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me Story 2

건강iN 매거진 11월호hi.nhis.or.kr
잦은 음주가 여러 가지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중에서도 많이 알려진 것은 간 관련 질환이다. 술이 건강을 위협하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늘 ‘적당히 마시면 되지’라고 생각하며 음주에 대해 쉽게 관대해진다. 하지만 잦거나 과한 음주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음주가 어떤 병을 유발할 수 있는지, 그 원인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비만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10월 세계 비만의 날을 맞아 각 나라에 설탕세를 부과하라고 권고한 것이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료보다 술이 오히려 비만의 주범이 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이 24개국의 주류 및 음료 소비량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술로 섭취하는 열량이 하루 평균 168㎉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알코올 1g당 열량은 7㎉로, 4㎉ 정도인 탄수화물이나 단백질보다 훨씬 많다. 소주 한 병이면 이미 밥 한 공기가 넘는 칼로리인데, 거기에 안주까지 먹는다면 상당히 과하게 열량을 섭취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 몸에 들어온 알코올은 혈당을 떨어뜨린다. 술을 마시면 극심한 허기를 느끼기도 하고 지방이 풍부한 음식들이 먹고 싶은 것도 그 문이다.

그래서 술을 먹고 집에 돌아와 야식이나 밥을 먹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악순환 때문에 술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비만이 많을 수밖에 없다. 술로 생기는 비만은 내장비만인 경우가 많은데, 다른 음식을 과식하지 않아도 허리둘레가 많이 나온다. 누워도 배가 볼록하다면 술로 인한 내장비만을 의심할 수 있다.

간경화, 간암

술병을 살피면 “지나친 음주는 간경화나 간암을 일으키며…….”라는 경고문구가 고시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처럼 술 하면 떠오르는 질병이 간경화나 간암이다.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 중 75%가 지방간을 가졌다. 정상적인 간이 1~1.5㎏이라면 지방간은 여기에 지방이 쌓여 노란 기름기를 띠면서 팽창해 있다. 이렇게 간에 쌓인 지방이 간 속 미세혈관과 임파선을 압박하고 산소와 영양 공급을 차단하면 간의 활동력이 저하된다. 이런 상태가 계속 되면 지방간염이 생기고 이 중에서 10~15%가 간경화를 거쳐 간암에 이르게 된다.

성인이 하루에 분해할 수 있는 최대 알코올의 양은 160~180g이다. 하지만 하루 알코올 섭취량이 80g, 즉 소주 한 병이 넘으면 위험수위라고 한다. 만약 하루 40~80g의 알코올을 5~10년간 매일 섭취한 사람이 있다면 간경화 발생 위험선까지 와 있다고 할 수 있다.
음주로 인한 간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술을 마시더라도 알코올 총량이 50g을 넘지 않도록 조절 해야 한다. 맥주 500㏄ 한 잔 혹은 소주(360㎖) 3분의 2병, 막걸리(760㎖) 한 병에 해당하는 양이다.

알코올성 치매

술을 마시다가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필름이 끊긴다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단기기억이 뇌에 저장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우리 뇌는 2시간 이내의 경험이나 감정을 단기기억에 임시저장시킨다.
그리고 그 중에 중요한 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바꾸는데, 술을 많이 마시면 이 과정에 문제가 생겨 아예 저장을 하지 못하게 된다. 이런 경험이 한두 번 정도 일어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번번이 필름이 끊긴다면 알코올성 치매를 의심할 수 있다.
알코올로 인해 뇌 구조와 뇌 기능 전반이 손상된 상태인 알코올성 치매는 전두엽과 소뇌를 심하게 위축시킨다. 전두엽이 위축되면 폭력적 성향이 강해지고 참을성이 적어져 쉽게 화를 내고 과격한 행동도 하게 된다. 또 소뇌의 위축은 운동이나 보행 활동에 이상을 유발한다. 2016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30~40대 젊은 치매 환자가 약 60%나 증가했는데, 그 원인 중 하나로 과도한 음주를 꼽을 수 있다.
음주는 노인뿐 아니라 전 연령층에서 치매 원인으로 꼽히므로 자주 필름이 끊기는 현상이 반복된다면 음주를 삼가고 병원을 찾아야 하다.

알코올성 심근증

술을 마셨을 때 숨이 가쁘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사람은 알코올성 심근증을 의심해야 한다.
알코올은 간뿐만 아니라 심장에도 치명적인데, 그 이유는 알코올 분해 과정에서 생기는 아세트 알데히드 때문이다. 아세트알데히드는 심장펌프 기능을 떨어뜨리고, 심장근육을 손상시킨다. 이때 생기는 것이 알코올성 심근증이다. 미국 일리노이 시카고 간호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알코올성 심근증은 하루에 알코올 90g(소주 한 병 반) 이상을 5년 동안 섭취할 경우 발병할 수 있다.

아직 알코올성 심근증의 증상이 뚜렷하지 않을 경우 단순한 피로나 노화 현상 정도로 느낄 수 있지만 이를 방치하면 심부전과 부정맥을 유발해 급성사망할 위험이 높아진다. 알코올성 심근증 에도 불구하고 음주를 절제하지 않을 경우, 4년 내 사망률은 50%에 달한다고 한다. 단, 알코올성 심근증은 금주를 하게 되면 증상이 뚜렷하게 개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