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박민영이었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를 통해 또 한 번 성장했다고 했다. 2006년 MBC 일일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을 통해 혜성같이 등장한 이후 주연 배우로 이름을 올리며 성장해온 그를 만났다.
글 남혜연 사진 후크엔터테인먼트
오디오북 듣기
“동료애를 많이 느꼈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연기를 할 수 있음에 감사했어요. 힘들지 않은 삶이 어디 있겠어요. 잘 이겨내고, 열심히 살아가는 하루하루. 이 모든 것이 저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또한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걸 새삼 깨달았어요.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순식간에 많은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더욱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연기했죠.
인생 최저 몸무게 37kg까지 감량한 독기
작품 때문이었다. 44kg. 164cm인 박민영의 활동을 하지 않을 때 몸무게라고 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암 환자 역할을 위해 37kg까지 감량했다. “그렇게 극단적이어야 했냐”고 묻자 박민영은 “리얼리티를 살리고 싶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힘든 일인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절친(송하윤 분)과 남편(이이경 분)의 불륜을 목격하고 살해당한 여자가 10년 전으로 회귀해 인생 2회차를 살며 시궁창 같은 운명을 돌려주는 ‘본격 운명 개척’ 드라마. 박민영은 극 중 주인공 강지원 역을 맡아 열연했다. 그뿐 아니라 1회차 말기 암 환자 역할을 위해 37kg까지 체중을 감량했다.
“절대 할 짓이 못 돼요.(웃음) 자고 일어나면 어지러워서 벽을 딛고서야 했죠. 정말 너무 어렵게 삶을 살게 됐는데 그 앙상한 뼈가 드디어 화면에 잡히니까 너무 기뻤어요. 아이러니하게 내 몸은 지금 병들어가고 있는 느낌인데도 캐릭터를 구현해냈다는 게 되게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때의 제 모습요? 박수를 치고 있었어요.”
박민영은 몸무게만 줄인 게 아니었다. 메이크업도 거의 하지 않았다. 대신 모자를 썼다고 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으니 연기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고 했다.
시작은 대본이었다. 강지원의 지문에 앙상한, 메마른, 건조한, 푸석한, 영혼 없는 눈동자 등이 써 있었던 것. ‘하려면 확실하게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했고, 결과는 만족스러웠다고. 이후 다시 건강한 모습을 되찾기 위해 2주간의 시간이 주어졌고, 그동안 박민영은 살찌우기에 돌입하는 시간도 가졌다.
“힘이 없고 ‘뼈마름’된 상태에서 거울을 보면 초라하잖아요. 절대 저처럼 감량하면 안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원래 우울증이 좀 있었는데 운동을 하면 개선이 되고 건강해지더라고요. 억지로 (살을)빼면 더 불행해지기만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평소 체중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신나게 운동을 하며 지내고 있다. 특히 요즘 같은 봄날, 한강을 걷거나 친구들과 캠핑을 즐기기도 한단다. 박민영은 이번 작품을 통해 건강의 소중함을 깨달았다며, <건강보험> 독자들에게도 당부의 말을 전했다.
“너무 몸이 힘들면 얼마나 괴로운지 간접적이었지만 이해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환우분들께 도움이 되고자 기부를 하기도 했어요. 절대 저처럼 빼지 마시고 건강한 방법으로 행복하다 느낄 수 있을 정도로만 빼시면 좋겠어요. 저는 지금 다시 건강해졌어요. 그리고 건강은 건강할 때 챙겨야 하는 것 같아요. 운동을 하는 게 어렵다면 일주일에 한두 번쯤은 산책을 권하고 싶어요.”
최악의 친구 VS 최악의 남편
극 중이지만 인생 2회차를 사는 경험은 많은 생각을 갖게 했다. 박민영의 주위 사람들 역시 다양한 반응을 쏟아냈다고 한다. 이이경에게 통쾌한 복수를 할 때는 함께 환호했고,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라 생각했던 송하윤에게 복수를 할 땐 함께 기뻐했다.
그런 그에게 ‘최악의 친구 vs 최악의 남편’을 물어봤더니 “후~ 이런 질문 많이 받았다. 남편은 평생을 함께 살아야 하는데, 최악이라면 정말 견디기 힘들 것 같다”면서 “차라리 최악의 친구를 선택하겠다. 손절할 수 있으니까”라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인생 2회차에서 건강하고 통쾌한 사람이 되려는 강지원처럼 저도 그렇게 살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욕심도 들었고요. 그렇게 살아내는 제 모습을 보면서 다른 분들도 용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랐어요. 사이다 복수를 하는 장면에선 정말 신나게 연기했죠.”
