으로도 시간이 모자란데, 각종 서류작성에다 잦은 해외출장까지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지경이다. 게다가 상사 눈치도 봐야 하고, 퇴근해서는 지친 몸으로 하루 종일 육아에 시달린 아내의 눈치까지 살펴야 하니 몸도 마음도 온종일 긴장을 내려놓을 틈이 없다

과도한 경쟁을 견디다

앨빈 토플러는 「미래의 충격」이라는 저서에서 “현대문명의 가장 큰 특징의 하나는 급변하는 사회환경과 생활방식의 변화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살다보니 ‘변화’에 빨리 적응해나가는 것이 현대인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능력’으로 요구되는데,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그 자체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스트레스’는 어느덧 대한민국의 직장인들이 가장 자주 입에 올리는 외래어가 된지 오래다. 스트레스 자체로만 본다면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가 극복하기 어려울 만큼 심하고 자주 이어진다면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것이 문제다.
성공을 강요하고 남들보다 뒤쳐져서는 안 된다는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하루하루 무리한 일상을 살며 과도한 스트레스에 힘겨워하는 현대인들이 셀 수 없이 많은 상황이다.

대한민국 사람 절반은 ‘스트레스’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스트레스가 상당히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13세 이상 인구 가운데 54.7%가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스트레스 정도를 보면 ‘직장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73.3%로 가장 많았고, ‘학교생활’에서도 52.9%가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말했다.
금연과 금주를 하기 어려운 주된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서도 스트레스 때문 이라는 응답이 많았는데, 스트레스로 인해 금연이 어렵다는 응답자가 55.1%, 절주나 금주가 어렵다는 응답자가 41.1%나 되었다.

스트레스를 진단하는 척도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인은 굉장히 다양하다. 누군가는 암울한 사회현실이, 다른 누군가는 당장 이번 달에 갚아야 할 대출금 이자가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다. 학업이나 직장생활에서 오는 문제, 다양한 인간관계에서의 부딪힘, 책임감, 성공해야 한다는 강한 열망 등도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뉴욕의 심리학자인 바브라 주크 로커 박사는 자신의 스트레스 정도를 진단할 수 있는 아홉 가지 척도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스트레스 자가진단 아홉 가지 척도 (바브라 주크 로커)

의욕 : 평상시 기운을 돋게 해주던 일들이 이제는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집중도 : 편지를 부치러 나갔다가 편지 대신 다른 손에 있던 아파트 열쇠를 우체통에 넣는다.
기억 :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고자 했지만 상대방 목소리가 들리자 누구에게 전화를 했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수면장애 : 알람시계가 울리기 한두 시간 전에 저절로 잠이 깨서 ‘오늘은 무엇을 해야 하나’를 걱정하며 그냥 누워 있는다.
식욕 : 평상시보다 음식을 많이 먹는다. 혹은 평소만큼 식욕이 나지 않아 음식 먹기가 싫어진다.
인내 : 공중전화나 자동판매기 앞에 서너 명 이상의 사람들이 줄을 서있으면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동기 : 새로운 일을 추진하기가 몹시 힘이 든다.
기분 : 비정상적으로 기분이 들뜨거나 혹은 전혀 기분이 안 나고 우울한 심정에 빠진다.
관계 : 평소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고 불안하기만 하다.

* 위의 아홉 가지 중 한두 가지 유사한 증상을 느낀다면 일단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의심해야 한다.

스트레스 받아온 수컷 쥐의 매력도는?

최근에는 스트레스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미국의 뉴욕주립대학교 빙엄턴캠퍼스 연구진은 실험용 쥐를 이용해 실험을 했는데, 어린 시절 받은 스트레스 강도와 관련이 있다. 어린 쥐들을 한쪽 우리에서 다른 쪽 우리로, 한 집단에서 다른 집단으로 계속 옮겨가게 해서 사회·물리적인 스트레스를 주었고, 이 쥐들이 성체가 되었을 때 암컷 쥐 들과 같은 공간에 두어 암컷이 이 수컷 쥐들에게 얼마나 매력도를 느끼는지를 보았다.
결과적으로 암컷 쥐들은 어릴 적부터 스트레스를 받아온 수컷 쥐보다 그렇지 않은 수컷을 더 많이 선택했다. 연구를 주도한 니콜 캐머런 박사는 “성장기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수컷은 비교적 순종적이고 고분고분한 특징이 있으며, 이는 암컷의 입장에서 매력적이지 못한 특징이기 때문”이라며 이번 연구가 “남성의 어린 시절 스트레스 강도 및 극복 여부에 따라 매력도가 달라질 수 있으며, 동시에 여성은 자신의 파트너를 선택할 때 본능적으로 남성의 ‘감정적 역사’를 알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한다.”고 밝혔다.
어른들의 스트레스도 중요한 문제지만, 정신신경계 기능이 미숙한 시기인 아이들이 주변으로부터 받는 각종 충격들은 어른이 되어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정신적인 문제들과 실제로 관련 있는 경우가 많아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출처_ 국제학술지 『호르몬과 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