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수저, 근육부자 등 나이가 들면서 근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요즘이다. 나이 들어 근육 1kg의 가치는 1,400~1,600만 원이라는 이야기도 있듯이 근육은 노년기의 건강과 직결되어 있다. 은퇴 준비는 근육 운동부터 해야 하는 이유를 알아본다.
글 손성동(한국연금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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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딸이 물었다. “아빠! 저하고 헬스장 같이 다닐래요?” 그러잖아도 다리에 힘이 빠져 일의 효율성이 떨어져 있던 상황이라 내심 반가웠다. 딸 눈에도 그렇게 보였던 모양이다. 그래서 마음이 동하던 찰나 아내가 찬물을 끼얹었다. “네 아빠 절대 안 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헬스장 근처에도 가보지 않았으니, 아내의 말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었다. 잠시나마 헬스장에 관심이 생겼던 내 마음은 칼날 같은 아내의 말에 도로 꼭꼭 잠기고 말았다.
이후 방전된 배터리를 급충전하듯 집 근처의 서울 둘레길 걷기와 가벼운 산책을 하며 근근이 버티는 나날이 이어졌다. 그러던 어느날 유튜브를 탐색하다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근육량이 줄어드는 것은 누워 지내거나 간병인을 부르는 지름길’이라는 내용의 영상 때문이었다. 알아봤더니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가 출연한 영상이었다. 작년 말 ‘나이가 들어도 몸의 시간은 젊게’라는 부제를 단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라는 책을 집필한 분이었다.
바로 서점으로 달려가 그 책을 집어 들고 근처의 카페로 가 찬찬히 읽었다. 금과옥조 같은 내용이 가득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내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근육량 감소와 관련한 내용이었다.
근육량 감소=자산 감소
책에는 충격적이다 못해 섬뜩하기까지 한 내용이 있었다.
‘사람은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근육량이 감소하는데, 근육량과 근력의 정도는 노후를 보내는 모습과 직결된다. 팔다리 근육량을 기준으로 평생 한국 사람들이 가장 건강했을 때의 평균 근육량에서 남성은 약 15kg, 여성은 약 10kg을 잃으면 여생을 누워서 살아야 한다고 본다. 이는 근육량 감소와 신체기능 저하로 정의되는 근감소증이 지속되는 경우, 그렇지 않은 동년배에 비해 3~5년 내에 사망할 가능성과 요양시설에 입소할 가능성이 2~5배 증가하는 이유다.’
건강에 근육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나이 들어 낙상하면 큰일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고, 필자와 아주 가까운 분 중에 낙상으로 고생하다 요양병원에서 생을 마감하신 분도 있다. 사람은 평균적으로 30세 이후 10년마다 3~8%의 근육량을 잃는다고 한다. 이는 나이 들수록 가속화되어 60세 이후에는 매년 1%씩 근육량이 줄어든다고 한다. 근육량 감소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넋 놓고 방치해도 괜찮을까? 정희원 교수는 절대 아니라고 주장한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필자를 대상으로 계산기를 두드려봤다. 비록 평균적인 수치를 갖고 계산해본 것이긴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통계청에서 2022년 건강검진 수검자 1,723만 3,263명을 대상으로 평균 키와 몸무게를 조사한 결과 남자는 171.49cm와 74.33kg, 여자는 158.26cm와 58.65kg이라고 한다. 건강검진은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하지만 2022년 건강검진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대는 50대 22.47%, 40대 21.64%, 60대 17.90% 순이다. 흔히 중장년으로 부를 수 있는 4060세대가 건강검진 수검자의 62%를 차지하는 것이다. 이는 통계청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 몸무게와 신장은 4060세대의 평균 몸무게와 신장을 대변한다고 해도 큰 무리가 없음을 의미한다. 이를 토대로 계산한 결과, 4060세대 남성은 체중이 59.33kg을 밑돌 때, 여성은 몸무게가 48.65kg을 밑돌 때 근육량 감소가 심각한 수준임을 유추해볼 수 있다. 필자는 그 경계선 가까이에 있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근육량 1kg의 가치는 2022년 물가 기준으로 1,400~1,600만 원이라고 정희원 교수는 주장한다. 이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병원·요양원 평균 재원 기간 데이터와 연간 장기요양시설 부담비 약 3,000만 원, 삶의 질 저하에 따른 개인적 손실 등을 감안한 금액이다. 그럼 나는 근육량 감소로 얼마의 경제적 손실을 입었을까? 근육이 5kg 빠졌다면 7,000~8,000만 원 손실을 입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정도 돈을 저축하려면 몇 년이나 걸릴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수록 아찔해진다.
근력 운동은
은퇴 준비의 필수 항목
그동안 은퇴 준비의 중요성을 설파하며 다녔던 게 부끄러울 뿐이다. 아무리 계산을 잘해 필요한 돈을 모으면 뭐 하는가? 나도 모르게 돈이 줄줄 새고 있다면 백약이 무효일 뿐이다. 정희원 교수는 시간, 유전자, 삶의 방식을 노화의 세 가지 수도꼭지라고 했다. 유전자는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그 많은 시간 동안 잘못된 삶의 방식으로 살아왔거나 살아간다면 노화의 시계는 더욱 빨리 돌아가고 급기야 와병노인 신세를 면하기 힘들 것이다.
직립보행은 사람을 사람이게끔 만든 핵심 요소다. 근육량 감소를 방관하는 것은 스스로 사람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은퇴 이후 근육량 감소를 모른 체하는 것은 은퇴파산으로 가는 지름길을 개척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근육량 감소를 방지하거나 근육량을 증가시키는 근력 운동은 은퇴 준비의 필수 항목이다.
그동안 돈 버느라 지치고 망가진 심신을 치유하고 활기찬 제2의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근력 운동은 필수다. 근육량이 줄어들면 넘어져 골절할 위험이 증가하고, 이는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다른 건강 문제를 불러올 수도 있다.
은퇴 준비의 최전선에 있는 4060세대는 건강한 육체를 지탱하는 근력 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건강은 지키는 게 아니라 돈처럼 버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1년에 몇십만 원 투자하면 수 천만 원을 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