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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알아보는 노인성 질환

건강하게 잘 늙으려면

단순히 오래 사는 ‘장수’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웰에이징(Well-aging)’ 시대다. 웰에이징은 노화를 피할 수 없다면 건강하게 잘 늙어가자는 것이다. 건강하게 잘 늙기 위해 꼭 알아둬야 할 키워드를 살펴본다. 다음 네 가지 키워드가 노년기 삶의 질을 좌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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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영 감수 이상현(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참고 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기억력 강화로 치매 예방

나이 들면 뇌 노화로 뇌 기능이 감소한다. 언어 능력과 학습 능력, 단기 기억력이 떨어지는 건 물론이고 반응 시간과 수행 능력 또한 느려지고 저하된다. 뇌 노화는 섬망, 치매,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뇌졸중, 우울증 등 다양한 뇌·신경계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30세가 넘어가면 뇌세포가 쇠퇴하기 시작한다고 알려졌다. 이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불안 및 긴장 상태에 자주 놓이면 뇌세포의 피로가 촉진돼 기억력이 떨어질 수 있다.

노년에 접어들었다면 기억력 저하와 관련해 경도인지장애와 치매를 살펴야 한다.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과 언어 능력 등은 감퇴했지만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상태로, ‘치매 전단계’로 통한다.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노인의 경우 매년 10~15%가 치매로 진행된다고 보고된다. 치매는 뇌 손상이 발생해 여러 영역에 걸쳐 인지기능 저하가 일어나고, 이로 인해 일상생활의 수행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이다. 치매 종류 중 알츠하이머 치매와 혈관성 치매가 대표적이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에 쌓이면서 뇌 조직이 소실되고 위축되는 퇴행성 뇌질환으로 전체 치매의 60~70%를 차지한다. 혈관성 치매는 뇌경색, 뇌출혈 등 뇌혈관질환에 의해 뇌조직이 손상돼 발생한다.

뇌 기능과 기억력을 강화하려면 꾸준한 두뇌 활동이 필수적이다. 언어나 악기, 운동 등 그동안 배우거나 하고 싶었던 것을 찾아 꾸준히 하자. 익숙한 것이 아닌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이를 실행하면 뇌 기능 보존에 도움이 된다. 봉사활동과 사교모임에 적절히 참여하는 것도 두뇌 활동 촉진에 이롭다. 규칙적인 운동도 빼놓을 수 없다. 매일 30분~1시간씩 운동하면 뇌세포의 산화 손상을 줄이고 뇌 조직을 보호해 기억력 강화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고지혈증 제때 치료하기

건강하게 잘 늙으려면 고지혈증에 신경 써야 한다. 고지혈증은 혈중 지질이 필요 이상으로 많은 상태다. 혈액 속에는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있는데, 이것이 혈관 벽에 쌓이면 죽상경화증을 일으킬 수 있다. 고지혈증은 동물성 지방, 포화지방산, 탄수화물 과다섭취 등 식습관, 음주, 흡연, 운동 부족, 나이 증가, 유전 등이 원인이 돼 발생한다. 고혈압, 당뇨병, 비만, 흡연, 저밀도(LDL) 콜레스테롤, 조기 관상동맥질환, 가족력, 나이(남성 45세 이상, 여성 55세 이상) 등 심혈관질환의 주요 위험인자를 보유한 사람이라면 혈중 콜레스테롤 관리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고지혈증은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므로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병원에서는 금식 후 실시한 채혈 검사에서 총콜레스테롤 200mg/dL 이상, LDL 콜레스테롤 130mg/dL 이상, 중성지방 150mg/dL 이상이면 고지혈증으로 본다.

병원에서 고지혈증으로 진단받으면 적극적으로 치료하자. 고지혈증 치료는 식습관과 운동 등 생활습관 개선과 약물치료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전문가들은 고지혈증 관리와 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식습관과 운동이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평소 섭취하는 지방량을 총 섭취 열량의 25~35%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고 알려졌다. 탄수화물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중성지방이 늘어나니 주의한다. 현재 과체중 상태라면 규칙적인 운동으로 서서히 체중을 줄인다. 약물치료는 스타틴 계열의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스타틴 계열의 약물은 HMG-CoA 환원효소 억제제로 작용해 콜레스테롤 합성을 저해하고, 혈중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 이 외에 에제티미브, 콜레스티라민, 니아신, 피브레이트 등이 사용된다.

고지혈증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죽상경화증에 따른 협심증, 심근경색증,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혈액 내 중성지방 수치가 아주 높으면 췌장염이 발생한다.

