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과 오해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문한빛 교수

비만이 위험한
이유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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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질병의 원인을 짚어보면 비만과 관련된 사례가 많다. 나이의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비만하면 각종 질병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비만이 일으킬 수 있는 질병은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고 평소 비만을 예방하기 위해 각별히 신경 쓰자.

  박지영 사진 윤선우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문한빛 교수

진료분야 : 건강증진, 비만관리, 대사증후군, 만성피로

Q1

비만이 위험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단순히 배가 나온 체형의 문제가 아니라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과 같은 질병을 일으키고 나아가 사망에 이를 가능성을 높이는 질병으로 규정합니다. 비만하다면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사람에 비해 당뇨 위험은 5~13배, 고혈압은 2.5~4배, 심장관상동맥질환은 1.5~2배 높게 나타납니다. 이 외에도 지방간, 통풍, 수면무호흡증, 하지정맥류, 담석증, 관절염, 역류성 식도염, 불임, 발기부전, 대장암, 유방암까지 초래할 수 있습니다. 또한 비만은 자존감 저하 및 우울증 등의 정신적 문제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체질량지수(BMI)가 높을수록 우울증 위험이 커진다는 영국 엑시터대학교 연구팀의 연구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비만은 장기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므로 평소 비만의 위험성에 관심을 두어야겠습니다.

Q2

체중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들 말합니다.
그렇다면 중요한 항목은 무엇인가요?

A 몸무게가 표준범위에 들어도 체지방률이 높을 수 있고, 몸무게가 많이 나가도 체지방률은 낮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다이어트의 주 목적을 체중 감소로 하기보다 우리 몸의 체지방, 내장지방을 줄이는 것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대한내분비학회, 대한비만학회의 권고안에서는 허리둘레를 기준으로 남자는 90cm 이상, 여자는 85cm 이상을 비만으로 진단합니다. 체지방률이 높고 내장지방이 쌓이면 동맥경화나 심혈관질환, 고혈압 등의 성인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체지방률은 꾸준한 운동을 통해 근육량을 늘려야 줄일 수 있습니다.

Q3

소아 비만이 문제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대한비만학회가 발간한 ‘2023년 비만 팩트 시트’에 따르면 현재 국내 소아청소년 5명 중 1명은 비만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아청소년 복부비만 유병률도 10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집중관리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소아 비만은 같은 나이대에서 체중이 신장별 표준체중보다 20% 이상 많이 나가거나 BMI 지수가 상위 5%인 경우를 말합니다. 소아 때 비만할수록 중년기에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 심뇌혈관질환을 지닐 확률이 높아지고 평생 관리가 필요할 수 있으므로 제때 치료해야 합니다.

또한 소아비만은 성조숙증을 유발해 성장판을 일찍 닫히게 하고, 최종 신장을 작게 만듭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열등감, 우울증, 낮은 자존감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부모와 전문의의 적극적인 관리와 치료가 요구됩니다.

Q4

젊은 당뇨가 늘어난 것이 비만 때문인가요?

A 당뇨병은 인슐린의 양이 부족하거나 기능이 떨어져 고혈당을 비롯, 여러 증상 및 합병증을 초래하는 질환입니다. 현재 국내에서 약 600만 명이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 30세 이상 국민의 당뇨병 진단 경험률은 2022년 9.1%로 전년도 8.8%보다 0.3%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10년간 발병률도 약 2%p 증가하는 등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당뇨병이 유전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비만, 스트레스, 운동 부족, 음주, 흡연 등 환경적 요인 및 생활습관과도 연관 있기 때문입니다. 당뇨병은 적절하게 관리하지 않는 경우 뇌졸중, 심근경색증, 만성콩팥병, 망막병증, 신경병증, 발기부전 등 다양한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당뇨병 합병증은 환자의 삶의 질을 현저하게 떨어트릴 뿐만 아니라, 의료비 등 사회경제적으로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예방이 필요합니다.

Q5

비만이 코골이, 만성피로와 관련 있나요?

A 특별한 질환이 없는데도 피로감을 느낀다면 만성피로, 수면호흡장애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면호흡장애는 수면 중 기도가 좁아지거나 막혀 저호흡 또는 무호흡이 발생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코골이, 수면무호흡증이 수면호흡장애의 대표적인 질환입니다. 수면 중 호흡이 끊어지면 혈액 내 산소가 부족해 각성이 일어나고 깊은 잠을 취하기 어려워 만성수면장애, 만성피로로 이어집니다. 특히 비만인은 편도 또는 목젖 점막이 비대해 치료 효과를 보기 어려우므로 다이어트가 필수적입니다. 실제 체중을 10% 감량하면 수면무호흡 증상을 50%가량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Q6

비만과 심뇌혈관질환은 어떤 상관관계인가요?

A 비만인 사람은 정상 체중인 사람보다 2배 이상 높은 사망률을 보입니다. 이는 주로 뇌졸중 및 허혈성 심혈관질환에 의한 결과입니다. 뇌졸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서 뇌가 손상되고, 그에 따라 한쪽 얼굴, 팔, 다리의 마비, 언어장애, 심한 두통 등의 신체장애가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갑자기 나타나는 경우가 일반적으로 당뇨병, 고혈압과 같은 질병이 있거나 흡연, 음주, 비만, 신체활동 부족 등 생활습관과 관련이 깊습니다. 뇌졸중은 발생 후 3시간 내에 적절한 치료를 해야 생명을 구하고 장애 위험을 낮출 수 있으므로 조기 증상을 잘 숙지해야 합니다. 동맥경화와 고혈압, 비만 등의 대사증후군을 지닌 경우 허혈성 심장병, 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이 발생해 사망할 확률이 일반인에 비해 4배 정도 높습니다. 대사증후군은 꾸준한 생활습관 관리가 가장 중요한 만큼 평소 식단을 조절하고, 금연과 금주, 운동을 생활화해야 합니다.

Q7

비만이 관절염으로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체중이 1kg 증가하면 무릎 관절에는 4~7배의 부담이 가게 됩니다. 비만으로 몸이 무거워지면 무릎, 엉덩이 관절과 같이 체중의 영향을 받는 관절에 많은 부담이 가면서 염증이 생기게 됩니다. 척추와 관절에도 지방 무게에 의한 중력이 증가하면서 관절 퇴행이 가속화됩니다. 복부비만인 경우 허리 통증이 유발되고, 체중이 증가할수록 고관절통이 생깁니다.

퇴행성 관절염은 나이가 들면 생기는 병으로 인식되어왔지만, 최근에는 과체중에 의한 관절 및 연골 압박, 잘못된 자세 등으로 나이와 상관없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복숭아뼈 주변으로 통증을 느끼는 족관절통, 발바닥 근막에 염증이 생기는 족저근막염 역시 비만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 경우 체중을 줄이면 염증이 상당 부분 개선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