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이 이런 일까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TF팀이 있다. 바로 불법개설기관의 부당이득금 환수 업무를 하는 불법개설기관특별징수추진단이다. 잠복근무와 차량 추격전까지 불사하며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해 불철주야 업무에 임하고 있다.
글 편집실 사진 백기광
오디오북 듣기
불법개설기관, 즉 사무장병원, 면허대여약국은 의료법·약사법을 위반하여 의사, 약사가 아닌 사람이 타인의 명의를 빌려 병원 또는 약국을 개설·운영하는 기관을 말한다.
불법개설기관의 문제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보험급여비를 부당하게 받아 건보 재정에 악영향을 끼치는 점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이에 공단이 2009~2023년까지 15년간 불법개설기관으로 적발해 부당이득금 환수를 결정한 기관은 총 1,724곳이며, 부당 청구로 인한 환수 결정 금액은 무려 3조1,200억 원에 달한다.
불법개설기관에 부당이득금 납부를 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납부를 회피하는 고액체납자들을 추적해 징수하기 위해 탄생한 팀이 불법개설기관특별징수추진단이다. 실제 거주지를 추적 조사하고, 주소지가 확인되면 현장 강제징수를 통해 부당이득금을 징수하는 TF팀으로 2021년 부산에서 시범사업을 거쳐 2022년부터 본부에서 추진단을 결성해 전국에 산재한 체납자를 대상으로 활동하고 있다.
영화 속 탐정과도 같은 현장 업무
추진단의 업무는 ①대상자 선정, ②서면분석, ③체납추적 조사, ④강제징수 등 크게 4가지이며, 강제징수 이후에 압류물품 공매의뢰 등 사후관리까지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업무의 특수성이 있다.
추진단은 대상자가 선정되면 체납자의 소재를 파악하고 강제징수를 위해 일차적으로 공단의 전산자료를 활용해 서면분석을 실시한다. 그 외에 확인되지 않는 정보는 현장 출장을 통해 확인한다. 현장 출장은 체납자 거주지, 경제활동 유무, 이용차량 등 체납자의 생활 패턴을 직접 파악하기 위해 잠복근무도 하는 등 공단에서 이루어진다고 상상하기 어려운 업무의 연속이다. 실거주지 확인을 위해 필요시 체납자의 뒤를 쫓아 차량 추격전을 벌일 때도 있고, 야간에 활동하는 체납자가 있을 경우에는 새벽까지 잠복근무하며 동선을 파악하고 흔적을 찾기도 한다.
체납자의 실거주지가 확인된 이후에는 최종 단계인 가택수색을 실시하는데, 체납자의 저항이 심해 몸싸움은 일상이라고 한다. 어렵게 진입한 체납자의 집 안 구석구석 각자가 맡은 수색 구역을 꼼꼼하게 살피며 숨겨놓은 현금과 재산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가택수색의 경우 그동안의 노력에 비해 아쉬운 징수 결과를 보일 때도 있지만, 체납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고 사무장병원 진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데 일조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추진단만이 할 수 있다는 자부심과 성취감
추진단은 6개 지역본부 권역을 중심으로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4박 5일까지 전국을 누빈다. 대부분 체납자가 납부책임을 면탈하기 위해 주민등록상 주소지에 거주하지 않는 등 실제 거주지가 다르다 보니, 꼼꼼한 서면분석으로 실거주지를 특정한 후에 2인 1조로 나눠 움직인다. 체납추적 조사 시 가장 중요한 점은 체납자의 생활 패턴을 파악하는 것이다. 체납자가 하루 종일 집 안에만 있어 체납자의 실거주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하염없이 대기하는 경우도 많다. 체납자가 나타나는 바로 그 한순간을 위해 몇 날 며칠을 긴장된 상태로 업무에 임한다.
가택수색은 별도의 예고 없이 찾아가기 때문에 체납자와 처음 대면하는 순간 “저를 어떻게 찾으셨어요?”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고 한다. 가택수색 고지 후 자택 진입과 숨겨놓은 현금 등의 유체동산을 수색하는 과정에서는 체납자의 격렬한 저항과 폭언 및 욕설 등으로 위험한 순간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동료들이 다치지 않게 서로를 보호하며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가택수색 후에 확보된 징수금액이 적을 때도 있고 많을 때도 있지만, 전국의 공단 임직원 중에서 이 업무는 추진단원만이 할 수 있다는 자부심과 성취감으로 힘든 순간도 넘길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추진단원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꼽는 케이스는 2023년 2월부터 추적해 2024년 3월 현장징수에 성공한 체납자. 인상착의, 연락처, 이용차량 등 아무런 정보가 없었고, 어떻게 경제생활을 유지하는지 파악하기도 힘든 체납자였다고 한다. 추진단원들은 내근을 하면서도 기회가 될 때마다 추적에 나섰고, 공식적으로는 6번의 출장이었지만 퇴근하는 길에도 들러보고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개인적인 시간을 투자해가며 소재를 파악했다고. 징수금액도 상당해 역시 포기하지 않고 하다 보면 된다는 큰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었다고 한다.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징수한다’는 슬로건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케이스였다.
불법기관의 적발과
신규 진입 차단을 위한 노력
막대한 인명피해를 초래한 OO세종병원 사례처럼(사망 47명, 부상 112명) 대다수의 불법개설기관은 과밀병상 운영, 영리 위주의 과잉의료행위 등 수익 창출에만 혈안이 되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뒷전이다. 불법개설기관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누수가 날로 증가하면서 국민 부담이 가중되고 있지만 평균 11개월의 수사 기간 동안 재산은닉, 폐업 등으로 징수율은 7.56%에 그치는 현황이다.
공단에 특사경이 도입되면 불법개설기관 조사에 특화된 전문 인력이 수사를 하게 되어, 수사 기간을 평균 3개월까지 단축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국민의 건강권 보호뿐만 아니라 소중한 건강보험 재정도 연간 2,000억 원가량 지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불법개설기관으로부터 지킨 재원은 간병비·필수의료 등 급여범위 확대와 전 국민 보험료 부담 경감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불법개설기관의 적발만큼이나 신규 진입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공단은 지자체에 설치된 ‘의료기관개설위원회’ 운영 지원을 통해 불법개설기관의 진입 방지를 강화하고, 공단의 참여를 확대하는 등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예비의료인(의·약·치·한의·간호대생 등)과 보건의료학과 학생 등을 대상으로 불법개설기관 예방 교육을 강화해 불법개설기관의 폐해 등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하고 적법한 요양기관 개설을 유도하는 등의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미니 인터뷰
요양기관지원실 이윤학 실장
부당이득금 강제징수를 위한
추진단의 노력은 계속됩니다
불법개설기관의 부당이득금 체납자들은 70% 이상이 재산을 은닉, 처분한 경우이고, 위장전입 등 납부책임을 면탈하기 위한 행위가 날로 진화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 평균 11개월인 경찰 수사 기간 동안 재산을 은닉하는 등 징수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현재 강제 수사권은 없지만 공단은 체납금 징수를 위해 은닉재산을 찾아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하고, 은닉재산 신고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한 체납자의 인적사항을 공개하고, 신용정보원에 체납정보를 제공하는 사회적 압박을 통하여 납부를 유도하기도 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징수를 위해 고액체납자의 출국을 제한해 해외자산반출행위를 방지하고, 체납자의 수입물품을 대상으로 세관에 강제징수를 위탁하는 법령 개정을 추진 중입니다. 수사기간이 짧을수록 체납자의 재산은닉 등 납부 면탈 시도를 근원적으로 막을 수 있고, 조기 채권확보가 가능한 만큼 특사경도입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