근육량 감소 등 기력저하에 주의

나이 든 사람들은 ‘기력이 떨어졌다’는 말을 많이 한다. 기력이 떨어졌다는 건 몸의 노화 현상으로, 세포의 에너지와 기능이 약해지고 근육량이 줄었다는 뜻이다. 근육량이 줄어들면 같은 활동을 하더라도 예전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돼 쉽게 피로해진다. 근육은 인체 전반의 기능과 역할을 책임지므로 건강하게 잘 늙는 데 무척 중요한 요소다. 일반적으로 40대 이후 근육량이 급속히 감소하여 매년 1% 정도 감소한다고 알려졌다. 근육량이 줄어들면 쉽게 피로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넘어지는 빈도가 잦아져 골절 위험이 늘어난다. 몸의 신진대사와 면역 기능 역시 떨어진다.

기력저하와 관련해 근감소증을 조심해야 한다. 근감소증은 근육을 구성하는 근섬유 수가 급격히 줄어든 상태다. 예전에는 노화의 일부분으로 여겼지만, 지금은 하나의 질환으로 본다. 60대 이상에서 기력이 많이 떨어지고 움직임이 둔해지는 등 운동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면 근감소증을 의심할 수 있다.

근감소증을 예방하고 기력을 유지하려면 운동과 식습관 관리를 철저히 한다. 1주일에 최소 3~5회 규칙적으로 운동한다. 빠르게 걷기, 수영 등 유산소 운동뿐만 아니라 스쾃, 팔굽혀펴기와 같은 근력 운동도 병행하는 것이 좋다. 근육량 유지를 위한 양질의 단백질 섭취도 중요하다. 양질의 단백질은 달걀, 콩과 두부, 기름기 없는 고기, 생선 등에 풍부하다. 비타민 D도 잘 챙기자. 비타민 D가 부족하면 피로감을 쉽게 느낄 수 있으므로 치즈와 우유 등 비타민 D가 많이 든 음식을 섭취하고, 하루 20분 이상 햇볕을 쬔다.

비만, 고혈압 등 대사증후군 관리

대사증후군 관리 역시 웰에이징에 꼭 필요하다. 대사증후군은 각종 영양소를 분해하는 대사 과정에서 복합적인 문제가 발생한 상태로, 고혈당과 고혈압, 비만 등 건강 문제의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여러 질환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것이다. 대사증후군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비만을 유도하는 식단과 운동 부족, 과도한 스트레스 등 환경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 인슐린 저항성이 근본적인 원인일 것으로 추정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통계를 보면 대사증후군으로 진료받은 환자 수는 2018년 약 1,120만 명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22년 약 1,360만 명에 달했다. 대사증후군에 해당하는지 궁금하다면 대사증후군 평가지표를 살펴보자. 대사증후군 평가지표는 중심비만, 고중성지방혈증, HDL 콜레스테롤 저하, 공복 혈당, 고혈압이다. ▲허리둘레가 남성 90cm, 여성 85cm 이상이면 중심비만 ▲중성지방이 150mg/dL 이상이면 고중성지방혈증 ▲HDL 콜레스테롤이 남성 40mg/dL, 여성 50mg/dL 미만이면 HDL 콜레스테롤 저하 ▲공복 혈당 100mg/dL 이상 ▲수축기 혈압 130mmHg 또는 이완기 혈압 85mmHg 이상이면 고혈압으로 본다. 이 중 3가지 이상에 해당하면 대사증후군으로 진단한다.

전문가들은 대사증후군이 있으면 여러 가지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커지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혈압과 고중성지방혈증은 그 자체로 심뇌혈관질환의 대표적인 위험인자다. 또 비만으로 인해 혈당과 혈압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뇌경색이나 협심증, 심근경색증 등 심뇌혈관질환이 나타날 위험이 2배 이상 상승한다. 아울러 대사증후군이 있을 경우 남성은 대장암, 간암, 전립선암 위험이 커지고, 여성은 자궁내막암, 유방암 위험이 커진다고 알려졌다.

노년기를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대사증후군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식습관을 건강하게 바꾸고 규칙적으로 운동해야 한다. 평소 식사 등을 통해 섭취하는 열량을 줄여 복부비만과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면 좋다. 나트륨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혈압이 높아질 수 있으니 짜게 먹지 않는다. 식사할 때 김치와 찌개, 국, 젓갈 등을 조금만 섭취하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와 과일, 해조류, 버섯류 등은 자주 섭취한다. 혈당을 관리하려면 정제된 상태의 탄수화물인 단순당 섭취를 줄인다. 단순당은 혈중 당 농도를 급격히 높여 체내 인슐린 분비를 교란하고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킨다. 운동은 1주일에 3~4일 유산소 운동을 하기 권한다. 빠르게 걷기, 조깅, 수영, 계단 오르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숨이 찰 정도의 강도로 한다.

흡연과 과도한 음주 역시 대사증후군 위험을 높이므로 주의한다. 흡연 시 체내에 축적되는 니코틴, 일산화탄소 등 독성 물질은 지단백 대사 이상과 내피세포의 기능장애를 유발하고, 아드레날린 분비를 자극해 혈압과 심박수를 증가시킨다고 알려졌다. 과도한 음주는 혈압을 증가시키고 혈중 중성지방 수치를 높일 수 있다. 금연하고 술은 적정량만 마시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