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공백에도 부담은 없는 듯했다. 오히려 홀가분한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 케이윌이 돌아왔다. 최근 새 앨범 <올 더 웨이(All The Way)>를 무려 6년이라는 시간 끝에 공개했다. 이번 앨범은 성과보다 공감에 집중해 만들었다는 그가 리스너들에게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건넨다. 아티스트 케이윌로서 선택한 곡들을 선보이는 것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글 남혜연 사진 스타쉽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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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윌은 오랜만에 낸 앨범에 대해 “굉장히 큰 숙제를 해결한 느낌”이라며 홀가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11kg을 감량했어요. 뮤지컬에서는 풍채가 큰 역할을 맡았고 공백도 길어지다 보니 다이어트가 크게 필요 없었죠. 원래 앨범이 올해 초에 나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여러 유튜브 콘텐츠에 출연을 부탁했는데, 준비가 덜 되면서 미뤄졌죠. 출연을 철회해야 하나 싶었는데 불러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나갔어요. 화면에 나오는 나를 보고 오랜만에 냉정한 평가를 하게 됐죠.”
케이윌의 새 앨범에는 타이틀곡 ‘내게 어울릴 이별 노래가 없어’를 비롯해 ‘말할게’ ‘나와 달리’ ‘식탁’ ‘Lonely together’ ‘Easy living’까지 총 6곡이 실렸다. 특히, 가수 겸 작곡가 윤상·작사가 김이나·작곡가 황찬희·가수 뮤지·재즈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겸 프로듀서 다비와 가수 헤이즈·가수 선우정아 등 국내 최정상 아티스트와 함께 협업하며 화제를 모았다.
“저도 6년이나 걸릴 줄 몰랐어요. 1년에 한 곡이 완성된 셈이죠. 앨범을 만들면서도 가볍게 싱글 앨범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회사에서 앨범을 권유했어요. 성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시기다 보니 그런 제안이 좀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나는 왜 새 앨범을 준비해야 하는가’부터 시작이었어요. 하나하나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힘들었죠. 무엇보다 관계라는 건 나부터 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첫 번째 곡은 나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야 했고, 두 번째는 관계가 생성되는 설렘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관계의 소멸, 소멸 이후 혼자가 됐지만 외롭고 슬프다기보단 편하면서 새로운 관계를 꿈꾸는, 그런 곡으로 마지막 곡을 장식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총 6곡을 앨범에 담았죠.”
음악으로
공감을 얻는 일
6년 만의 컴백에 케이윌이 꺼내 든 건 ‘이열치열 발라드’와 ‘월드게이 뮤직비디오 2탄’이다. 발라드가 비수기인 여름이지만 소신껏 여름 컴백을 진행했고, 서인국과 안재현이 ‘이러지마 제발’ 이후 12년 만에 재회했다. 이번에도 역시 서인국이 동성 친구인 안재현을 짝사랑하는 파격 설정을 유지했다. 1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회자된 까닭에 서인국과 안재현은 ‘월드게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또한 ‘이러지마 제발’의 10년 후 이야기인 만큼, 두 배우는 이전보다 더 농밀한 분위기를 풍겼고, 신곡 뮤직비디오는 공개 3일 만에 조회수 300만을 넘기는 등 뜨거운 인기를 모으고 있다.
“뮤직비디오 스토리에 대해 고민이 많았어요. ‘프리퀄을 해야 하나?’ 이런 생각도 했어요. 고민 끝에 (‘이러지마 제발’) 뒷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결정했어요. 촬영장에 갔는데 분위기가 굉장히 뜨거웠죠. 무엇보다 (서)인국이랑 (안)재현이가 너무 의욕적으로 열정적으로 열심히 해줬고요. 정말 고마웠죠. 여기에 상황도 맞아떨어졌어요. 마이너한 곡이니 스토리도 마이너하면 더 좋을 것 같았거든요. 덕분에 상상한 그림이 현실이 됐어요. 이번엔 재미있는 작업을 하자고 마음먹었고 그 결과 나름의 설렘과 뿌듯함이 있어요.”
새 앨범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지만, 6년이라는 시간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을 순 없었다. 그 시간만큼 새로워야 하고, ‘믿고 듣는 케이윌’의 이름값도 증명해야 했다. 너무 많은 고민을 하느라 긴 시간이 흘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케이윌은 뒤로 물러서고 싶지는 않았다. 가장 자신 있는 그만의 음악을 만들어 세상에 내보낸 만큼, 긴 공백의 두려움은 어느새 철저하게 준비된 자신감으로 변하는 듯했다.
