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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iN 매거진 11월호hi.nhis.or.kr
간접흡연을 넘어 3차 흡연의 위험성이 문제시 되고 있다. 담배를 직접 피우거나(1차) 그 옆에 있지(2차) 않아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해로운 환경에 노출되는 3차 흡연의 심각성은 이미 여러 해 전부터 연구자들과 간접흡연자들 사이에서 제기되어왔다.

담배 피우는 사람이 없다고?


‘3차 흡연(thirdhand smoke)’이라는 말을 처음 쓴 사람은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하버드대학 부설 데이너-파버 암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소아과 의사 조너선 위니 코프다.
그는 2009년 1월 학술지 『소아과학』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말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누군가 담배를 피운다고 하자. 그 사람의 머리카락과 옷은 기본이요, 그를 둘러싼 주변 공간의 벽, 커튼, 카펫, 가구 등등에는 담배 연기 속 유해물질이 달라붙었다가 그 공간을 이용하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자동차 안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자동차 실내에서 검출되는 니코틴 농도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흡연자 몸에 묻었던 니코틴이 자동차 안으로 옮겨 들어와 실내 표면과 먼지 등에 달라붙어 결국 자동차를 이용하는 타인과 가족에게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미국환경보건국에 따르면, 담배 속에 들어 있는 니코틴은 공기 중 먼지와 결합하면 21일이 지나도 40%가 남아있다고 한다. 흡연이 끝나고도 장기적으로 흡연에노출된다는 점에서 3차 흡연은 간접흡연보다 더 위험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아이들에게 특히 안 좋은 이유


미국 샌디에이고 주립대학교에서 실시한 연구는 3차 흡연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게오르그 매트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집 안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 흡연자 가정에서 태어난 신생아의 소변을 분석해본 결과 코티닌 성분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코티닌은 체내에 들어온 니코틴이 분해되어 나오는 성분. 코티닌 농도가 높을수록 아이에게 니코틴 성분이 많이 노출되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담배를 집안에서 피우지 않아도 3차 흡연을 통해 아이가 유해 물질에 노출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차 흡연으로 인한 피해는 어른보다 아이에게 더 심각할 수 있다. 대개 아이들은 어른보다 호흡이 빠르고, 키가 작아서 먼지가 묻어 있는 방바닥 등과 더 가깝게 생활해 어른보다 훨씬 많은 먼지를 흡입하기 때문이다. 또 똑같은 양의 유해물질에 노출되었다 해도 몸집이 작아 어른보다 더 많이 노출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울대 의대 강혜련 교수가 6~11세 어린이 3만158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차 흡연에 노출된 아이는 부모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아이에 비해 야간 기침(20%), 만성 기침(18%), 발작적 연속 기침(20%) 등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를 피운 뒤 꼼꼼하게 가글을 하고 손을 닦아도, 또 열심히 환기하고 청소를 해도 담배 연기 속에 들어 있는 유해물질로부터 완벽하게자유롭기는 어렵다. 지금 이 공간에 담배 피우는 사람이 없어도 3차 흡연으로 인한 공포는 오래도록 지속되는 것이니, 우리가 담배의 유해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더 많은 사람이 금연하는 것뿐이다.
<출처_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과학향기, 국립암센터가 제안하는 암 예방 가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