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me Story 2

건강iN 매거진 10월호hi.nhis.or.kr
감정노동자란 고객의 기분이나 조직이 요구하는 가치를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통제하는 노동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은 자기 내면의 감정과 조직이 요구하는 감정의 불일치로 자율성과 자아가 손상되기 쉽다. 정신건강에 여러 위협을 받고 있는 감정노동자들. 이제 개인을 떠나 사회적 문제의 중심에 있는 감정노동자의 정신건강을 어떻게 지키고 어떻게 도와야 할까.

택시기사 절반 이상, 정신건강 적신호

택시기사들은 하루에 몇 번이나 승객과 일대일로 막힌 공간에서 만난다. 이런 택시기사들이 승객에게 폭행을 당할 위험은 다른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6배가량이나 된다고 한다.
울산대 간호학과에서 근로환경조사(2014년,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를 토대로 <택시운전원의 고객응대 노동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국내 택시기사 중 33.7%가 취업 후 1개월 내에 언어폭력, 12.3%가 모욕이나 위협을 경험했다. 택시기사들은 승객으로부터 언어 및 신체적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을수록 자신이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다고 답했다.

감정노동이 심한 직업 1위는 전화상담원

감정노동의 압박을 가장 많이 받는 직업은 무엇일까. 2015년 실시한 한국고용정보원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국내 감정노동자 약 1천만 명 중, 감정노동의 강도가 심한 직업 1위는 전화상담원이었다.
지난 7월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콜센터 근무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화상담원 93.3%가 근무 도중 언어폭력을 당했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74%가 ‘언어폭력에 노출되어도 참는다’고 답했고, ‘언어폭력 상황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며 진정했는가’라는 질문에는 48.2%가 진정할 시간 없이 바로 다음 업무에 투입되었다고 대답했다.

혹시 나도 감정노동자일까

이밖에도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스스로를 감정노동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2015년 취업포털 커리어넷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신이 감정노동자라고 생각하는가?”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83.1%가 자신을 감정노동자라고 답했다. 또 “현재 감정노동으로 인한 질병 또는 증상을 겪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의 59.7%가 “그렇다”고 대답했고, 39.5%가 감정노동으로 인한 질병으로 우울증을 꼽았다.

직무 자율성이 낮을수록 고위험

감정노동자의 정신건강에 있어서 직무 자율성은 중요한 부분이다. 지난 6월 연세대 의대 직업환경의학과 윤진하 교수팀의 연구 발표에 따르면 강도가 높은 감정노동 요구에 남자는 2.07배, 여자는 1.97배 더 많은 자살 충동을 느낀다고 답했다. 여기에 직무 자율성이 낮으면 자살 충동은 남자의 경우 4.6배, 여자는 2.78배까지 뛰었다.
직무 자율성은 근로자들이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허용되는 자율적인 재량권을 말한다. 자신의 업무에서 자율성을 억압받을 경우, 근로자의 정신건강에 더 악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함께해요! 정신건강 지키기

감정노동에 의한 정신건강 문제는 개인적인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조직과 사회뿐 아니라 고객이라는 개인으로서 우리 모두가 함께 참여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스스로 지키는 정신건강

감정노동에 의한 스트레스는 경험이 쌓인다고 해결되거나 줄어들지 않는다.
너무 참기만 하면 오히려 화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이 대처법으로 권장하는 방법은 ‘① 적응하기 ② 일과 나와의 분리 ③ 혼잣말의 인지적 기법 ④ 분노 조절훈련 ⑤ 생각 멈추기’가 있다.
그중에서도 ‘일과 나와의 분리’는 현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긍정적인 해석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가장 좋은 대처법이라고 한다. 또 스스로를 위로하는 혼잣말도 도움이 된다. ‘이 상황이 정말 내가 화를 내야 할 상황일까?’ 같이 중얼거리다 보면 스트레스 상황으로부터 어느 정도 멀어진다.
복식호흡, 근육이완법, 명상, 취미 등 나만의 건전한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는 것도 좋다. 만약 개인적으로 해결이 되지 않을 때는 전문가를 찾아 상담을 해야 한다.

함께 지켜야 할 정신건강

감정노동자가 일을 하는 조직에서는 먼저 고객이 폭언을 하거나 잘못을 했는데도 근로자가 무조건 응대하거나 사과를 해야 한다는 방침을 바꿔야 한다. 성희롱이나 심한 언어폭력에 대해서는 노동자도 강력한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소비자들도 서비스업에 대한 인식을 바뀌어야 한다. 서비스업 종사자에게 과도한 친절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상대도 나도 동등한 입장이라 생각하고 배려를해주어야 한다.
지난 3월 15일 감정노동에 대한 산재인정 기준을 확대하는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이 개정안에 따라 산재보험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에 ‘적응장애’와 ‘우울증’이 포함되었다.
감정노동은 중증 사회문제 중 하나이다. 피해보상도 필요하지만 인식의 전환이라는 예방도 중요하다. 배려, 그것이 감정근로자의 정신건강을 위해 우리가 함께 실천해야 할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