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에너지가 느껴지는 매력적인 신예가 나타났다. 배우 최규리. 아직 대중에겐 생소한 이름이지만,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를 본 시청자라면 “어? 신선한데?” 하며 눈여겨봤을 것이다.
글 남혜연 사진 후크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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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절친과 남편의 불륜을 목격하고 살해당한 여자 강지원(박민영 분)이 10년 전으로 회귀해 인생 2회차를 사는 운명의 시간을 보여준 작품. 최규리는 극 중 U&K 마케팅 팀 사원이자 재벌 3세 유희연 역을 맡았다. 박민영의 통쾌한 복수에 일조하는 조력자로, 극 중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 19학번
상상한 그대로였다.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쳤고, 밝은 미소는 보는 이를 기분 좋게 했다. 최규리는 2000년생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에 재학 중이다. 2021년 TV조선 <엉클>, 2022년 tvN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등 두 작품에 출연했고, 세 번째인 이번 작품에서 가장 긴 호흡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에선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알고 보니 국제 중학교와 외고를 거쳤으나 연기가 너무 하고 싶어 자퇴했다고.
“어렸을 땐 공부에 뜻이 있었어요. 아이비리그로 진학을 꿈꾸고, UN사무총장이 목표이기도 했어요. 그런데 막상 학교에 가보니 세상에 재미있는 게 너무나 많은 거예요. 중학생 무렵 신설된 창작연극부에서 처음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재미를 알았고, 중3 때 한창 인기였던 tvN <응답하라 1988>을 보며 ‘나도 저런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다’는 꿈을 키우게 됐어요. 류혜영 선배님이 연기한 성보라 캐릭터가 특히 탐나서 오디션에서 ‘야, 이 닭대가리야!’라고 소리치는 장면을 연기한 적도 많아요.”
반려묘를 키우고, 그림에 소질이 있다고 자신한다. 쾌활한 성격으로 혈액형은 O형. MBTI는 ENTP랑 ENFP를 왔다 갔다 한단다. 요즘 가장 뿌듯한 것 중에 하나는 SNS 팔로워가 엄청나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가 방송되기 전만 해도 2,000명이던 팔로어가 현재 88만 명을 넘어섰다. 그 덕분에 “요즘 엄청 사랑받고 있구나. 더 열심히 해야지”라며 하루를 기쁘게 시작한다. 포털 사이트에 자신에 대한 기사가 떠 있는 것도 신기한 요즘이다.
배우를 선택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을까. 국제 중학교와 외고를 거쳤던 만큼, 혹시 드라마 속의 상황처럼 최규리 역시 과거로 되돌아 간다면 같은 선택을 했을지 궁금했다.
“분명 같은 선택을 했을 거라고 자신해요. 해보고 싶으면 미친 듯이 해야 됐고, 미친 듯이 하다 보니까 감사하게도 한예종에 입학했어요. 그 이후로 연이 잘 닿아서 이렇게 배우가 직업이 되었고요. 꿈이 바뀐 것도 아니에요. 제 꿈은 여전히 좋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되는 거니까요. 올해 시작이 너무 행복해서 더 큰 목표를 꿈꾸는 게 민망하긴 하지만, 희연이로 절 알아봐주신 분들에게 올해가 가기 전에 다른 작품으로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박민영 선배는 은인
박민영은 최규리를, 최규리는 박민영을 칭찬했다. 두 사람은 묻지 않았음에도 먼저 서로에 대한 얘기를 꺼냈고, 같이 연기할 수 있었음에 감사했다. 특히 최규리는 촬영장에서 껌딱지처럼 박민영을 졸졸 따라다니기도 했다고. 마지막 촬영 현장에선 아쉬운 나머지 박민영을 등에 업기도 했다. 박민영 또한 “최규리의 젊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좋았다. 지금처럼 신나고 즐겁게 연기를 마음껏 했으면 좋겠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저는 연기 경력도 길지 않고, 작품을 같이하기 전엔 언니는 그냥 TV에서 보는 스타였어요. 그런데 같이 작품을 하니까 언니가 곁을 많이 내주시더라고요. 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수다도 많이 떨었고 연기 조언도 많이 얻었어요. 귀찮아하지 않으시고 다 잘 받아주셨어요. 정신적으로, 또 현장에서도 도움을 엄청 많이 받았죠. 언니한테 ‘언니는 나한테 은인이다. 진짜 은인님’ 이렇게 이야기하니까 언니가 되게 쑥스러워하면서도 좋아해주셨어요.(웃음) 언니랑 연기 호흡을 맞추는 것도 최고였어요.”
