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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알아보는 정신질환

우리가 챙겨야 할 마음 건강

전 세계적으로 사회가 급변하면서 불안과 긴장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몸의 건강뿐 아니라 마음의 건강까지 챙기는 지혜가 필요하다. 건강한 사회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알아둬야 할 네 가지 키워드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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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영 감수 박선영(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참고 자료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국민건강보험공단,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우울한 기분이 지속되는 우울증

우울증은 마음이 언짢은 상태가 특징인 질환으로, 일시적으로 슬프고 우울한 기분이 드는 상태와는 다르다. 우울증이 있으면 우울한 기분이 들고, 괜히 슬퍼지거나 불안해지며, 무슨 일을 해도 재미가 없다. 자다가 자주 깨고, 식욕이 떨어지며, 평소보다 말수가 줄어든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의 자료에 따르면 평생 우울증에 걸릴 확률은 남성이 5~12%, 여성이 10~25%라고 한다. 10명 중 1명 정도는 죽을 때까지 적어도 한 번은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는 말이다. 여성은 생리, 임신, 출산, 폐경 등 호르몬의 급작스러운 변화를 자주 경험하므로 우울증에 더 잘 걸린다고 보고된다. 또 가족이나 친척 중 우울증을 앓았던 사람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약간 높다고 한다.

우울증은 심리적·환경적 요인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이에 식사, 수면, 운동 등과 관련해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다른 이와 어울릴 수 있는 취미 활동을 하며, 고민이 있으면 주위 사람에게 털어놓는 등 우울증을 예방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우울증 관련 증상이 나타났을 때 일상적인 방법으로 나아지지 않고 2주일 이상 증상이 계속되면 전문가에게 상담받기를 권한다. 병원에서 우울증으로 진단받으면 약물치료, 정신치료, 인지치료, 행동치료, 전기충격요법 등을 시행한다. 약물치료의 경우 세로토닌 선택적 재흡수 차단제가 가장 많이 사용된다.

우울증 치료와 예방에는 규칙적 운동이 효과적이다. 운동하면 체온이 높아지면서 몸의 긴장이 해소돼 우울증 완화에 이롭다. 또 운동할 때 뇌에서 기분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엔도르핀이 분비돼 우울증을 덜 느끼게 한다. 술, 커피 등 고용량 카페인을 삼가는 것도 중요하다. 알코올은 우울증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상태를 악화한다고 알려졌다. 커피 등 고용량 카페인도 신체와 신경계를 예민하게 만들 수 있다. 신체적·정신적으로 자신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취미 생활을 하면 좋다.

만성 직장 스트레스, 번아웃증후군

번아웃증후군(Burnout syndrome)은 휴식을 충분히 취해도 극심한 피로 증상이 풀리지 않고 6개월 이상 계속되는 것이다. 과도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와 그에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해 지친 상태로, ‘정신적 탈진(소진) 증후군’이라고도 부른다. 미국 정신분석가 허버트 프로이덴버거가 논문 ‘상담가들의 소진(Burnout of Staffs)’에서 처음 사용한 말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번아웃증후군을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만성 직장 스트레스’로 규정하고, 제대로 알고 관리해야 하는 직업 관련 증상이라고 알린 바 있다.

번아웃증후군의 원인은 만성적 스트레스가 지속되면서 생긴 부신의 코르티솔 호르몬과 교감신경 항진으로,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피질축(HPA)이 과활성화돼 나타난다고 알려졌다. 여러 이유로 부신 기능이 저하돼 생기는 내분비호르몬의 변화로도 발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조급한 사람, 완벽주의를 추구하거나 책임감이 강한 사람, 스트레스를 잘 해소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번아웃증후군이 많이 나타난다.

번아웃증후군의 증상은 다양하다. 에너지의 고갈과 피로감, 직장이나 업무와 관련된 거부감, 부정적 생각의 증가, 냉소주의, 업무효율 저하 등이다. 번아웃증후군이 나타나면 충분한 휴식과 균형잡힌 영양 섭취 등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또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취미 생활이나 여행 등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때 자신을 돌아보고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갖는 게 큰 도움이 된다. 번아웃증후군이 더 큰 마음의 병으로 번지기 전에 업무에서 벗어나 내 인생의 진정한 주인이 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번아웃증후군 증상 때문에 업무가 불가능하거나 증상이 너무 오래 계속되면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기력증

주위에서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들은 ‘몸이 늘어지고 무겁다’, ‘늘 기운 없다’, ‘나른하고 졸리다’, ‘아무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이 외에 만성피로, 수면장애, 기억력 장애, 위장 장애, 근육통 등 다양한 증상을 호소한다. 무기력증은 기력이 없어 아무것도 할 수 없거나 하고 싶지 않은 상태를 일컫는다. 무기력증이 있는 사람은 피로감을 쉽게 느끼고 집중력이 떨어져 간단한 작업을 하는 것에도 어려움을 느낀다.

