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소확행

우리들의 소하지만
실한

일상을 소소한 행복으로 채워주고 입가에 살며시 미소를 띠게 하는 <건강보험> 독자들의 '소확행'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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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의 아름다움

황득실

이제는 농촌이 더 그립다고나 할까? 순수한 서민의 생활도 그렇고 극히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농부들의 모습이 무척 여유로워 보인다. 지금 생각해보면 농촌에서 내가 흙을 좋아했던 유년 시절 소꿉친구와 보냈던 때가 그립다. 그 이유는 내 손으로 직접 흙과 생물체를 가까이하며 흙의 미학(美學)을 느낀다는 것, 신선한 채소를 심어보고 가꾼다는 것, 그 즐거움이야말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유년 시절 가난한 농촌에서 나와 함께 순수한 모습으로 자라던 추억이 이제는 점점 가물거린다. 요즘 세상의 각박함과 산업의 지나친 발달 속에 ‘인간의 이기주의’라는 말과 ‘기후변화’라는 단어가 짝을 이루는 것 같다. 여러 번 생각해보아도 시골만큼 아름다운 곳이 있을까? 수도권은 거대한 도시로 개발되어 푸른 논밭을 보기가 쉽지 않다. 풀 한 포기, 채소한 포기를 내 손으로 직접 심어보고 싶어도 마땅한 곳이 없다. 그렇지만 시골에서는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 여기저기에 있어서 한 번쯤 귀촌하고 싶다는 생각도 해본다. 얼마 전 이웃집 주말농장에서 얻은 상추를 보고 채소를 가꾼 손길에서 묻어난 정성과 노력, 수확의 기쁨보다는 땀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대자연을 통하여 가족과 공동체가 주는 풋풋함도 좋았고 친환경 속에 묻혀 사는 농촌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내 마음에 그려본다.

산책길에서 배운 것들

원미정

남편이 퇴직을 하고 난 후 혼자 집 근처 산에 오르고 동네 산책도 다녀오고 하더니 그것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당연히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같이 이야기를 나누며 다녀야 지루하지 않을 텐데 말이다. 내게 같이 다니자고 했지만 흥미도 없고 체력도 되지 않아 계속 미루다 풀이 죽어 있는 남편을 보니 미안함도 생기고 내 건강을 위해 같이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 같이 동네 산을 오르던 날, 나는 계속 뒤처지고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온몸이 땀범벅이 되었고 심지어 두통으로 머리까지 아팠다. 하지만 산 정상에 올라 동네 전경을 한눈에 담으며 그 수고로움을 보상 받았다. 그 후 시간이 나면 산을 오르고 내리며 계절마다 달라지는 자연의 변화를 즐기게 되었다. 때론 멧돼지가 목욕한 자리를 보며 혹시라도 어디서 갑자기 나오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되었지만 멧돼지는 야행성이라 그럴 일은 없을 거라 해서 안심했다. 동네 산책을 할 때도 배우는 게 많다. 봄이면 한창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예전의 나의 눈엔 모든 게 잡풀이었는데 이젠 남편이 많이 알려주어 식물 이름도 조금씩 알게 되었다. 쌉싸름한 맛이 있어 입맛 없을 때 고추장에 비벼 먹으면 맛있는 왕고들빼기가 날 때는 조금 뜯어 와 저녁 밥상에 올린다. 비슷하게 생긴 가시상추도 있다. 까만 열매가 달리는 자리공은 독성이 있어 먹으면 안된다고 한다. 최근에는 돌단풍도 알게 되었고 지나가다 처음 보는 식물이 있어 남편에게 물어보니 이름도 특이하게 소루쟁이란다.

그러면 집에 와서 검색해보고 메모도 해본다. 또 자주 가는 길에 멍석딸기라고 불리는 산딸기 군락이 있는데 맛이 달아서 작년에도 몇 개 따 먹었다. 요즘도 산책하며 그곳을 지날 때면 올여름에도 많이 달리라고 마음속으로 기도한다. 같이 다니며 남편은 아는 지식을 살짝 뽐내는 기쁨을 누리고, 나는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행복을 맛본다. 우리의 일석이조 동행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우리들의 소확행'은 일상에서 소소하게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 함께 나누고 공감하는 독자 여러분을 위한 지면입니다. 여러분의 작지만 소중한 행복 이야기를 <건강보험>에 보내주세요. 채택된 분에게는 소정의 모바일 상품권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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