인터뷰 내내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던 최규리는 박민영과 함께한 현장 이야기를 할 때는 눈을 별처럼 반짝였다. 이제 배워나가는 촬영 현장이 너무나 재미있어서일까. 박민영과는 같은 소속사라 더 조심스러웠지만 처음으로 작품을 함께하면서 한발 더 다가설 수 있었기 때문에 촬영장 가는 길이 즐거웠단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선배의 연기를 직접 보고 현장에서 배우는 재미가 컸던 것.
이렇듯 관계가 워낙 돈독했던 터라 박민영과의 에피소드를 말할 때 처음엔 ‘선배님’이던 호칭이 자연스럽게 ‘언니’로 바뀌었다.
“언니와 감정 신을 한 게 딱 하나 있었어요. 탕비실에서 나인우(유지혁 역) 오빠의 친동생이 아니라고 고백을 할 때였어요. 내 감정을 조금 더 받쳐주려고 언니가 컷에 안 잡히는데도 매 컷마다 진심으로 감정 연기를 해주셔서 감동받았어요. ‘언니가 나를 동료 배우로 존중해주는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죠. 그래서 연기 호흡도 조금 더 편하게 맞출 수 있었어요.”
다양한 모습을 갖춘 배우로 성장하고파
1년이라는 시간을 한 드라마에 모두 쏟아부었다. 현재까지 배우 최규리의 인생작 1순위는 <내 남편과 결혼해줘>이다. 가장 많은 분량을 소화하고 스포트라이트까지 받았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여기에 최근 베트남으로 포상휴가도 다녀왔다. 이렇게 드라마는 끝났지만 큰 사랑을 받았던 터라 여운이 많이 남는 건 사실이다.
“꼬박 1년간 품었던 드라마를 보내주는 게 쉽지 않아요. 정이 많이 들었죠. 무엇보다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준 작품이니까요. 포상 휴가를 떠나기 전에는 계획을 짜면서 그렇게 기뻤는데, 막상 다녀오고 나니 또 허전해요. ‘이게 정말 마지막인가’라는 아쉬움도 있지만, 이젠 보내줘야죠.”
이제는 배우로서 입지를 더욱 다지는 시간.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친구들도 만나고 운동도 하며 또 다른 계획을 짜고 있다.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 많은 만큼 준비된 자세로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라 작품이 없는 기간에도 하루 24시간이 모자란다.
“촬영을 하면서 운동을 게을리했는데 요즘은 다시 심기일전해서 테니스도 치고 헬스장에도 나가요. 모든 일의 기본은 체력, 즉 건강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비타민도 챙겨 먹고, 요즘같이 볕이 좋은 날은 걷기도 해요. 스트레스가 풀리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또 하나, 저는 제가 출연한 드라마를 미친 듯이 돌려봐요. 초반 3, 4회 때는 1회당 7번 정도 봤던 것 같아요. 그 뒤로는 적당히 3~4번씩 보고 있고요. 볼 때마다 새롭게 보이는 순간이 있어서 좋아요. 또 자연스럽게 공부도 되고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그렇다고 서두르지는 않겠다고 했다. 이제 시작인 만큼, 하나하나 다지면서 배우 최규리의 필모그래피를 의미 있게 채우고 싶다는 당찬 포부다. 마지막으로 최규리에게 올해의 목표에 대해 물었다.
“세상에 밝고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것이 저에겐 배우죠.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고 싶어요. 배우 최규리, 잊지 말고 지켜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