무기력증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신체적 원인은 갑상선기능저하증이나 당뇨병 등 내분비·대사 질환이 대표적이다. 수면무호흡증, 불면증 등 수면장애도 무기력감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심장·폐 질환이 있거나 신경계에 이상이 동반돼도 발생할 수 있다. 여성은 월경주기 또는 갱년기로 인한 호르몬 변화 때문에 무기력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정신적 원인은 우울증이나 불안증과 같은 정신질환으로 알려졌다.

병원에서 무기력증으로 진단받으면 가장 먼저 원인 질환에 대한 치료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있으면 갑상선 호르몬 투여를 시행하고, 심장·폐 질환이 있으면 이에 맞는 약제를 투여하는 식이다. 수면장애가 원인이면 수면위생을 교정하거나 약제 등을 처방해 치료한다. 또 우울증 등 정신적 원인으로 무기력증이 발생했다면 정신과 상담과 항우울제 치료가 도움이 된다.

전문가들은 무기력증을 치료,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올바른 생활습관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영양소 균형을 잘 맞춰 식사하며, 하루 7시간 이상 충분히 잠을 잔다. 운동을 하면서 기분 전환을 하고 체력을 강화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평소 운동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면 실내 자전거 타기나 동네 산책 등 가벼운 운동부터 시작한다. 틈날 때마다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더불어 휴식 시간을 적절히 가져 피로가 쌓이지 않게 한다.

범불안장애, 공포증, 공황장애, 사회불안장애 주의

건강한 사회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신경 써야 할 키워드 중 마지막은 불안장애다. 긴장과 불안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정상적 감정이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사소한 문제에 대해 정상적인 반응 이상으로 긴장과 불안을 느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불안한 감정이나 이에 따른 신체적 증상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나타난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 의사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이 현명한 자세라고 말한다. 불안장애에는 범불안장애, 공포증, 공황장애, 사회불안장애 등 각기 다른 성격의 여러 정신질환이 포함되므로 원인을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불안이나 우울과 같은 정서적 부분을 담당하는 뇌 신경회로 내 신경전달물질의 부족 또는 과다, 유전적 소인, 뇌의 기능적 변화나 구조적 변화, 사회·심리학적 측면, 인지·행동적 측면 등이 병적인 불안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고 알려졌다.

범불안장애(일반적인 불안장애)는 불안한 느낌이 과도하고 광범위하며, 다양한 신체 증상을 나타내며 계속되는 상태다. 범불안장애가 있으면 보통 자율신경이 예민해져 땀이 나고, 맥박이 빨라지며, 손발이 저리거나 차게 느껴진다. 또 얼굴이 화끈거리거나 가슴이 뛰고, 소변이 자주 마려우며, 구토감이나 목에 이물감이 느껴진다. 이 경우에는 먼저 불안이 신체질환 때문에 생긴 건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생활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다양한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노력해야 한다.

공포증도 불안장애의 하나다. 공포증은 어떤 대상이나 상황 앞에서 비현실적 두려움이나 불안이 생겨서 그 대상이나 상황을 피하는 것이다. 공포증이 있을 때는 공포 대상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두려워하는 대상이나 상황에 점진적으로 접근해 공포 상태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중요하다. 공황장애 역시 불안장애에 속한다. 공황장애는 갑자기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극도의 불안이나 공포가 엄습하는 상태를 말한다. 공황장애가 발생하면 강한 공포와 곧 죽을 것 같다는 불안을 느낀다. 호흡이 곤란해지고, 가슴통증이 느껴지며, 질식할 것 같거나 숨이 답답하다. 사회불안장애는 면밀한 관찰이나 부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상황에서 현저한 공포와 불안을 경험하는 것을 말한다. 사회불안장애가 있는 사람 대부분은 불안을 느끼는 사회적 상황을 회피한다고 알려졌다.

병원에서 불안장애로 진단받으면 항우울제와 항불안제 등으로 약물치료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항불안제는 즉각적으로 불안 증상을 줄이기 위해 사용하고, 항우울제는 효과가 나타나는 데 2주일 이상 걸린다. 경우에 따라 비약물 치료법인 인지행동 치료법을 병행하기도 한다. 이 외에 평상시 충분히 휴식하고 취미 활동 등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면 불안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