시청률 5.2%로 출발한 드라마는 사이다 복수로 진화하면서 10회만에 시청률 10%를 돌파했다. 박민영의 드라마가 또다시 성공한 것. 그는 시청률에 대해 “모든 배우가 함께 이룬 결과물이다. 무엇보다 팀워크가 좋았다. 이들이 없었다면 박민영도 없었을 것”이라면서 모든 공을 함께 연기한 배우들에게 돌리는 겸손함을 보였다.
“촬영을 하면서 힘든 순간들이 분명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이)이경이나 (나)인우, (송)하윤, (최)규리가 정말 많이 힘이 된 것 같아요. 사실 종방연 때 마음이 조금 힘들었는데, 그때 ‘우리 같이 들어가자’라면서 이 친구들이 저를 이끌어줬거든요. (덕분에) 기운 내서 잘 마칠 수 있었던 작품이에요.”
카메라 밖에선 누구보다 친했으나 안에선 그야말로 밉상이었다. 바로 극 중 강지원의 전남편이자 뻔뻔한 불륜남 박민환 역을 맡은 이이경이 그 대상. 이이경의 너무나 리얼한 연기로 ‘국민 밉상’, ‘쓰레기 남편’이라는 수식어까지 생겼고, 심지어 너무 연기가 실제 같아 농담으로 ‘이이경 은퇴설’까지 언급됐다.
“예능으로만 접했던 배우라 실제로 연기를 같이하는 건 처음이었거든요. 어떻게 할지 너무 궁금했어요. 처음에 연기할 때 ‘악역 하면 너처럼 해야겠다’고 했어요. 처음부터 너무 꼴 보기 싫게 나왔거든요.(웃음) 회귀 전 집 신을 먼저 찍었는데 소품팀이 실제로 너무 리얼하게 구현해주셨어요. 진짜 김치, 라면 냄새가 엄청났죠. 나는 앙상한 모습에 코피를 흘린 자국도 있는데 소파에 누워서 오락기를 내던질 때 진짜 싫은 모습을 본 듯한 느낌이었어요. 진짜 잘한다고 생각했죠. 덕분에 ‘찐’ 연기가 나왔어요.”
논란에 대해선 쿨하게 ‘과했다’
매 회마다 화제가 된 건 박민영의 오피스룩이었다. 치명적이도록 화려했다고 해야 할까. 방송이 거듭될수록 박민영의 패션이 화제였다. 반면, ‘회사에 저렇게 입고 다닐 수가 있을까요?’ ‘TPO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특히 출근룩으로 어깨를 다 내놓는 오프숄더 의상을 입는가 하면, 동창회에서는 시상식 분위기를 떠올리게 하는 드레스를 걸쳤다.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현실과 너무 동떨어졌다는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이러한 논란도 사그라졌다. 오히려 극 중 캐릭터와 어울린다며 옹호하는 의견도 있었다. 어깨를 드러낸 오프숄더에 대해 박민영은 “솔직히 제가 어깨 라인에 자신이 있어서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에이~ 드라마라 가능했죠. 실제 회사에 그렇게 입고 갈 수 있을까요? 그래서 실수한 것도 있어요. 과했던 모습도 있었고 그만큼 시원했던 모습도 있다고 해야 할까요? 그 모든 게 고증을 해야 된다는 압박감 속에서 시작된 아이디어이기는 한데, 드라마적 허용이라는 걸 너무 믿고 초반에 과하게 가기도 했죠. 사실 스타일리스트를 잠깐 바꿔보기도 했어요. 오피스룩을 입는 작품을 세 편을 하다 보니까 원작인 웹툰 속에 그려진 모습도 <김비서가 왜 그럴까>와 닮아 있더라고요. 변신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스타일리스트를 바꿔봤는데 그분들도 너무 열심히 해주셨지만 소통에 약간 문제가 있었어요. 그래서 다시 원래 10년째 같이해온 스타일리스트로 바꿨어요. 9회쯤에 이제 안정적인 옷차림이 등장하기 시작했죠.”
박민영의 패션은 데뷔 초부터 화제였다. <거침없이 하이킥> 방영 당시에도 긴 생머리와 짧은 치마 등이 기사화됐다. 또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 <그녀의 사생활>, JTBC <기상청 사람들> 등에서도 다양한 오피스룩을 선보여 아직도 인터넷상에서 당시 스타일이 회자되고 있다.
오피스룩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는 캐릭터가 벌써 네 번째이다 보니 색다른 시도를 하다 조금 과한 부분도 있었다는 게 박민영의 설명이었다.
“뭔가 확실하게 달라진 나를 보여주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어요. ‘독기룩’, ‘예방주사룩’이라고 하시던데 모두 제가 과하게 해석을 해서죠. 극 중 재벌가의 딸 역을 맡은 희연(최규리 분)이가 지원이를 변신시키잖아요. 그 생각에 지배되기도 했죠. 재벌이라 화려한 의상을 입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나중에 보니까 생각보다 희연이가 수수했더라고요. 계산 실수였어요. 그래도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