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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귀촌을
꿈꾼다면

은퇴가 얼마 남지 않으면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중 귀촌을 준비하며 새로운 인생을 계획하는 경우도 있다. 귀촌을 희망한다면 언제부터 어떤 계획을 세우고 준비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손성동(한국연금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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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없는 사람은 죽은 나무와 같다. 살아 있는 나무는 뿌리로부터 빨아들인 물과 영양분을 끊임없이 위로 밀어 올리며 줄기를 살찌우고 잎과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다. 겨울철 앙상한 가지만 남긴채 죽은 듯 보이는 나무가 봄에 새싹을 틔우는 것은 뿌리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뿌리만 살아 있다면 언제든지 푸른 향연을 펼치는 나무처럼 꿈이 있는 사람은 언제든지 새로운 인생을 펼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꿈은 삶의 뿌리이자 동력이며, 인생에 풍미를 더하는 양념이다.

은퇴를 앞두고 중장년기에 꾸는 꿈

꿈은 젊은이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중장년은 물론 100세를 앞둔 어르신에게도 꿈은 필요하다. 꿈은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동력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생의 대전환기인 은퇴를 전후한 시점에 있는 중장년에게 꿈은 더더욱 필요하다. 실제로도 중장년 중에는 이런저런 꿈에 부풀어 있는 사람들이 많다. 수많은 역경을 함께 헤쳐온 부부가 그 기간을 화끈하게 만회라도 할 듯 화려한 꿈을 꾸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지친 심신을 달래며 인생을 관조하는 삶을 살고자 소박한 꿈을 꾸는 경우도 있다. 이들에게 세계여행이 화려한 꿈의 대명사라면 귀촌은 소박한 꿈의 대표가 아닐까!

화려한 꿈이든 소박한 꿈이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주도면밀한 준비가 필요한 법이다. 특히 귀촌은 그것이 아무리 소박한 꿈으로 포장되더라도 거주지의 이전이라는 점에서 아주 큰 일이다.

아무리 좁은 땅덩어리를 가진 나라에 살고 있더라도 농촌과 도시의 삶은 환경 면에서 매우 다르다. 즉 하드웨어적 측면과 소프트웨어적 측면 모두에서 귀촌은 매우 다른 세상으로의 이동을 의미한다. 단순히 병원이 멀어지느냐, 쇼핑이 불편해지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넓은 잔디밭, 푸른 숲, 맑은 공기 등 아름다운 것만 즐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귀촌은 삶의 현장이 바뀌는 것이며, 삶의 전반적인 부분에 많은 변화를 불러오는 인생의 큰 이벤트이다. 그러기에 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은 더욱 철저한 계획과 연습으로 자신을 단련할 필요가 있다.

먼저 계획적인 부분부터 살펴보자. 귀촌은 단순한 삶의 로망이 아니라 삶의 터전을 바꾸는 현실이다. 그러기에 무엇보다도 어디에 터를 잡을지부터 정해야 한다. 귀촌을 꿈꾸는 많은 사람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은 단연 고향이다. 그러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향수를 자극하는 고향은 예전의 고향이 아닐 공산이 크다. 그리운 사람들은 이미 그곳을 떠나고 없거나 환경 역시 크게 달라져 있을 것이다. 인심도 예전만 못할 것이다. 더욱이 자식과 멀리 떨어져 살아야 하는 점 역시 고민거리다. 귀촌을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미래로의 여행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자식들과 너무 멀리 떨어져 사는 것은 권할 만한 일이 아닌 것 같다.

유형별 삶의 터전의 장단점 파악하기

삶의 터전을 고르는 일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내 집이 위치할 구체적 장소와 내 집의 형태이다. 내 집의 구체적 장소로는 전원주택단지, 기존의 시골 마을, 자연 속의 호젓한 곳 등 여러 유형이 있다. 전원주택단지는 비슷한 꿈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살기 때문에 비록 낯선 곳이지만 사람 사귀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할 수 있다. 반면 비슷한 꿈을 안고 왔다 하더라도 사람마다 삶의 패턴이나 취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생활에서는 적잖은 마찰이 발생하기도 한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시골 마을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고 정겨운 시골 정취를 느낄 수 있지만, 생각보다 강할 수 있는 텃세와 익숙하지 못한 환경은 충분히 검토해야 할 부분이다. 자연 속의 호젓한 곳은 조용한 은퇴생활을 즐기기에는 안성맞춤이지만, 외로움과 생활의 불편함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자신감과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이처럼 각 유형마다 장단점이 있으므로 각자의 성향을 잘 파악해 자신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

내 집의 형태 역시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고려요소이다. 철근콘크리트·경량철골조·일반목구조 등 내 집의 구조와 단층·복층 등도 정해야 한다. 내 집을 어떤 형태로 정할 것이냐는 가격 부담과 관리의 용이성 등을 면밀히 따져서 결정해야 한다.

한 달 살기로 연습해보기

성공적인 귀촌에서 계획 못지않게 중요한 게 바로 연습이다. 연습이란 귀촌생활에 필요한 것을 미리 경험해보는 것을 말한다. 귀촌생활의 낭만으로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은 정겨운 친구 및 가족과의 삼겹살 파티이다. 지글지글 맛있게 익은 삼겹살을 텃밭에서 갓 따온 각종 야채에 얹어 한입 가득 집어넣는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문제는 텃밭이 있다고 하여 각종 채소가 그냥 자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귀촌하기 전에 주말농장이나 집 안의 적당한 장소를 이용해 상추 등을 기르는 방법을 미리 익혀두면 아주 유용하다. 연습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일에는 집 관리도 있다. 아파트에 거주한다면 관리사무소에 연락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시골생활에서는 직접 해결하거나 사람을 부르더라도 도시보다는 훨씬 시간이 오래 걸린다. 특히 골치 아픈 게 전기와 수도 관련 문제이다. 간단한 전기 수리와 수도 문제 해결방법을 익혀둘 필요가 있다.

귀촌 연습으로 가장 좋은 방법은 귀촌하기 전에 실제로 시골살이를 해보는 것이다. 요즘 시골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한달살이를 지원하는 곳이 많다. 한 달이라도 실제 살아보면 시골생활이 어떤 것인지, 어떤 점이 좋고 불편한지, 어떤 기술과 자세가 필요한지 등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다.

귀촌은 내 삶에 많은 변화를 불러오는 인생의 큰 이벤트이므로 신중하게 접근하고 준비해야 한다. 성공적인 귀촌을 위해선 최소 3년 이상 충분한 시간을 두고 디테일하게 계획을 짜고 연습도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