“이렇게 오래 걸릴 것이라곤 누구도 예상 못 했죠. 시간이 갈수록 부담도 고민도 많아지고 결정도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하고요. 그사이 코로나 팬데믹도 있었고 여러 일들이 있어 금방 시간이 가버렸어요. 6년간 트렌드도 많이 변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어요. 한마디로 ‘모든 게 고민’이라는 거죠. 알고리즘의 시대이다 보니 홍보도 어렵고 성과를 장담할 수 없는 시기이기도 하고요. 진정 가수가 할 일은 무엇인가 고민했습니다. 성과와 상관없이 (음악으로) 공감을 얻는 게 나의 일이라 생각했어요. 신나고 좋은 마음으로 임한 앨범이죠.”
장마에
잘 어울리는 목소리
이번 앨범의 또 다른 특징으로 화려한 라인업을 꼽을 수 있다. 타이틀곡은 윤상 작곡·김이나 작사다. 누구나 알고 공감하는 작곡가, 작사가와의 만남. 그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했다. 케이윌은 “예전부터 윤상 선배님과 같이 작업하면 좋겠다 싶었는데, 흔쾌히 함께 해주셨다”며 “대선배와의 작업이라 조심스러웠는데 편하게 해주셨다. 작업을 하면서 타이틀곡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김이나 씨가 작사를 맡았고 여러 번 수정 끝에 완성됐다”고 소개했다.
“앨범을 발표하면서 부담이 없을 순 없지만, 그보다도 앞으로 가수로서의 행보에 가장 필요한 건 성과가 아니라 내가 선택한 실패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성과도 따라오면 좋겠지만 원했던 결과물을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이 의미 있다면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확신했어요. 주위에서 ‘마이너한 이별송인 데다 여름에 발표하게 된 것에 대한 시기적인 아쉬움이 없나?’라는 질문도 있었어요. 하지만, 계절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어요. 더 이상 미루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계절적으로 가을에 더 어울릴 수도 있지만 가을엔 또 다른 좋은 곡을 낸다면 된다고 생각하니까요. 장마로 인한 피해는 절대로 없어야겠지만 과거에 ‘장마에 가장 잘 어울리는 목소리 1위’에 꼽힌 적이 있어서 재밌는 기대를 걸어보고 있어요!”
빌리언스 실버클럽이란
저력을 가진 가수
6년 만의 앨범이라곤 하지만, 가수 케이윌이 그간 보인 성과는 눈부시다. 특히 최근 멜론에서 음원 누적 스트리밍 20억을 돌파해 ‘빌리언스 실버클럽’에 들어갔다. 또한 현 소속사인 스타쉽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해 17년째 동행을 이어가고 있다. 어느 한 분야에서 성실하게 걸어온 성과이기도 하며, 케이윌이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그간 꽤 꾸준히 앨범을 발표했고 열심히 해왔구나 싶더라고요. 많은 분들이 노래를 들어주고 있다고 생각하니 감사해요. 20억이라는 숫자가 실감이 안 나기도 하고요. ‘Love Blossom(러브블러썸)’이 톡톡히 효자 노릇을 한 듯해요. 또 하나, 회사와의 오랜 인연 역시 저를 여기까지 오게 한 원동력 중 하나예요. 회사의 시작을 함께해서 더욱 의미 있죠. 내가 후배들이 연습하는 연습실 하나 정도는 기여하지 않았을까 싶어요.(웃음)”
케이윌은 또한 앨범 활동이 없었던 기간 동안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을 통해 두 차례 관객을 만났다. 그는 “공연을 하면서 노래에 대한 고민을 꽤 많이 했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앨범이 좋다’ ‘노래가 좋다’ 같은 이야기를 들으면 좋을 거다. 팬분들이 기대를 많이 해주고 계시기도 하고, 그분들이 나름대로의 방향성을 가지고 (이번 앨범을) 좋아해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흥얼거릴 수 있는 노래였으면 좋겠다”며 거듭 새 앨범에 대한 애착을 보였다.
6년의 공백기를 두면서 어느덧 40대가 됐다. 마지막으로 케이윌에게 40대 발라더로서의 고민, 그리고 이번 앨범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냐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나이를 생각한다기보단 어느덧 노래한 지도 20년을 향해가고 있는데 목소리가 지문이란 말을 많이 들어요. 익숙해진다는 건 분명 장단점이 있잖아요. 반갑지만 어느 순간 사람들이 신선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가운데 어떤 신곡을 발표하고 노래를 부를 것인가. 나뿐만 아니라 많은 가수들이 고민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앨범 좋다’ ‘노래 좋다’ 이런 이야기는 늘 듣고 싶어요. 팬들도 오랜만의 앨범이라 기대를 많이 하고 계시거든요. 알고리즘의 시대에 나를 검색하는 팬들은 다양성을 가지고 좋아해주는 분들인 듯해요. 리스너들도 ‘케이윌 드디어 나왔네’ 하며 반겨주시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