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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을 지나 봄이 올 무렵엔 봄꽃을 기다리게 된다.
꽃샘추위에 다소 추운 날씨가 이어져도 목련꽃이 피어나면 봄이 왔음을 깨닫고,
벚꽃이 피는 곳마다 봄의 축제장이 되어 봄을 만끽하는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채워진다.
최근 그런 봄꽃이 점점 더 빨리 찾아오고 있다.
기다림은 줄었지만, 이유를 알고 나면 기뻐할 수만은 없다.
정리 편집실 출처 그린피스
벚꽃 없는 벚꽃축제
작년 봄, 예상 개화 시기보다 한참 일찍 벚꽃이 만개해버려 벚꽃축제를 준비한 많은 지자체와 관계자가 혼란에 빠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피어나 예정된 축제 날에는 꽃이 진 뒤 푸르러진 벚나무를 배경으로 벚꽃축제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작년만 유독 빨리 피었던 걸까? 해마다 개화 시기가 다르지만 평균 시기는 점차 빨라지고 있다. 축제 시기도 이에 맞춰 달라졌다. 예컨대 여의도 벚꽃축제는 2012년에 4월 13일에 시작되었지만 작년에는 4월 4일에 열리는 것으로 계획되었다.
빨리 피어나는 봄꽃들
벚꽃과 더불어 기후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는 개나리가 있다. 계절 관측 요소로 기상청이 주목하기도 하는데, 개나리 개화 시기는 2011~ 2015년 사이 보름까지 빨라졌다. 진달래 역시 2021년 이전 12년 동안 연평균 1.4일씩 더 빨리 피었다. 개나리와 마찬가지로 보름 이상 빨라진 것이다. 산동백이 피우는 동백꽃도 이와 비슷했다.
봄꽃의 개화 시기가 빨라지는 이유
봄에 개화하는 식물들은 꽃망울을 터뜨리는 시기에 온도와 일조량 영향을 특히 많이 받는다. 그래서 따뜻해지는 시기가 빨라지면 개화 시기도 함께 빨라진다. 봄꽃의 개화 시기가 급격하게 달라졌다면 기후 변화가 급격히 진행됐기 때문이다.
혼란에 빠진 생태계
우리나라 봄꽃은 지난 수백 년간 일정한 간격을 두고 차례대로 피어났다. 봄꽃 개화 순서를 일컫는 ‘춘서’라는 표현이 있는 이유다. 개나리와 산동백, 벚꽃은 원래 다른 시기에 만개해왔으나 이제는 비슷한 시기에 만개하는 등 개화 시기가 뒤섞이고 있다. 개화 시기가 변하면 식물의 생애주기가 달라진다. 식물의 생애주기가 달라지면 곤충도 위협을 받는다. 꽃이 일찍 피면 매개 곤충과 활동 시기에 차이가 생겨 곤충이 먹이를 제때 구하지 못하면서 개체 수가 급감한다. 꼭 맞물려 돌아가던 생태계 흐름에 균열이 생기는 것이다.
매개 역할을 하는 곤충이 줄면 식물의 번식 활동도 왕성할 수 없다. 지구상 식물의 75%가 곤충을 통해 번식하고 인류 식량의 98%에 달하는 100대 농작물의 71%가 곤충의 화분 매개에 의존한다. 빨리 피는 꽃을 보며 좋아할 수만은 없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