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 6시, 어김없이 알람이 울린다. 어제도 ‘5분만’ 타령을 하다 결국 지각해 학원 선생님의 경고까지 받았다. 그래도 자꾸만 감기는 눈꺼풀을 막을 노릇이 없다. 결국 엄마의 잔소리에 간신히 일어나 아침밥에는 손도 대지 못한 채 서둘러 학원으로 향한다. 수업이 어떻게 지나가는 줄도 모르고 점심시간이 되서야 정신을 차린 호철이. 그제서야 배가 고픈지 학원 근처 편의점에서 라면으로 첫 끼니를 때운다.
올해 서울시가 발간한 ‘통계로 본 서울시민 건강’에 의하면 아침식사를 챙겨먹지 않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 학교와 학원 등 무리한 스케줄로 쉽게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음식, 자극적인 탄산음료 등의 섭취 또한 증가했다. 특히 2014년 주 5일 이상 아침식사를 거른 청소년이 28.9%로 2012년 24.1% 대비 4.8%나 증가했다. 한창 배고플 나이지만 정작 제대로 먹지 못해 매점과 편의점을 전전하는 것이다. 이에 따른 영양섭취의 부족도 심각한 수준이다.

영어학원까지 2시간이 남은 호철이는 언제나 그렇듯 PC방으로 향한다. 호철이가 요즘 푹 빠져있는 PC게임을 하기 위해서다. PC방으로 들어서자 먼저 자리를 잡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신발을 벗고 가장 편한 자세로 의자에 앉은 호철이. 잔소리꾼 엄마도 없으니얼굴이 점점 모니터 쪽으로 기울어져 간다. 이미 안경을 썼지만 오늘 따라 부쩍 눈이 흐려 보이는 것은 왜일까. 그래도 좋다. 황금 같은 휴식시간이니까.
책과 컴퓨터, 스마트폰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 아이들. 가장 걱정되는 것은 바로 눈 건강이다. 대한안과학회가 국민건강영양조사(2008~2012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 12~18세 청소년의 전체 근시 유병율은 80.4%였고 그 중에서도 실명을 유발할 수 있는 고도 근시 유병률은 12%였다. 청소년 근시 유병율은 60대 노인의 근시 유병률 18.5%보다 4.35배 높은 수치이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청소년 근시 환자의 약 70%가 중등도 및 고도 근시 환자라는 점이다.

PC게임을 마치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도착한 학원. 교실에 들어서자 벌써부터 예습 중인 친구들이 꽤나 많다. 드디어 수업이 시작되고 곧 수류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여기저기서 친구들이 푹푹잠에 쓰러진다. 잠을 이기려는 건지, 잠에 벌써 빠져있는 건지 이상한 자세로 수업을 듣는 학생들. 수업이 길어질수록 호철이도 앉았는지 누웠는지 모를 자세로 수업에 집중한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한다. 이때 잘못된 자세를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게 되면 척추측만증으로 인해 집중력이 나빠지고 내부 장기까지 압박되어 호흡과 순환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청소년기의 척추측만증은 일반적으로는 성장이 빠른 시기에 나타나게 되며 14세 이전에 발생하는 것이 보통인데 여학생이 남학생에 비해 3~5배 정도 발병률이 높다.

자정이 다 되어서야 귀가한 호철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이 피곤하지만 침대에 누워서도 친구들과의 SNS는 멈출 줄 모른다. 사실 잠자리에서뿐만이 아니다. PC게임을 할 때 빼고는 줄 곧 스마트폰에 신경이 곤두서 있기 때문이다. 메시지 알람이 울린 것도 아닌데 자꾸만 보게 되고 자다가도 깨서 무언가를 계속적으로 검색한다. 그러다 보면 새벽이 다 되어 잠이 들기 일쑤다. 지난해 발표한 미래창조과학부의 ‘2014 인터넷중독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만 10~19세)의 스마트폰 중독률은 29.2%로 전년(25.5%)보다 3.7%포인트 증가했다. 이 수치는 우리나라 청소년 4명 가운데 1명은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인 것으로, 스마트폰 과다 사용으로 일상생활의 장애가 유발되는 상태다. 스마트폰 중독의 무서움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학업 방해는 물론 신체 및 정신 건강 문제, 가족·친구 관계 악화 등이다. 특히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은 성인까지 이어질경우 사회 전체 문제로 악화될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